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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태블릿 전쟁, 그러나 김 빠진...

캐나다의 일간지 글로브앤메일 웹사이트에서 퍼온 그림. 물론 앞으로 나올 태블릿은 이보다 몇 배는 더 많을 터이다.



바야흐로 태블릿 홍수다. 불과 2, 3년 전만 해도 그 홍수의 주체는 '넷북'이었다. 넷북...그 때를 아십니까? 그 때 이미 많은 이들이 전망했다시피 일반 랩탑을 꾹꾹 찍어눌러 10인치 대로 크기를 줄인 뒤, 성능 면에서는 그야말로 차 떼고 포 뗀 넷북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이젠 태블릿이다. 

태블릿을 둘러싼 상황 변화를 보면 좀 웃긴다. 처음 태블릿을 선보였고, 바로 그 '아이팻' 태블릿으로 지금의 호떡집 불장난을 불러일으킨 그 주인공 - 장본인? -인 스티브 잡스도, 처음에는 태블릿이 다 뭐냐, 그거 시장에서 결코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단언했었다. 물론 지금 돌이켜보면 다른 컴퓨터 회사가 '딴짓' 못하게끔 '뼁끼'를 친 것이었지만 말이다. 

아이팻이 예상 외의 대성공을 거두자, 아니나다를까, 진작에 프로젝트를 띄웠다가 중도에 포기했던 HP를 비롯해, 델 모토롤라 아수스 도시바, 삼성, LG 등 내로라 하는 PC 회사들은 너나 없이 태블릿을 한두 개씩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왕에 아이팻에 익숙해진 이용자, 아니 거기까지는 모르겠고,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그런 '밴드왜건' 현상이 식상하고 약간 역겹기까지 하다. 이들 컴퓨터 회사들은 아마도 누구보다 자주, 그리고 앞장서서 '기술 혁신', 이노베이션 - 그 말이 그 말이지만 -을 외친 장본인들이다. 그런데 하는 짓들은 그 말이 뜻하는 바의 발바닥에도 못미치는 듯하다. 아무리 말하는 데 돈 안든다고 해도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이들의 기술 혁신이나 이노베이션이 남의 꽁무니나 좇고, 남의 디자인이나 아이디어를 베끼는 것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이들 새 태블릿의 '새로움' - 기술 혁신은 그만두고 -은 무엇인가? 다른 브랜드라는 거? 기이하기까지 한 이름들? 

잠깐 이름을 좀 훑어보자. 줌 (Xoom), 플레이북 (Playbook, 그런데 이름과 달리 RIM의 이 태블릿은 비즈니스 지향이란다), 스트릭 (Streak, 이게 대체 뭥미?), 슬레이트 (Slate, 한국 이름은 일본의 SF 만화/드라마 트랜스포머스가 연상되는 옵티머스란다. 얼마나 고색 창연한 1980년대식인가?), 갤럭시 (Galaxy, 이름이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 붙이기엔 너무 큰 것 아닌가?).

이른바 구글의 새 안드로이드 OS인 '하니콤'을 탑재한 몇몇 업체들은 기술 혁신을 이뤘노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듯하지만, 나는 동의할 수 없다. 그게 당신네 기술여? 구글 기술이지. 

뭐 유행이고, 무엇보다 장사치들의 금언 - '소비자들이 원하니까' -을 감안해서, 태블릿 붐에 그저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지켜본다고 치자. 그래도 그 큰 기업들이 자발없이 이 흐름에 편승하고 저 흐름에 붙어가고 하는 장면은 별로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솔직하게 기술 혁신, 이노베이션 같은 허황한 소리나 좀 덜하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