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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보

사소한, 그러나 사소하지 않은, 일상 카메라를 늘 휴대하면서 온갖 사진들을 찍는다. 거의 습관이 되다시피 했다. 그러다 보니 사진을 모아두는 플리커에는 어느새 8만 장이 넘는 사진들이 쌓였다. 8천 장도 아니고 8만 장이다. 아니 그 숫자를 넘는다. 그걸 누가 다 보랴 싶지만 이게 나중에는 내가 아이들에게 남겨줄 수 있는 유산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 사소하게만 여겨지지도 않는다. 자전거 관리...라지만 대개는 체인과 드라이브트레인을 닦아주고, 기어 변속이 무리없이 잘 되도록 케이블의 장력 (tension)을 조절해 주고, 체인에 윤활유를 발라주는 정도다. 매일, 퇴근하자마자 한다. 당연한 일상의 습관으로 만들었다. 보통 10~15분 걸린다. 이게 나의 교통 수단이고, 어떤 면에서는 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매일 하는 점검.. 더보기
비온 뒤의 산책 - LSCR 두어 달 만에 왔다. 느낌으로는 그보다 더 오랜만인 것 같다. 여름이 끝나고 밤이 길어지면서 아침에 뜀뛰기가 어려워지면서 노쓰밴에서 뛰는 일도 줄었다. 평일에는 점심 시간을 이용해 스탠리 공원을 돌았고, 주말에는 함께 뛰는 직장 동료를 배려해 주로 카필라노 계곡 부근이나 앰블사이드 공원 부근을 뛰었다. 그나마도 10월의 빅토리아 마라톤 이후 2주를 쉬느라, 정작 집 뒤에 가까이 있는 '하부 시모어 보전 지역' (Lower Seymour Conservation Reserve, LSCR)은 퍽 오랫동안 다시 찾아가지 않았다. 지난 2, 3주 동안 비가 징하게도 내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내렸다. 더욱이 이번 주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장맛비가 각각 90mm, 70mm씩 쏟아져, 노쓰밴 일부 지역의 집들이 침수되.. 더보기
린 캐년 공원 산보 9월1일이 노동절이어서 월요일까지 쉬는 '긴 주말'(Long Weekend)이었다. 집에만 틀어박혀 있기가 웬지 미안하고 손해보는 느낌이어서 점심 직전, 근처 린 캐년(Lynn Canyon)의 트레일을 잠깐 걷다 오기로 했다. 막내 성준이는 숲길 걷는 게 늘 마뜩찮다. 지루하고 재미없다며, 'boring'을 연발한다. 그래,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런 거다. 숲이 많으면 도심이 그립고, 도심에만 있으면 숲이 그리운 거다. 카메라를 나무 난간 위에 놓고 타이머로 찍었다. 가족 사진이다. 성준이는 늘 찌푸린 표정이다가도 사진 찍는다고 하면 짐짓 '치이즈~!' 표정을 만들 줄 안다. 동준이는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하면 설령 그게 저를 향한 게 아닌 경우에도 '치즈!'라고 말하며 고개를 쳐든다. 린 캐년 공원의 입.. 더보기
'그린 팀버' 도시 숲 아내와 아이들을 꼭 걷게 해주고 싶었다. 처가에서 두 블록쯤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그린 팀버 도시근교림' (Green Timbers Urban Forest)의 트레일. 총 183 헥타르 (약 450 에이커)에 이르는 커다란 숲이 도심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숲 주위로만 걸어도 5 km쯤 된다. 나는 달리기를 주로 이 숲에서 했다. 해가 아직 떠 있을 때는 숲속 트레일들을 이리저리 돌았고, 어두울 때는 그 주변 인도로, 불빛이 있는 곳만 따라서 뛰곤 했다. '온대우림'이라는 이름답게 워낙 비가 자주 내리는 지역이다 보니 나무줄기는 하나같이 이끼를 덮고 있고, 고사리와 버섯이 지천이다. 부러진 나무는 저절로 썩어 비료가 되도록 내버려두었고, 그런 나무에도 이끼가 끼고 잎이 덮여 더더욱 '원시림' 같은 .. 더보기
여기는 '아직 겨울' (Still Winter) 새알밭은 '아직 겨울'이다. 다른 곳에서 널리 통용되는 용어로 바꾸면 '봄'이다. 이곳의 사계는 흔히, '거의 겨울' (Almost Winter, 가을), '겨울'(Winter), '아직 겨울'(Still Winter), 그리고 '공사중' (Construction, 여름)으로 분류된다. 4월쯤 볕 나고 따스하다고 지난 달에 내가 한 것처럼 자발없이 "야, 봄이다!" 해서는 이런 꼴 당하기 십상이다. 이곳에 전해 오는 신화에 따르면, 매년 5월21일에 찾아오는 '빅토리아 데이' 때까지,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내복을 벗기지 않는다고 한다. 적어도 그 때까지는 언제 눈보라 치고 얼음 다시 얼지 모른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 오래 산 사람들의 날씨 철학은 '현재를 즐겨라', 혹은 '있을 때 잘해'다. 하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