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주변에 먹고 싶은 음식이 너무 많아.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고..." 하지만 그 먹고 싶은 음식을 다 먹는가? 다 먹어야만 한다는 강박 관념에 빠지는가? 먹지 않으면 뭔가 큰 사단이 날 것 같다는 불안감을 느끼는가? 물론 아니다. 설령 그런 강박감이나 불안감을 느낀다고 해도, 배터질 걸 감수하면서 - 그렇다고 실제로 터지는 것은 아니지만 - 죽어라 먹어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정보는 어떤가? "정보가 넘쳐, 도저히 감당이 안돼. 이 많은 정보를 어떻게 소화해야 하지?" 정보에 대한 강박감, 매일 쏟아지는 정보를 다 섭취하고 소화하지 않으면 웬지 뒤처지고 도태될 것 같은 불안감은 음식과 달리 수많은 현대인들에게서 쉽게 발견된다. 하지만 그런 강박감과 불안감 자체가 혹시 쓸데없는 걱정인 것은 아닐까? 정보에 대한 시각을 바꿔서, 마치 음식을 바라보듯이, 차고 넘치는 정보/음식 중에서, 내 몸과 마음에 유익한 정보/음식을 가려먹으려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여기에서 '내게 유익하다'라는 것은 내 평소 취향과 성향에 맞는, 내 비위를 살살 맞춰주는 아부성 뉴스나 정보, 허접한 가십이나 연예, 오락거리 정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사실(fact)에 단단히 뿌리박은 정보, 우리 사회와 현실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보를 가리킨다.
아래는 내가 출판사에 보낸 짤막한 보도자료와 옮긴이의 머리말이다. 이 책의 성격과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현명한 정보 섭취 습관을 배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보도 자료
<정보 다이어트>: 이젠 ‘정보 웰빙’의 시대 – 정보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전한다
정보가 차고 넘치는 시대. 그러나 좌우, 세대간 갈등의 골은 도리어 더 깊고 넓다. 왜 그럴까? <정보 다이어트 – 현명한 정보 소비를 위한 제언>은 지나친 ‘정보 편식’ 때문이라고 그 원인을 진단한다. 각자 자기에게 맞는, 자기가 원하는 정보만을 집중 편식하면서, 그런 정보의 출처를 찾아 확인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보 다이어트>는 정보를 음식의 세계에 견주면서, 구체적인 사례와 노하우로 정보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준다.
옮긴이 머리말
정보의 폭주, 정보의 범람, 정보의 홍수, 정보의 바다, 정보의 과부하… 숱하게 듣는 말이다. 하도 자주 들어서 별 감흥조차 없다. 많은 사람들은 이 폭주, 범람, 홍수, 바다, 과부하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조차 포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앞으로 정보는 더욱 늘어나기만 할텐데, 정보 생성 속도는 더 빨라지고, 정보 공급 채널은 더 다양해지고, 그 치열한 정보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정보는 더더욱 화려하고 자극적인 옷을 입을텐데, 도대체 진짜 정보, 내게 필요한 정보는 어떻게 얻을까? 아니, 어떻게 구별할까? 살려줘!
이 책의 지은이 클레이 존슨은 이러한 개념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폭주, 범람, 홍수, 바다, 과부하 등의 시각으로 보는 것, 정보의 내습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우리를 세우는 것이 잘못된 시각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정보 소비도 마치 음식 섭취를 따지는 것처럼 관리하기 시작하면 이해하기도 더 쉽고 해법도 더 명료해진다고 주장한다.
음식이 우리에게 오는가? 아니다. 정보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끊임없이 정보가 너무 많다고 불평하지만, “실상 정보는 우리더러 그것을 소비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럴 수가 없다. 정보는 자율성이 없다는 점에서 프라이드 치킨과 다를 바 없다. 한 사람이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선 인류의 지식과 경험은 늘 존재해 왔다”라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정보의 총량이 아니라 우리의 정보 소비 습관”이라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정보 범람이 아니라 “정보의 과잉 소비”가 문제라는 것이다. 음식이 앞에 있다고 다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듯이, 정보가 넘쳐난다고 다 소비해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은이의 논점은 이것이다. 음식을 잘 가려서, 우리 몸에 좋은 것을 의식적으로 찾아 먹듯이, 정보에 대해서도 그런 의식적이고 현명한 접근법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 어떤 정보가 우리에게 유익한 것인지 아닌지를 가려서, 유해한 정보는 내치고, 진실을 말하는, 혹은 진실에 근접하는 진짜 정보를 습득해야 한다는 것. 요즘의 TV와 신문, 잡지들에서 넘쳐나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이고 저급한 정보들은, 음식으로 치면 당장은 맛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우리 허리 둘레를 늘리고, 건강을 해치는 지방처럼, 우리의 정신 건강을 해치는 유해 정보들이다.
문제는 그런 정보를 내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낚시성 기사'들이 왜 있겠는가? 정보의 건강성이나 진실성과는 상관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보고 싶어 하는 '섹시함'을 가진 정보들이기 때문이다. 음식에 견준다면 우리가 늘 좋아하는 소금이나 설탕, 지방 성분이 거기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인지 심리학과 신경과학 분야의 연구들은 정보가 우리 몸에 생리학적 효과를 초래할 뿐 아니라 우리의 의사 결정 능력에도 꽤 심각하고 통제 불가능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보여준다. 부실한 식이요법이 온갖 질병을 초래하듯이, 부실한 정보 다이어트는 우리에게 새로운 형태의 무지를 안긴다. 정보의 결핍에 의한 무지가 아니라 과잉 소비에 따른 무지이고, 자기 취향에 맞는 정보만 집중적으로 ‘편식’한 데 따른 무지이다.
음식에서든 정보에서든, 다이어트의 첫 단계는 결국 선택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는 일이다. 텔레비전, 라디오, 영화관들이 흔히 시사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정보 소비는 식습관처럼 적극적인 경험이다. 건강한 삶을 살려면 몸에 좋은 음식을 잘 가려 먹어야 하듯이, 우리는 정보 소비 습관도 수동적인 채널 돌리기에서 의식적인 선택의 문제로 바꿔야 한다. 그게 이 책의 주제다.
번역하면서 많이 배웠다. 정보를 음식에 비유한 지은이의 시각은 단지 새롭고 특이하다는 수준을 넘어, 대단히 깊고 넓은 사회적 함의까지 전달해 주었다. 미국의 정치 상황과 정보 소비 상황이 한국의 상황과 그리 멀지 않다는 점도 자주 깨달았다. 나 자신의 정보 소비 행태를 반성하고, 현명한 정보 소비 운동이 필요하다는 자각도 했다.
지난 몇 년간 한국에는 ‘웰빙’ 바람이 불었다. 특히 음식 분야에서 거세게 불었다. 나는 이 책을 계기로 ‘정보’ 쪽에도 웰빙 바람이 불기를 기대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정보 다이어트’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에 동참하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음식의 산물이다. 왜 우리는 또한 우리가 소비하는 정보의 산물이 아니겠는가?
마지막으로, 과분하게 번역을 맡겨주신 권성준 사장과 김희정 부사장, 더디고 무딘 작업에 힘을 보태주신 황지영 과장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한다. 그리고 걸핏하면 영하 30도를 밑도는 에드먼튼의 한겨울에도 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 준 아내 김영신과 아들 동준, 성준의 해맑은 웃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