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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윌로우 트레일

새알밭의 가을 일요일인 어제 가족과 나들이를 나갔다. 가을 나들이였다. 잎들 다 지기 전에 가을 끄트머리라도 놓치지 말고 보자는 심산이었다 (언제 왔다고 벌써 간단 말이냐?!). 내가 먼저 뛰러 나간 지 1시간30분쯤 뒤에, 트레일 끝자락에 있는 정자에서 만나기로 했다. 다음 주 일요일이 마라톤이라 요즘은 숨고르기('테이퍼링'(tapering)이라고 부른다) 중이다. 일주일 남짓 기간 동안 체력을 아끼는 것이다. 그래서 앞뒤로 몸 풀기, 정리 운동 빼고 8마일 남짓 (약 13km)만 뛰었다. 이곳 가을은 어찌나 짧은지 아직도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정말 벼락같이 와서 야반도주하듯 사라진다. 어느날 잎 빛깔이 노랗게 바뀌는가 싶더니 어느새 잎을 속절없이 지우기 시작했다. 주변 물푸레 나무들의 절반쯤은 이미 잎을 다 지운 .. 더보기
여기는 '아직 겨울' (Still Winter) 새알밭은 '아직 겨울'이다. 다른 곳에서 널리 통용되는 용어로 바꾸면 '봄'이다. 이곳의 사계는 흔히, '거의 겨울' (Almost Winter, 가을), '겨울'(Winter), '아직 겨울'(Still Winter), 그리고 '공사중' (Construction, 여름)으로 분류된다. 4월쯤 볕 나고 따스하다고 지난 달에 내가 한 것처럼 자발없이 "야, 봄이다!" 해서는 이런 꼴 당하기 십상이다. 이곳에 전해 오는 신화에 따르면, 매년 5월21일에 찾아오는 '빅토리아 데이' 때까지,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내복을 벗기지 않는다고 한다. 적어도 그 때까지는 언제 눈보라 치고 얼음 다시 얼지 모른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 오래 산 사람들의 날씨 철학은 '현재를 즐겨라', 혹은 '있을 때 잘해'다. 하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