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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아내가 돌아왔다 아내가 돌아왔다. 얼굴이 별로 좋지 않다. 피로와 슬픔이 뒤범벅 된 얼굴이 어찌 좋을 수 있으랴… 아내의 공항 도착 시간이 12시30분인데 성준이를 학교에서 데려와야 하는 시간이 2시40분, 동준이의 스쿨버스가 집에 들르는 시간이 그 직후다. 아내를 공항으로 데리러 나가기가 어정쩡했다. 공항까지 가는, 혹은 공항에서 집까지 오는, 시간은 대략 한 시간 안팎을 잡는데, 아내가 비행기에서 내려 세관을 통과해서 공항 밖까지 나오는 시간은 종잡기가 어렵다. 여기에 부친 짐을 찾아야 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따라서 큰 짐만 없다면 공항에서 전철 타고 워터프런트 역까지 와서 시버스로 노쓰밴으로 오는 게 더 낫겠다는 계산이었다. 2시30분에 시버스가 론스데일 부두에 닿았고, 곧 아내가 나왔다. 엇, 그런데 제법 큰 이.. 더보기
밴쿠버 첫 경주, 첫 산보 밴쿠버로 이사 와서 처음으로 달리기 경주에 참가했다. 마라톤은 아니고 15 km짜리다. 협동조합 (코업) 형태로 운영되는 캐나다의 아웃도어용품 업체 '마운틴 이큅먼트 코업' (MEC)의 '달리기 경주 시리즈' 중 하나로 5 km, 10 km, 15 km 세 종목 중 하나를 고르게 돼 있다. 참가비도 15달러로 저렴해서 부담도 적었다. 번호표와 기록을 재는 센서를 나눠주고, 간단한 다과와 음료수를 제공한다. 종목별로 1위와 2위에게만 기념 메달을 준다. 그러니 그냥 재미로, 달리기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셈이다. (마침 아내가 오래전 시사저널에 MEC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어서 여기에 연결해 두었다.) 경주는 이사 와서 혼자 두어 번쯤 달려본 코스였다. 시모어 산 (Mt. Sey.. 더보기
'그린 팀버' 도시 숲 아내와 아이들을 꼭 걷게 해주고 싶었다. 처가에서 두 블록쯤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그린 팀버 도시근교림' (Green Timbers Urban Forest)의 트레일. 총 183 헥타르 (약 450 에이커)에 이르는 커다란 숲이 도심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숲 주위로만 걸어도 5 km쯤 된다. 나는 달리기를 주로 이 숲에서 했다. 해가 아직 떠 있을 때는 숲속 트레일들을 이리저리 돌았고, 어두울 때는 그 주변 인도로, 불빛이 있는 곳만 따라서 뛰곤 했다. '온대우림'이라는 이름답게 워낙 비가 자주 내리는 지역이다 보니 나무줄기는 하나같이 이끼를 덮고 있고, 고사리와 버섯이 지천이다. 부러진 나무는 저절로 썩어 비료가 되도록 내버려두었고, 그런 나무에도 이끼가 끼고 잎이 덮여 더더욱 '원시림' 같은 .. 더보기
공항 밤샘 캐나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새알밭 (세인트 앨버트) 가족에게 돌아가는 길. 하지만 밴쿠버발 비행기 출발 시간이 토요일 아침 6시45분으로 너무 일러 금요일 퇴근하고 곧바로 공항으로 나왔다. 그냥 공항에서 쪽잠으로 때우기로 한 것이다. 비행기가 연착하거나 취소되어 발이 묶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공항에서 몇 시간씩 기다린 적은 있어도, 일삼아 공항에서 밤을 샌 적은 없어서, 과연 그게 가능하기나 한지, 벤치나 소파에 누워 있다가 경비원에게 쫓겨나는 것이나 아닌지 살짝 걱정도 됐다. 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Terminal'에 보면 한 달씩 아예 기식하는 경우도 있더라만... 책 보다, 스마트폰 만지작거리다, 일 하다... 그러나 어느 하나도 온전히 집중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저 나른하고 묵지근한 피로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