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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Vancouver

린 캐년 공원 산보 9월1일이 노동절이어서 월요일까지 쉬는 '긴 주말'(Long Weekend)이었다. 집에만 틀어박혀 있기가 웬지 미안하고 손해보는 느낌이어서 점심 직전, 근처 린 캐년(Lynn Canyon)의 트레일을 잠깐 걷다 오기로 했다. 막내 성준이는 숲길 걷는 게 늘 마뜩찮다. 지루하고 재미없다며, 'boring'을 연발한다. 그래,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런 거다. 숲이 많으면 도심이 그립고, 도심에만 있으면 숲이 그리운 거다. 카메라를 나무 난간 위에 놓고 타이머로 찍었다. 가족 사진이다. 성준이는 늘 찌푸린 표정이다가도 사진 찍는다고 하면 짐짓 '치이즈~!' 표정을 만들 줄 안다. 동준이는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하면 설령 그게 저를 향한 게 아닌 경우에도 '치즈!'라고 말하며 고개를 쳐든다. 린 캐년 공원의 입.. 더보기
시모어 산 하이킹 시모어 산에 올랐다. 등산다운 등산을 해본 게 얼마 만인지... 아마 이민 온 이후 처음이 아니었을까? '하이킹 전문가'라고 부를 만한 직장 동료 숀과 함께였다. 숀은 틈만 나면 밴쿠버 인근의 산들을 오르고 캠핑을 하는 친구로, 주변 산들의 이름까지 거의 꿰고 있었다. 아래 사진들은 산을 오르며 찍은 것들. 토요일 오전 10시, 시모어 스키장의 주차장에서 출발해 1시간쯤 올랐다.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이 이곳 저곳에 쌓여 있었다. 초록색 반바지를 입은 친구가 숀이다. 나한테 하이킹의 재미를 경험하게 해준다며 오전 시간을 냈다. 이후에는 다른 친구를 만나 근처 비숍 산에 올라 1박2일 캠핑을 할 거라고 했다. 캐나다 서부에는 로키 산맥만 있는 게 아니다. BC 주 전체에 높고 낮은 산들이.. 더보기
등대 공원, 달리기, 그리고 월드컵 월요일 아침이다. 몇 분 뒤면 월드컵 그룹별 리그 중 아마도 가장 흥미진진한 대결 중 하나로 평가될 독일 대 포르투갈의 경기가 열린다. 브라질 시간대가 이곳과 4시간밖에 차이 나지 않아서 경기 보는 데 불편함이 별로 없다. 이번 주말 동안에도 여러 경기를 관전했다. 대개는 하이라이트로 봤고, 영국 대 이태리, 아르헨티나 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경기는 제대로 봤다. 전자는 수준 높은 일진일퇴의 공방전으로 월드컵다운 면모를 보여준 데 반해, 후자는 기대에 못미쳤다. 메시의 극적인 결승골을 제외하면 실망스러웠다. 도리어 보스니아의 절제 있는 플레이가 아르헨티나보다 더 나아보일 정도였다. 따로 케이블TV를 신청하지 않고도 월드컵 경기를 볼 수 있는 것은 캐나다의 월드컵 주관 방송사인 CBC가 인터넷 스트리밍으.. 더보기
밴쿠버 근황 점심 때면 걷는 산책로. 이 길을 따라 2 km쯤 더 올라가면 스탠리 공원으로 연결된다. 밴쿠버는 겨울이 혹독하지 않기 때문에 단열과 난방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그래서 크고 넓은 유리들로 이뤄진 건물이 유독 많다. 그런 건축 양식은 깔끔하고 시원시원한 느낌을 준다. 친구에게, 잘 지내지? 한국도 이젠 가끔 소슬바람 부는 가을이겠다. 가을녘이면 유난히 아침 커피가 더 맛있는 것 같다. 별일 없니? 한국에 들어갔을 때 잠깐 만나긴 했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재회의 기쁨을 제대로 누린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아쉽다. 나는 9월30일부터 밴쿠버의 새 직장에 다닌다. 정신없이 바쁘다. 모든 내용과 형식과 구조를 처음부터 만들고 꾸미고 세워야 하는 자리여서 심리적 부담과 압박도 상당하다. 이렇게 스.. 더보기
집을 사다 둘러본 어느 타운하우스의 침실에서 내다본 노쓰밴쿠버의 산자락 풍경. 밴쿠버 이웃동네가 아니라 어느 궁벽한 산촌에 온 듯한 착각을 잠시 불러일으키는 풍경이었다. 108. 지난 목요일 한나절, 살 집을 찾느라 노쓰밴쿠버에서 차로 돌아다닌 거리가 108 km였다. 한편, 오늘(일) 아침 8시15분에 아내와 아이들을 싣고 새알밭으로 날아간 웨스트젯의 비행편이 108이었다. 그저 무의미한 우연이겠지만 지난 며칠 간의 고민, 타이밍과 맞물려 '백팔번뇌'의 108과 자꾸 연결되는 심사를 어쩔 수 없었다. 집을 샀다. 목요일 하루 휴가를 내서, 아이들을 데리고 밴쿠버로 급히 날아온 아내와 함께, 공항에서 빌린 미니 밴으로 현지의 부동산 중개인을 따라다니며 집들을 봤다. 중개인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는데, 한국 분이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