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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사이클링

너무 힘겨웠던 캘거리 하프 마라톤

캘거리 마라톤에서 또 하프 마라톤을 뛰었다. 지난 밴쿠버 대회 때와 견주어 너무 힘든 경기였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준비를 제대로 못한 탓인지, 아침에 에너지 바 두 개만 먹고 뛰어서 힘이 달렸던 것인지, 컨디션이 별로인 왼쪽 허벅지와 오른쪽 인대 때문인지... 스스로 진단하는 원인은 체력 안배와 속도 조절 실패다. 


6마일(10km 어간)인가 7마일(12km)을 지나면서부터 몸에 에너지가 남아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죽을 맛이었다. 이제 절반밖에 안 왔는데 연료 탱크가 벌써 바닥이 났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게 그렇게 힘들고 괴로울 수가 없었다. 모든 이들이 나를 제치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템포! 호흡! 자세! 나머지 7마일은 주저앉고 싶은 욕망과의 싸움이었다. 주변에서 북치고 장구치고 종치고 소리지르며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목소리도 들어오지 않았다. 게토레이를 담아 직접 들고 뛴 물통도 그렇게 무겁고 귀찮을 수가 없었다. 아, 이게 이렇게 힘들 수도 있구나!


그래도 골인 지점을 통과하는 순간, 그 모든 고통이 일순간에 사라지는 듯했다. 게다가 미리 어디에서 만나자고 딱 장소를 정해놓은 터여서 가족과도 쉽게 만났다. (캘거리 마라톤이 역사로는 캐나다 최고지만 규모로는 밴쿠버 마라톤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라 '인산인해'의 규모도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사진 맨 아래는 내가 뛴 코스와 기록 (공식 기록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달린 직후. 1시간40분. 밴쿠버 마라톤 기록보다 무려 4분이 더 걸렸다. 골인 지점에서 아내와 성준이가 나를 응원했다고 하는데 나는 그것도 몰랐다. 


골인 지점으로 들어오는 장면을 아내가 잡았다. 뒤로 캘거리 타워가 보인다.


힘들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에고 죽겠다! 페이스 조절을 잘못해 후반에 애를 먹은 사례로 기억될 듯.


골인 지점을 배경으로 내 후원자들을 찍었다.지금 보니 셋 다 윗도리가 흰색 계통이다. ㅎ


'휘니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 캘거리 마라톤 대회에는 모두 1만1천명 정도가 참가했다고 한다 (마라톤, 하프, 10K, 5K 다 더한 규모). 마라톤 5,000명 (그렇게 엄격히 제한을 했다고 한다), 하프 15,000명이 참가한 밴쿠버 대회에는 한참 못 미치는 규모다. 


매년 7월 그 유명한 '캘거리 스탬피드'가 열리는 스탬피드 공원, 그 중에서도 '그랜드 스탠드' (Grand Stand)라는 주 경기장이 골인 지점이다. 사진 왼쪽은 하프 마라톤 주자들, 오른쪽은 10K와 5K 주자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보니 출발도 장소 구별 없이 한꺼번에 시켰다. 6마일 지점쯤 가변 마라톤 코스와 하프 마라톤 코스가 좌우로 갈린다. 


로봇도 응원에 참가했다. 남부 앨버타 공대 (SAIT)에서 만든 로봇이 길가에서 이렇게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


 

다음날 캘거리 헤럴드에 난 마라톤 기사. 대단히 성공적이었다는 내용. http://www.calgaryherald.com/sports/Records+Scotiabank+Calgary+Marathon/6686921/story.html

페이스북 내용을 캡처한 것. 이 블로그가 더 오래갈지, 페이스북을 더 오래 쓸지 알 수 없지만, 페이스북을 영 못 믿겠어서 여기에 다시 갈무리했다.

하프 마라톤 경기 뒤, 컨디션 회복 방법. 글쓴이는 매우 유명한 달리기 코치다.

출처: http://www.active.com/images/activeTrainer/737Half_Marathon_Recovery_Tips.pdf 본래 두 페이지인데, 앞 본문은 경기 직후의 회복 방법을 다루고 있어서 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