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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하우스' - '뿌리' '컬러퍼플' 계보 잇는 '흑인 수난사'

제목: 키친하우스 (The Kitchen House)

지은이: 캐슬린 그리솜 (Kathleen Grissom)

출간일: 2010 22

출판사: 터치스톤 (사이먼앤슈스터의 계열 출판사 하나)

종이책 분량: 384페이지

 

줄거리

The Kitchen House』는 1791~1810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미국 버지니아 남부의 농장 생활상을 그린다 (남북전쟁은 그로부터 50년쯤 뒤인 1861년에 시작됐다). 


일곱살바기 소녀 라비니아 매카튼 (Lavinia McCarten)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오는 안에서 부모를 모두 잃고 오빠마저 다른 노예상에게 팔리면서 졸지에 고아 신세가 되어 배의 선장인 제임스 파이크(이하 ‘캡틴’) 따라 버지니아 주의 담배 농장 ‘톨 오크스’(Tall Oaks) 오게 된다. 라비니아는 갑작스레 닥친 재난에 충격을 받아 안에서 벌어진 기억을 잃고 한동안 말조차 못하지만 그녀를 맡아 기르게 ‘키친 하우스’ 흑인 노예들의 사랑 어린 보살핌으로 점차 정상을 찾아가게 된다


키친 하우스는 ‘빅 하우스’(Big House) 거주하는 농장주 캡틴과 가족의 음식을 전담하는 부엌 별채이다. 모두를 너그럽게 감싸면서 부엌의 단란한 분위기를 이끄는 마마 메이(Mama Mae), 역시 넉넉한 마음씨와 연륜으로 요리 외의 잡무를 총괄하는 파파 조지(Papa George), 사이에서 낳은 아들 , 쌍둥이 패니(Fanny) 비티(Beattie), 그리고 캡틴의 숨겨진 (Belle) 키친 하우스의 가족이다. 이들은 라비니아를 ‘아비니아’, 혹은 ‘비니’라고 부르며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특히 벨은 라비니아의 엄마 노릇을 톡톡히 하고, 같은 또래인 패니와 비티는 라비니아를 친자매처럼 대한다. 라비니아도 이들에게 깊은 사랑과 친밀감을 느끼고, 피부색에도 불구하고 흑인 노예들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감상 해설

The Kitchen House』의 이야기 전개 방식은 독특하다. 사람이 아닌 사람, 라비니아와 벨의 시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런 장치는 소설의 역동성과 깊이를 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라비니아는 세상을 따뜻하고 순수하게만 바라볼 , 뒤에 도사린 현실의 팍팍함이나 사악함은 감지하지 못한다. 그에 비해 캡틴의 숨겨진 딸이면서도 노예 신세를 면치 못하는 벨의 시각은 현실적이고 때때로 비극적이다. 벤과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 캡틴 때문에 겪는 심적 고뇌, 캡틴이 아버지임을 알면서도 누구에게도 이를 알릴 없는 비극, 흑인 노예들의 고통이 벨의 장에서는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라비니아의 세계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라비니아는 자신이 키친 하우스의 흑인 노예들과 같은 처지라고 믿고, 그들의 세계에 동화되고 싶어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녀는 엄연히 백인이다. 캡틴의 죽음으로 농장을 물려받게 마셜과 결혼해 농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제 수평 관계가 아니라 주종 관계다. 그런 관계의 질적 변화와 마셜의 실체를 이해하는 키친 하우스 식구들은 라비니아를 주인으로 섬기려 하지만 라비니아는 계속 메이와 조지를 ‘마마’, ‘파파’라고 부르며 가족처럼 지내려 한다. 하지만 때문에 마셜로부터 더욱 핍박을 받고 다른 데로 팔아버리겠다는 협박에 시달리는 것은 라비니아가 아니라 메이와 조지를 비롯한 키친 하우스의 노예들이다.


 

총평

The Kitchen House』는 무엇보다 재미있다. 속도감 넘치는 전개가 독자의 주의와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어당긴다. 주요 등장 인물들의 개성도 드러나 있고, 하우스의 주인과 키친 하우스의 흑인 노예들 간의 미묘한 관계, 그들의 생활상도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특히 흑인 노예들의 대화는 특유의 사투리와 비문법적 표현을 살려 한층 강렬한 현실감을 부여한다. 그러나 후반부에 가서 이야기의 밀도가 떨어지고 여러 사건사고가 한국의 이른바 ‘막장 드라마’를 연상케 만큼 얽히고 설키는 몰윤리적 양상으로 발전한다는 , 동어 반복이 많다는 , 결말이 ‘좋은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안이하게, 서둘러 마무리된다는 아쉬움도 지적해야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he Kitchen House 변화무쌍한 플롯으로 독자의 관심을 끝까지 붙잡는 ‘이야기의 힘’을 가지고 있다. 내러티브의 하나만으로도 The Kitchen House』는 충분히 화제를 모을 만하다.The Kitchen House』가 2010 출간된 2 가까이 묻혀 있다가 돌연 인기를 끌게 배경 하나도 바로 ‘이야기의 힘’이었다. 미국의 여러 독서클럽을 통해 차츰차츰 소문이 났고 마침내 2012년의 화제작으로 극적인 부활에 성공한 것이다. 별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