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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ault in Our Stars

잘못은 우리들의 별에게 있어...(The Fault in Our Stars). 고품격 청소년 소설들로 그 분야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존 그린의 출세작. 현재 백만 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 책의 인기는 동명의 영화가 크게 히트하면서 새삼 증명되었다. 같은 주말에 개봉된 톰 크루즈의 SF 영화 'Edge of Tomorrow'는 가작이라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날짜를 잘못 고른 탓에 흥행 실패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청소년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그 정도로 뜰 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영화는 개봉한 첫 주말에만 북미에서 6천만 달러 가까운 수입을 올렸다. 시쳇말로 '대박'이 난 것.)


존 그린은 내게도 그리 낯설지 않다. 그의 '종이 도시'를 퍽 인상적으로 읽고 독후감을 쓰기도 했다. 그의 청소년 소설은 값싼 신파가 없고, 청소년들의 눈높이로 담담하고 단정하게 현실을 그려 보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소설은 그런 청소년스러운, 아니 어른스러운 '쿨함'(coolness)의 정점, 아니, 극단을 보여준다. 암, 그것도 암 말기인 두 청소년의 절박한 사랑을 그리고 있기 때문인데, 끝이 보이는, 마지막이 너무 가까운 두 청소년의 사랑은, 그러나 존 그린의 담담한, 아니 담담하다 못해 투명하기까지 한 시선을 통해, 이런 설정의 소설에서 예상되는 대화와 사건과 결말을 전복적으로 보여준다. 눈물을 펑펑 터뜨리게 만드는 장면을 기대하지만 그런 장면은 끝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래서 때로는 더 아프고, 때로는 더 슬프다. 청소년 특유의 치기가, 시한부의 운명 앞에서 더 당당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일까? 


이 소설은 밑줄 치고 싶은, 다시 읽어보고 싶은 아포리즘적 표현들로 가득하다. 서로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인 헤이즐 그레이스와 거스(오거스투스)의 서투른 듯하면서도 한없이 깊고 절박한 운명이, 위트와 풍자적/냉소적 아포리즘 속에서 빛을 발한다. 아래, 누군가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모아 놓았을 인용문을 보라.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의 관계 속에서, 이들의 세상은 더욱 길고 넓고 깊다. 너로 인해 내 마음이 상처 받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영광이라는 말, 네가 잠드는 모습, 천천히 그러다 갑자기 푹 잠에 빠져버리는 모습에 반해 버렸다는 말, 세상은 소원을 들어주는 공장이 아니라는 말, 시한부 인생 속에서 영원을 안겨준 데 감사한다는 말...



이 소설은 작가 존 그린이 우연히 알고 잠시 교류했던 실제 암 환자 소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게 현실을 바탕으로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소설 속에서 절절히 느껴지는 작가의 따뜻한 공감이 중요하다. 진정성이고 진실성이다. 뉴요커는 마침 이 소설로 일약 스타덤에 올라버린 존 그린의 이야기를 실었다. 제목은 'Teen Whisperer'다. 청소년들의 마음, 청소년들의 정서를 그 누구보다도 더 정확하게 꿰뚫고 더 진실되게 공감할 줄 아는 작가라는 뜻이다. 소설도 소설이지만, 뉴요커의 작가 프로필도 적잖이 감동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