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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물난리

어렸을 때 본 만화가 종종 떠오른다. 제목도 기억나지 않고, 작가가 고우영이었는지 이두호였는지, 아니면 다른 누구였는지도 그저 아득할 따름인데, 초능력을 가진 세 남자 - 형제 사이였던가? - 의 이야기였다. 이들은 각각 바람, 불, 그리고 물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강력한 이는 결국 물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올해 유독 그 생각이 자주 났다. 물의 위력, 아니 공포를 느끼게 하는 사건 사고가 유난히 많았던 탓이다. 지난 6월에는 알버타주 남부가 사상 초유의 물난리로 큰 낭패를 보았다. 미국과 접경한 소읍 하이리버는 거의 동네 전체가 물속에 잠겼고,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로키산맥 근처의 캔모어와 밴프도 홍수로 큰 피해를 당했다. 그런가 하면 알버타주에서 가장 큰 도시 캘거리도 돌연 '물의 도시'가 돼 버렸다. 


그뿐인가, 월요일인 어제는 토론토가 기습 폭우로 몸살을 앓았다. 100 mm 넘는 비가 하루 사이에 쏟아져 도시 곳곳을 물바다로 만들고 직장인들의 발 중 하나인 '고(GO) 트레인'마저 물속으로 집어넣었다. 30만여 명이 삽시간에 정전의 봉변을 당했다. 토론토에서 이 정도의 강우량은 보통 7월 한 달 동안 내리는 양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규모다. 그러니 물난리가 날 수밖에... 


올해는 캐나다뿐 아니라 전세계가 물난리를 겪고 있다고 한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도 홍수의 봉변을 치렀고, 그 피해는 아직도 완전히 복구되지 못한 상태다. 'Wettest year ever'라는 말도 나오는데, 이런 물난리가 과연 기후변화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단기적인 기상 이변 때문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날씨의 변화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고 있고, 그래서 불안한 마음을 추스리기 어렵다는 개인적 심정만은 어쩔 수가 없다.


캘거리를 관통하는 '보우(Bow) 강' 옆의 '메모리얼 드라이브'. 보트를 타도 될 정도로 물 천지다. 평소 보우 강은 수량이 적어 웬만한 곳은 어린이도 별 어려움 없이 건널 수 있을 정도로 얕은 곳이었다. 그러더니 갑작스러운 폭우와, 로키산맥 근처의 폭우로 불어난 강물이 보우 강으로 합류하면서 이런 가공할 사태를 낳았다. 출처: 오캐나다.


'세계 최대의 로데오 축제'라고 캘거리가 자랑해 마지 않는 '캘거리 스탬피드'가 열리는 스탬피드 공원. 때아닌 물난리로 7월에 열리는 축제마저 차질을 빚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는데, 정부 당국과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으로 행사는 예정대로(올해의 경우 7월5일-14일) 열리고 있다.


로키산맥 줄기에 자리잡은 캔모어. 갑자기 불어난 물은 동네 곳곳을 파헤쳤을 뿐 아니라 산맥을 관통하는 '트랜스 캐나다' 고속도로마저 끊어 놓았다. 물론 지금은 다 복구되었다. 캐나다를 연결하는 도로인 만큼 문제가 생겼을 경우 복구 1순위다.


가장 치명적인 물난리를 만난 곳은 하이리버다. 인구 1만3천명 정도인 이 동네는 그 이름이 시사하듯이 '하이우드 (Highwood) 강'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고, 지대가 높지 않아 물난리의 피해가 늘 우려되는 장소였다. 


또 다른 하이리버 풍경. 동네 전체가 물에 잠긴 것처럼 보인다. 강과 도로가 분별되지 않는다.


GO? NO GO! 물속에 잠긴 GO 트레인. 스카보로에 살면서 토론토 다운타운으로 출퇴근하던 시절, 나도 이 열차를 매일 이용했다. 매일 수만 명의 직장인을 실어나르는 GO 트레인이 이런 꼴이 되면서 월요일의 토론토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이건 독일의 한 동네 풍경이다. 독일의 시사잡지 슈피겔의 웹사이트에서 퍼왔다. 그에 따르면 엘베 강이 범람하면서 독일,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여러 나라들이 홍수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출처: Spieg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