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런 식이다. 특히 모든 것이 너무 빨리, 그리고 너무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온라인의 세계에서 그러하다. 일단 저질러놓고 본다. 네티즌, 시민 단체, 감시 기구들이 여기에 반발하며 수정을 요구한다. 앗 미안, 다시 원상태로… 하지만 겉으로만 원상복귀일 뿐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미 충격은 가해졌고, 피해도 초래됐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다. 다시 생뚱맞고 파격적이기까지 한 프라이버시 정책 – 하지만 실상은 프라이버시 수준을 도리어 낮춘 정책 – 이 일방적으로 발표된다. 그에 대한 재반발. 앗 이것도 아니야? 미안, 다시 원상태로…
이처럼 풍선 띄워 여론을 재거나, 슬쩍 옆구리를 찔러 반응의 수준을 재는 행태에서 페이스북은 가히 ‘달인’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걸핏하면 개인 정보의 일부를 공개 정보라고 강변하며 일방적으로 열었다가 네티즌의 반발이 거세면 슬쩍 물러나는 척했다가, 다시 잊을 만하면 휙 열어젖히고, 다시 닫는 척하고, 다시 열고, 하는 행태.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수많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들이 어떻게든 프라이버시의 담장을 낮추거나 아예 헐어 버리려 애를 쓴다. 개인정보가 곧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들의 화폐인 본질적 특성을 고려하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아예 '프라이버시'라는 말 자체를 빼버렸다. 이제는 그냥 '데이터 이용 정책'이다. 사악하달 밖에...
너무 앞서 나간 비관론자나 경망스런 논평가들은 그런 추세에 “프라이버시는 죽었다"라고 나팔을 불고, 그 반대편의 또 다른 극단론자들은 아예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들에 대해 빗장을 지르고 온라인에서 자기 이름과 정보를 지운다. 혹은 지우려 애쓴다. 물론 어느 쪽도, 현명하기는 고사하고 현실적이지도 못하다. 지금의 ‘소셜 웹’ 흐름이 결코 한 번 지나가고 말 바람이나 유행이 아니고, 도리어 사회의 한 존재 양식처럼 자리를 잡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대응, 소셜 미디어의 장점을 활용하면서도 자신의 프라이버시 또한 적정 선에서 관리하는 –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 방안을 찾는 일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 NPR은 최근 과학 기술 부문의 전문가들에게 ‘온라인 시대의 프라이버시’에 관해 조언을 구했다. 현명한 온라인 프라이버시 관리법은 무엇일까? 디지털 시대에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잘 보호할 수 있는 좋은 습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 자녀들은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다음은 그 결과다.
데이비드 코비아 (David Kobia, ‘우샤히디’ 기술부문장):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소셜 미디어가 아니다. 우리가 들고 다니는 휴대전화에는 데이터를 모으는 센서가GPS, 근접도, 소리, 빛, 가속도계 등8-10개에 이른다. 마치 자동차가 배기 가스를 배출하듯, 우리는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며 ‘배기 데이터’를 배출하는 꼴이다. 가령 구글만 해도, 설령 우리가 로그아웃 해도 여전히 우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이길 수가 없는 전투다. 이것은 신기술을 이용하고, 아이패드, 스마트폰을 쓰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다.”
루크 플레머 (Luke Flemmer, 랩49 최고 기술 책임자): “우리는 마치 중세 시대의 촌락에 사는 것처럼 서로의 일상을 훤히 꿰고 있다. 다른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각자 선택할 수 있음에도, 아이들은 아무런 프라이버시의 개념 없이 자란다. 우리는 마치 소셜 미디어만이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것처럼 믿도록 강요 당한다. 하나의 문화로서, 우리는 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서로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또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개인’의 개념이다. 나는 이것이 20세기 말에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나’만을 생각하는 나르시시즘은 소셜 미디어의 출현과 더불어 고비를 넘겼다.”
여기에서도 발언의 온도와 맥락은 사뭇 엇갈린다. 코비아는 비관적이고, 위크리는 실용적이며, 플레머는 낙관적이다. 터클은 사회의 책임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반면, 앤더슨은 개개인의 책임에 무게를 둔다. 그런 면에서 공통의 해법을 찾기는 어렵지만, 개인 차원에서는 소셜 미디어가 지닌 위험성과 혜택 양쪽에 눈길을 주면서 적절한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 한편, 사회적으로는 민주주의와 친밀성에 대해 갖는 프라이버시의 핵심적 가치를 온라인에서도 유지, 보장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