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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couver

습관의 힘 여러 달 전, 집 근처 키스 로드(Keith Road)를 뛸 때 찍은 사진. 이 때도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밴쿠버에 오래 살면 오리발이 될 거야." 밴쿠버 직장에 출근한 첫날, 한 동료가 던진 농담이다. 밴쿠버가 그만큼 비가 잦고 축축한 동네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올 겨울은 건조한 편이다. 밴쿠버 인근의 스키장 세 곳- 마운트 시무어, 그라우스, 사이프러스 -은 눈이 없어 난리다. 코스의 절반도 채 열지 못한 상태란다. 심지어 눈 많기로 유명한 휘슬러조차 누적 적설량이 채 1m가 안된다고 했다. 보통 이맘때면 족히 4~5m는 되는 산간 지역이 그러니 울상을 지을 만도 하다. 1월이 열리면서 정상 기후를 보여주려는 걸까? 이번 주 내내 비가 내렸다. 다음 주까지 이어지리라는 예보다. 물론 가봐야 알지.. 더보기
스탠리 공원 순환로 토요일 늦은 아침, 자동차의 앞 유리 (윈쉴드'Wind Shield'라고 한다)를 갈려고 밴쿠버로 내려갔다가 일반 유리 대신 열선이 들어간 것으로 교체하기로 마음을 바꾸면서 작업 일정도 바뀌는 바람에 일도 못보고 곧장 다시 집으로 올라가야 할 처지가 됐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밴쿠버까지 내려온 이상 스탠리 공원에서 달리고 돌아가기로 했다 (본래 유리 교체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밴쿠버 다운타운의 보도를 뛸 요량으로 이미 달리기 복장을 갖춘 상황이었다). 하늘이 꾸물꾸물, 언제라도 비를 뿌릴듯 회색이었다. 그 때문인지 날씨가 맑을 때보다 주변 건물이며 풍경이 더 가깝게 보였다. 스탠리 공원 초입에서 내다본 풍경. 아파트와 오피스 빌딩이 밀집된 다운타운 지역이다. 스탠리 공원과 바다가 만나는 지역을 콘크.. 더보기
밴쿠버 근황 점심 때면 걷는 산책로. 이 길을 따라 2 km쯤 더 올라가면 스탠리 공원으로 연결된다. 밴쿠버는 겨울이 혹독하지 않기 때문에 단열과 난방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그래서 크고 넓은 유리들로 이뤄진 건물이 유독 많다. 그런 건축 양식은 깔끔하고 시원시원한 느낌을 준다. 친구에게, 잘 지내지? 한국도 이젠 가끔 소슬바람 부는 가을이겠다. 가을녘이면 유난히 아침 커피가 더 맛있는 것 같다. 별일 없니? 한국에 들어갔을 때 잠깐 만나긴 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재회의 기쁨을 제대로 누린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아쉽다. 나는 9월30일부터 밴쿠버의 새 직장에 다닌다. 정신없이 바쁘다. 모든 내용과 형식과 구조를 처음부터 만들고 꾸미고 세워야 하는 자리여서 심리적 부담과 압박도 상당하다. 이렇게 스.. 더보기
꿈, 그리고 다시 밴쿠버 오늘 아침 달림 길에서 만난 거미줄. 그 위에 맺힌 이슬. 사는 일은 이처럼 팍팍하다. 혹은 기약 없는 기다림이다. 밴쿠버냐 에드먼튼이냐,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눈을 뜨니 새벽 4시다. 악몽...까지는 아니지만 찜찜한 꿈을 꾸었다. 심난한 꿈 때문에 깬 것인지, 오줌이 마려워 깬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잠이 들지 않았다. 꿈은 군대, 그 중에서도 소위로 임관해 훈련받던 시절의 것이었다. 내가 소속된 중대를 찾지 못해 헤매는데, 이미 부대는 각 중대별로 나뉘어 훈련지로 이동하고 있었다. 화장실을 들어갔는데 - 그것도 뜬금없는 예술의전당 화장실 - 세면대마다 구멍이 막혀 오물이 가득차 있어서 손을 씻을 수도 없었다. 문도 온통 오물 투성이어서 밀고 나오기가 여간 끔찍하지 않았다. 내 소총과 철모, 군.. 더보기
가깝고도 먼 밴쿠버 여름의 짙은 녹음을 보여주는 노쓰사스카체완 강변과 그 너머 알버타 대학 캠퍼스. 못가겠노라 응답 준 게 지난 금요일이었는데, 며칠 지난 지금도 마음 한 구석은 헛헛하다. 아직도 혼자 가만히 앉아 있노라면, 그냥 갈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날아간 화살인 것을... 지난 달, 밴쿠버에 있는 한 공기업의 프라이버시 매니저 자리에 지원했다. 노트북 영상과 병행한 전화 인터뷰를 거쳤고, 곧바로 신원 조회와 추천인 세 명의 이름과 연락처를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인터뷰를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래서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나로서는 다소 의외였지만 마달 이유는 없었다. 처음 제공한 추천인들 중 두 명이 공교롭게 휴가를 떠나는 바람에 다른 추천인을 구하느라 .. 더보기
밴쿠버 가는 길 5월5일(일) 열리는 밴쿠버 마라톤에 참가하려 5월2일(목), 긴 장정에 올랐다. 새알밭에서 밴쿠버, 좀더 정확하게는 처가가 있는 써리(Surrey)까지의 거리는 1,250 km. 하지만 로키 산맥을 넘어야 하다 보니 길이 여간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도로 곳곳이 공사중이거나 중앙선을 새로 페인트 칠하느라 원활한 진행을 막는 경우가 많았다. 금요일과 다음 주 월요일 이틀을 휴가내고, 목요일 오후 3시30분, 회사 근처 도서관 건물 곁에서 가족을 만나 곧바로 캘거리 남행을 시작했다. 오늘 목적지는 400 km쯤 떨어진 밴프. 하루에 몰아서 가기에는 너무 멀다는 생각에 그 쯤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그리곤 다음날(금), 다시 도로로 나서, 800 km 넘는 여정을 거쳐 써리에 닿았다. 달려도 달려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