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비상구는 있다" | PC 자가진단등 기본대책 절실 | 주요 전자제품 미리 점검을 NEWS+ 1999년 1월28일치
"어떤 재난이 닥칠지 아무도 모른다. 당신과 당신의 가족을 그 재난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얼마간의 생활필수품을 비축해 두라. 쉽게 변질되지 않는 음식, 충분한 양의 물, 비상구급약 등을 준비하라."
무슨 지진이나 전쟁에 대비한 경고문 같다. 그러나 아니다. 미국 적십자사가 인터넷에 올려놓은 'Y2K 재난' 대비 목록 중 하나다.
'Y2K 재난'이란 무엇인가.
이제는 컴퓨터에 문외한인 사람들조차 이 말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을 터이다. "이 문제를 화제로 떠올려도 '그러한 문제 정도는 이미 다 알고 있다'며 오히려 의아하게 생각할 정도였다"라는 일본 노무라 연구소의 'Y2K 시나리오' 그대로다.
그러나 복습하는 뜻으로라도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Y는 해(年)를 뜻하는 'Year'의 첫 글자, K는 1000을 뜻하는 연결형 단어 'Kilo'의 첫글자. 곧 'Y2K 재난'은 '서기 2000년에 닥칠 불행한 사태'라는 뜻이다. 흔히 '밀레니엄 버그' '2000년 문제'라고도 한다.
Y2K 재난의 비극은 우리 사회와 일상이 지나치게 컴퓨터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비롯한다. 그리고 그 비극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만든 사람들의 '단견'에 의해 더욱 증폭된다.
공공기관, Y2K에 무방비
Y2K 문제는, 간결하게 말해서 마이크로칩이 연도를 잘못 인식하는 탓에 발생한다. 우리는 누구나 1999년 뒤에 2000년이 온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일부 VCR이나 팩시밀리 캠코더 자동차 등에 들어 있는 컴퓨터 칩은 '00'을 인식할 뿐이다. 컴퓨터칩에 00은 2000년이 아니라 1900년이다. 컴퓨터가 만들어지던 초창기에는 컴퓨터의 메모리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있다고 해도 매우 비쌌다. 프로그래머들은 공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줄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줄였다. 연도도 거기에 포함됐다. 네 자리 대신 뒤 두 자리로만 연도를 표기하도록 만든 것이다. 여기에는 프로그래머들의 '관행'까지 가세해서, 메모리칩의 값이 떨어지고 메모리 여유공간이 많이 생긴 다음에도 한동안 두자리 표기가 계속됐다. 두 자리로 연도를 인식하는 컴퓨터 칩은 자동차, 빌딩의 통풍 시스템, 엘리베이터, 화재 및 보안경보 시스템 등 일상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시설들에 깊숙이 박혀 이를 제어한다.
그렇다면 Y2K 재난은 얼마나 심각할까.
경제 전문지인 포브스가 경고한 것처럼, 러시아의 미사일경보 시스템이 잘못 작동해서 미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한 나라 전체가 며칠 혹은 몇달 동안 전기 없는 원시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원자력발전소의 작동 중단? 증권시장 마비? 관제탑 기능 상실에 따른 항공기 이착륙 사고? 전화기 팩스 TV 등 주요 통신수단 불능?
486급 이상 PC는 Y2K 걱정 안해도 돼
그런가 하면 'Y2K 재난은 돈벌이에 혈안이 된 프로그래밍 회사와 컨설턴트, 컴퓨터 기업들의 합동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또 사기극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사회를 마비시킬 만큼 심각한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쪽도 있다.
어느 쪽 주장이 타당한가. Y2K 재난과 관련해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그 재난의 실상을 어느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극단적 낙관론과 비관론 사이의 어디쯤'일 것이라는 언론의 추정도 안이하기는 마찬가지다.
Y2K 문제의 불확실성은 국내에서도 불거졌다. 감사원은 1월7일 정보통신부 등 10개 기관을 상대로 한 국가정보화사업 추진실태 특별감사 결과 "정부의 부실한 Y2K 대응체계, 전문인력 부족 등 총체적인 문제점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특히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보유 설비가 Y2K 문제의 영향을 받는지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못한 실정이며, 방사능 누출 등에 대한 비상대비책도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행정자치부 등은 Y2K 대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 보고된 행자부의 '2000년 문제 종합대책'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정부 각 부처 및 지방자치 단체의 컴퓨터 2000년 문제를 100% 해결하는 것으로 돼 있다.
가전품, 간단한 조작으로 Y2K 피할 수 있어
과연 그렇게 될까. Y2K 재난 대비책에 관한 한 가장 앞서 있다는 미국에서조차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들 중에는 짐을 꾸려 시골로 잠적해 버리는가 하면, 컴퓨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생활습관을 권고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2000년의 시간 폭탄'(Time Bomb 2000, 프렌티스 홀)을 쓴 소프트웨어 관리 전문가 에드워드 요든씨는 아예 뉴욕의 집을 팔고 뉴멕시코의 한 교외로 이주했다. 그의 말. "2000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는 이미 너무 늦었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재난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아마도 뉴욕보다는 뉴멕시코의 교외가 컴퓨터의 재난을 덜 받을 것이다."
사실 개인의 처지에서 본다면 Y2K는 귀찮고 번거로운 몇가지 일거리를 얻는 정도에 그칠지도 모른다. 예컨대 집안의 캠코더나 카메라, 팩시밀리가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다시 세팅하거나, 그 제품을 만든 회사에 수리를 요청하면 그만이다.
Y2K와 가장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매킨토시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PC도 Y2K와는 별 볼일이 없다. 특히 미국 유럽 등 1바이트 문자를 쓰는 나라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성능의 PC를 쓰는 우리나라는, 적어도 PC에 관한 한 Y2K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Y2K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486 기종 이전의 PC를 찾는 일이 더 번거로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PC가 아니다. 전기코드를 잔뜩 물고 있는 전기공급처(전력회사)의 대형 컴퓨터, 유무선 전화기 및 호출기와 연결된 전화회사의 컴퓨터시스템, 경제생활과 직결된 은행 보험회사 증권사 등의 전산망 등이 문제다. 공항 항만 철도 식품회사 등 그밖에도 부지불식간에 우리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컴퓨터는 미처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
요든씨의 조언. "설령 당신이 전깃불은 물론 가전제품 하나 없는 산골에 살더라도 당신이 은행계좌를 하나 가지고 있다면 Y2K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그 날'에 닥쳐 놀라기보다는 미리 놀라는 편이 낫다."
다소 신경증적인 반응이 될지도 모르지만, 개인들도 기본적인 Y2K 대비책 정도는 세우는 게 좋지 않을까. <김상현 기자>
PC의 Y2K 진단방법 (자료:산업자원부)
윈도95·윈도98 이용자
1.【제어판】→【날짜/시간】을 선택
2. 날짜를 '1999년 12월31일'로, 시간을 '오후 11시55분'으로 설정
3.【시작】→【시스템종료】를 실행, 윈도 종료후 전원을 끄고 5분 이상 대기
4. 전원을 켜고 날짜 확인
5. 날짜가 2000년으로 넘어갔는지 확인.
도스(DOS) 사용자
1.C:\>date(엔터)
현재 날짜는 1999-01-○○ □요일입니다.
새로운 날짜를 입력하십시오(년-월-일): 1999-12-31 (엔터)
2.C:\>time (엔터)
현재 시간은 ○○:XX:△△.□□입니다.
새로운 시간을 입력하십시오:23:55:00.00(엔터)
3.전원을 끄고 5분 이상 대기
4. 전원을 켜고 날짜 및 시간을 확인
미래의 컴퓨터 재난들 - "Y2K만이 아니다"
※자료:와이어드 99년 1월호.
컴퓨터 재난은 Y2K만이 아니다. 올해만도 몇 가지 '돌발 사태'가 예상되며, 2000년 이후에도 갖가지 재난이 도사리고 있다.
- 1999년 8월22일: GPS 작동 오류
GPS(인공위성 자동위치측정 시스템) 소프트웨어의 주간 기록계가 처음으로 작동 오류를 일으킨다. 지구 정지궤도에 있는 GPS 위성은 매 1024주(약 19년8개월)마다 시간을 재도록 설계돼, 이 값은 0에서 1023까지 매겨진다. 1980년 1월5일부터 시간을 매겨 온 GPS 위성이 '20년 오류'를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
- 1999년 9월9일:파일 종료 버그(제1부)
'9999'를 파일 종료 명령으로 인식하는 프로그램들은 이날(9/9/99) 돌연 '사고를 칠' 위험성이 높다. 그러나 이맘 때는 Y2K에 대한 경계심이 충분히 인지됐을 때여서 사업계약, 여행예약, 약처방 등 중요한 분야의 오류는 대부분 수정된 다음일 것이다.
- 2000년 1월:심판의 날?
모든 Y2K 관련 프로그램의 85%가 치료됐다고 하더라도 대략 170만개의 프로그램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정확한 예측이라 보기 어렵다. Y2K 재난의 실상은, 막상 그날이 돼야 드러날 것이다.
- 2001년 9월8일:파일 종료 버그(제2부)
'999,999,999'를 파일 종료 표지로 인식하는 일부 유닉스 프로그램들이 이날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1970년부터 시작된 유닉스 시스템의 시계가 이 날 999,999,999초를 지나기 때문이다.
- 2000~2025년: 전화번호의 재난
셀룰러폰과 기타 무선전화기, 호출기, 팩시밀리 등 새로운 전화 번호를 필요로 하는 통신기기의 증가로 10자리 숫자를 기반으로 한 북미 지역의 가용 번호가 고갈된다. 새로 제정된 네자리 지역번호 시스템은 10자리 기반의 데이터베이스 및 소프트웨어와 충돌한다.
- 2038년 1월19일: 유닉스 시스템의 종말
1970년 1월1일부터 시작된 유닉스 시스템의 자체 시간 기록 데이터(밀리세컨드)가 32비트 저장 값을 초과, 오류를 일으키게 된다. 그러나 유닉스 전문가인 데니스 리치씨(벨연구소)는 "40년 전만 해도 상용 컴퓨터 한대 없었다. 앞으로 40년 뒤에는 그에 대한 충분한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 2050년경: 사회보장 번호의 재난
인구 약 2억7000만명의 미국 같은 나라에서 사회보장번호(일종의 주민등록 번호)는 10억개 정도가 한계다. 일정 조건에서 이 번호를 재활용하지 않는다면 관련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데이터베이스 운용에서도 근본적인 수정 작업이 불가피할 것이다.
- 1만년 1월1일: Y10K
서기 1만년이 되면 4자리 단위의 소프트웨어는 새해를 서기 0000으로 인식할 것이다. 신경과민이라고? Y2K를 다시 상기해 볼 것.
Y2K 재난을 피하기 위한 7계명
미국 적십자사는 Y2K 재난을 피하기 위해 가정에서 꼭 점검해야 할 몇가지 사항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놓았다. 주소: www.redcross.org/disaster/safety/y2k.html
※매 항목 앞에 있는 밑줄(___)은 체크란임.
■___컴퓨터로 작동되는 집안의 주요 전자 제품을 점검하라. 화재 및 보안경보 시스템,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자동온도조절장치나 기구, 자동으로 작동하는 차고문, 전자 잠금장치 등 흔히 '칩'이라고 부르는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의해 작동하는 것은 모두 점검해야 한다.
■___어떤 재난이 닥칠지 아무도 모른다. 당신과 당신의 가족을 그 재난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얼마간의 생활필수품을 비축해 두라. 쉽게 변질되지 않는 음식, 충분한 양의 물, 비상 구급약 등은 꼭 갖춰야 한다. 그렇다고 무분별한 사재기를 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당신과 당신 가족이 일주일 정도 쓸 수 있는 정도만 준비하면 된다.
■___Y2K 재난에 의해 자동예금인출-예입장치(ATM)나 신용카드, 현금카드 등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위험성이 있다. 얼마간의 현금을 준비하라. 12/31/99(99년 12월31일) 이전에 충분히 여유를 두고 은행에서 얼마간의 현금을 찾아 잘 보관해 두라. 막바지에 돈을 찾으려다가는 길고 짜증나는 줄을 서야 할지도 모른다.
■___12/31/99를 가리키기 하루나 이틀 전에 자동차 연료를 충분히 채워두는 것이 좋다.
■___전기가 불통될 경우를 대비, 대체 취사도구와 여분의 담요, 코트, 모자, 장갑 등을 준비하라. 플래시와 여분의 배터리도 잊지 말 것. 위급한 상황에서 촛불은 적당하지 않다.
■___예상보다 오랫동안 전력을 쓸 수 없을 경우 다른 곳으로 대피해야 할지도 모른다. 전기가 아닌 배터리로 작동하는 라디오나 TV를 갖추고 정부나 관련 구호기관의 안내 방송에 주목해야 한다.
■___가까운 곳에 있는 경찰서나 병원, 소방서, 기타 구급기관의 연락처를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Y2K 관련 정보와 가이드를 찾으려면?
Y2K 관련 정보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만큼 옥석을 가리기도 쉽지 않다. 북마크해두면 요긴한 알짜 홈페이지를 몇 곳 소개한다. (예상컨대 지금은 이들 중 단 한 사이트도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Y2K에 대한 거의 모든 기사와 정보, 관련 사이트를 망라하고 있다. 새로운 정보로 갱신되는 속도도 매우 빠르다. 국내 소식은 '야후!코리아'에서 얻을 수 있다(headlines.yahoo.co.kr/Full_Coverage/Technology/Year_2000_Problem/)
■'우트네'의 Y2K 가이드
(www.utne.com/y2k/index.html)
미국의 '대안문화' 잡지 우트네(UTNE)가 펴낸 124쪽짜리 책자 'Y2K에 대한 시민 행동 지침'이 pdf 파일로 올라와 있다. Y2K 정보를 가장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곳.
■한국전산원 Y2K센터
(y2000.nca.or.kr/)
국내 Y2K 정보가 집약된 곳. 국내 상황은 물론 다른 나라의 대비 상황까지 파악할 수 있어 퍽 유용하다. 최신동향, 정책정보, 기술정보, 검증 및 확인, Y2K 소식지, 10대 중점분야, 관련 사이트 등의 메뉴.
■한국 Y2K 인증센터
(203.254.87.211/default2.htm)
Y2K 문제를 해결한 국내 기업체와 기관을 인증함으로써 대외 신인도를 높인다는 취지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주관해 설립한 민간 기구.
■정부 2000년문제 정보안내센터
(www.mogaha.go.kr/htm/06.htm)
행정자치부에 마련된 Y2K 정보. 국내 중앙 부처와 지방 자치단체들의 Y2K 대비 상황과 전망 등을 알아볼 수 있다.
■액션2000-밀레니엄 버그
(www.bug2000.co.uk)
영국 정부 주도로 만든 Y2K 사이트. 기업과 개인(가정) 분야로 나눠 그에 적합한 문제 해결책을 제시한다. 매우 짜임새 있을 뿐 아니라, 설명도 쉽고 자상하게 돼 있다.
■Y2K 정보 센터
(www.year2000.com)
가장 다양하고 방대한 Y2K 관련 정보를 보유한 사이트. 새로운 소식과 정보, 기술적 자문 등은 기본. Y2K 관련 유머까지 등장한다.
■Y2K 검색엔진
(xpsoft.com)
Y2K 관련 책, 소프트웨어, 솔루션, 상품 따위를 검색도구를 이용해 찾을 수 있다.
■미 연방정부의 Y2K 디렉토리
(www.itpolicy.gsa.gov/mks/yr2000/y2khome.htm)
Y2K에 대한 미국의 정책, 문제 해결 상황, 국제 Y2K 회의, 어린이를 위한 Y2K 정보 등 다양하고도 방대한 정보와 만날 수 있다.
교황청의 Y2K 방책은 '순례카드'
NEWS+ 1999년 2월4일치
로마 교황청(www.vatican.va)이 2000년을 앞두고 '하이테크 순례' 계획을 발표했다. 흔히 'Y2K'로 불리는 컴퓨터 재난을 막고, 한꺼번에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수백만 순례자들을 순조롭게 맞기 위한 방책이다. 그동안 이 지역에서 악명을 떨쳐 온 소매치기와 강도들로부터 순례자들의 현금과 생명을 보호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방책의 핵심은 '순례 카드'(Pilgrims's Card)다. 메모리 칩이 박힌 순례 카드는 순례자의 신상 정보와 의료 기록은 물론 그가 예약한 호텔이나 호스텔의 정보, 여행 및 관광 계획 등을 저장하게 되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전화를 걸 때, 방문지를 예약하거나 식당에서 계산할 때는 현금을 대신하게 된다. "우선 1000만장 정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티칸-이탈리아 2000년 대희년(大禧年) 준비 중앙위원회'는 "새로운 천년을 성스럽게 맞이하려는 신도들의 바람을 순례 카드가 도와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순례 카드는 새로운 천년을 맞기 위한 여러 사업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바티칸은 무엇보다 로마를 가득 메울 것으로 보이는 인파가 걱정이다. 로마 교황청은 밀레니엄 축일이 계속되는 올해 12월24일부터 2001년 1월6일까지 1년 남짓 동안 약 2500만명이 로마를 다녀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년보다 5배쯤 더 많은 숫자다. 바티칸은 이들을 감당하기 위해 다양한 묘안을 짜내고 있지만 요령부득이다. 숙박 및 교통 시설을 확충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베니스 나폴리 등 이탈리아의 유명 관광지와 철도 및 항공편을 연계, 로마에 하루 이상 머무르지 않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나왔고, 6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을 동원해 인파를 정리하는 대책도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미덥지 않다.
어쨌든 바티칸은 54주 동안 계속해서 새로운 천년의 시작을 축복할 예정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매일 성베드로 광장에 몰린 사람들을 축복할 계획이며, 바티칸은 어린이 예술가 죄수 교사 과학자 체육인 정치가 기자 노동자 등 주제와 직업에 따른 29개의 '희일'(Jubilee Day)을 준비하고 있다.
'Y2K 사기' 조심하세요
'2000문제' 해결 미끼 장비교체·업그레이드 등 유도…거액 요구땐 먼저 전문가에게 문의를 | 1999년 7월1일치
사례 1.
D건설 발전소는 얼마전 미국의 W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D건설이 W사로부터 구입해 설치한 분산제어시스템(DCS)의 문제점을 나열하며 Y2K 문제가 일어날 수 있으니 교체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하루빨리 서둘러야 할 사안이었다.
그러나 일부 현장 담당자들은 W사의 주장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Y2K 문제를 자체 검사한 바로는 연도표기 외에 아무런 이상징후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W사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했던 국내 공급사조차 D건설의 Y2K 실험 결과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인정했다. 그래도 W사는 요지부동이었다. D건설의 자료공개 요구는 거절한 채 시스템 교체에 필요한 수억원대의 비용만을 계속 요구했다. 심지어 "새로운 시스템으로 교체하지 않을 경우 2000년 이후에는 일체의 유지보수를 해주지 않겠다"라고 엄포까지 놓았다.
사례 2.
D알루미늄사는 독일 S사에 질의서를 보냈다. 몇년 전 도입한 자사의 압연 설비에 Y2K 문제가 없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S사는 한동안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몇달 뒤 답장이 왔다. 문제의 압연 설비에 대한 실사(實査)가 필요하며 그 비용은 약 6000만원이 되리라는 내용이었다. '설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그에 따른 해결비용은 별도'라는 설명도 붙어 있었다.
D알루미늄사는 뭔가 미심쩍었다. 부당한 요구라는 생각도 들었다. 국내 W 실사업체에 먼저 알아보기로 했다. W사의 결론. "D알루미늄사의 압연 설비는 간단한 제어 루프(Loop) 여러 개를 사용하는 복합설비로 굳이 실사가 필요 없으며, 날짜와 시간은 그 핵심적인 기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더욱 기막힌 것은 설비 내부장치의 날짜 및 시간 표시계가 아직도 93년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었다. 설비의 실제 기능과 날짜 및 시간제어장치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도 없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묻자 S사는 다시 침묵을 지켰다.
중소기업들 바가지 쓴 곳 수두룩
Y2K 문제 해결을 내세운 일부 기업들의 부당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말이 좋아 부당 행위지, 실상은 '사기'와 다를 바 없는 경우가 많다. 정보통신부나 공정거래위원회가 "Y2K 문제 해결을 미끼로 거액을 요구하는 악덕기업들이 있으니 각별히 유의하라"는 경고 공문이라도 띄워야 할 판이다.
6월18일 한국언론재단 주최로 열린 'Y2K 문제 효율적 대응을 위한 언론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워크숍에서 우리기술의 김덕우사장은 "Y2K 문제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 비양심적 기업이 적지 않다"며 "정부나 관련 이익단체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기술은 원자력발전소의 주요 설비를 국산화한 우량 중소기업. 지난해 말 비정보 기술(흔히 'Non-IT'라고 한다) 분야의 Y2K 문제 솔루션을 개발, 화제를 모은 기업이다.
김사장이 공개한 Y2K관련 부당거래 요구의 유형은 크게 네 가지. △국외 제작사가 장비의 Y2K 문제를 과장하면서 과도한 교체나 업그레이드를 유도하는 경우 △국내 제작사가 자사가 사용한 외국산 제어기의 Y2K 문제를 과장하면서 과도한 교체나 업그레이드를 유도하는 경우 △공급자의 질의에 답변을 기피하는 경우 △장비 자체의 결함으로 제작사가 책임져야 함에도 도리어 추가비용을 요구하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김사장은 "부분 교체만으로 도 충분한데 굳이 전체 교체를 요구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면서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공급자의 20% 정도가 Y2K 문제를 비즈니스의 호기로 이용하려고 난리다. 이 기회에 한밑천 잡아보자는 생각이다. 여기에는 공급사들의 무리한 요구에 호락호락 넘어가는 제품 도입사들의 '무지'도 한몫 한다. 많아야 300만원 안팎이면 새로 장만할 수 있는 PC를 '서버용'이라는 말에 속아 1000만원에 들여놓을 뻔한 중소기업이 있을 정도다. "특히 비정보기술 분야의 기업들 중에는 2000년 전에 Y2K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위기감에 쫓겨 앞뒤 가리지 않고 공급사들의 요구를 수용, 바가지를 쓴 곳이 적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제품의 속성상 공급자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분산제어시스템, 시험장치 같은 복합설비는 공급사 외에는 손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김사장은 "공장이나 발전소 등에서 쓰는 컴퓨터관련 장비는 PC처럼 쉽게 분해 -조립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내부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공급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더욱 큰 문제는 장비의 대부분이 외국 제품이라는 점이다. 자동화 설비의 90%, 의료장비의 85%, 대형 선박 및 항공기 장비의 95%, 각종 실험장비의 80%가 외국산이다. 다시 말해 Y2K관련 부당행위가 많아질수록 외화 유출의 위험성도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가령 국내 10만개의 기업이 외국 공급사에 평균 5000만원을 내고 Y2K 문제를 해결한다면 그 비용은 5조원, 약 40억달러에 이른다. 떠들썩한 금모으기 운동으로 확보한 30억달러보다도 훨씬 큰 규모다.
협회 등 이익단체 통해 공동대응해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사장의 해법은 간단하다. "아는 게 힘"이며 "뭉쳐야 산다"는 것. "Y2K 문제 해결을 핑계로 공급사가 부당한 요구를 해오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기 전에 관련 전문가들에게 먼저 물어보는 게 좋다. 또 협회나 조합 같은 이익단체들을 통해 공동대응을 모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그는 충고한다.
미국 D사에 대한 국내기업들의 대응이 좋은 예다. D사의 시험장치는 2000년을 표시하기 위해 '00'을 입력하면 "85~99 사이만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뜨면서 화면이 정지돼 버렸다. 아예 99년 이후에는 쓰지 못하도록 악의적으로 프로그래밍된 경우였다. 그런데도 D사는 장비 한대당 9000만원 상당의 업그레이드 비용을 요구했다. 국내 30여 업체가 이를 거절하자 D사는 "2000년 이후에는 해당 시스템의 유지 보수를 하지 않겠으며 제3자가 장비에 손을 대도 마찬가지 조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국내업체들이 "자체 해결해 사용한 뒤 국산 장비로 바꾸겠다"고 끝까지 맞서자 D사는 금방 태도를 바꿔 무료 업그레이드를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Y2K문제 관련 부당행위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김사장은 말한다. 가령 특정 기업의 제품들에 Y2K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는 '인증' 제도만 하더라도, '인증을 위한 인증'인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는 Y2K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으면서도 기업과 인증기관이 담합해 '부실 판정'을 내리는 경우가 없지 않다는 것. 변형된 Y2K 관련 부당행위다.
김사장은 "Y2K 부당행위로 과도한 비용을 지출할 경우 해당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개별기업의 경각심은 물론, 정부 차원의 감시와 제재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코앞에 온 'Y2K괴물' "현금 미리 인출하라"
컬퓨터 전원 차단…수도 전기 가스 중단될 수도 | 주간동아 1999년 12월19일치
이제는 정말 발등의 불이다.
보신각 주변에 모여 ‘10, 9, 8, 7…’ 하고 소리치며 새로운 밀레니엄의 도래를 흔쾌히 기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집안에서 이불 쓰고 앉아 TV를 보며 재난에 대비해야 할까?(물론 컴퓨터는 꺼둬야 한다. 귀중한 파일이 날아갈 수도 있으니까).
‘컴퓨터 2000년 표기 문제’ ‘밀레니엄 버그’ ‘컴퓨터 모라토리엄’ 등으로도 불려온 Y2K 문제는 2000년이 코앞에 다다른 지금까지도 인류의 희망 한 쪽을 어둡게 가린 그늘이다. 아직까지도, 또 그 누구도, 이것이 한바탕 소극(笑劇)에 불과할지, 아니면 할리우드의 재난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악몽의 현현(顯現)일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루프트한자항공 안셋오스트레일리아 등 적지 않은 항공사들이 ‘Y2K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면서도 연도가 바뀌는 시간대를 피해 항공기를 띄우기로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영국 일본 대만 프랑스 독일 등 수많은 나라들이 이 즈음을 금융기관 휴무일로 정했는가 하면, 미국 국무부는 미국 시민이 살거나 자주 여행하는 전세계 194개국의 Y2K 위험도를 평가하는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 중국 우크라이나 등을 연말 요주의 여행국으로 분류했다.
우리나라의 Y2K 대비도 미국 못지 않다. 대홍수나 지진이 났을 때의 대비 양상을 연상시킬 정도다. 정부는 12월9일부터 사흘 동안 원전-통신 등 주요 분야에 대한 종합 모의훈련을 실시하는 한편 1000여명 규모의 ‘Y2K 긴급 기술지원단’을 구성해 연말연시 기간 중 비상 대기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남궁석 정보통신부장관은 12월1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Y2K 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이 밝히고 “현재 21명인 Y2K상황실 인력을 56명으로 늘리고 분야별 민관합동대책반도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연도가 바뀔 무렵 컴퓨터바이러스와 해킹 피해가 클 것으로 보고 ‘전산망 해킹탐지 프로그램’을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 적극 배포키로 했다(부속기사 참조).
“중국 러시아 여행 요주의”
이와 함께 Y2K문제가 터지더라도 응급 의료서비스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전국 255개 종합병원의 근무인원을 늘리고, Y2K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의료기기는 10일부터 사용을 금지키로 하는 등 분야별 세부 대책도 마련했다.
이만하면 안심하고 새 천년맞이 축제를 즐겨도 되지 않을까? 더욱이 원전-환경 등 국가 주요 분야에 대한 Y2K 문제가 거의 해결된 마당이다. 적어도 정부 발표에 따른다면 원전, 환경, 해운항만, 전력 및 에너지, 운송, 수자원, 통신, 국방분야는 100%, 금융 의료 등은 99% 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가정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Y2K 국민행동 요령’(표 참조)만 잘 따른다면 불행한 사태는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내장된 칩’(Embedded chips)이다. 컴퓨터뿐 아니라 엘리베이터, 공정제어 설비, 팩스, 전화기, 자동지급기, 석유 펌프, 통신위성 등 다양한 기계에 사용되는 이 칩들은 PC의 날짜 조정하듯 손쉽게 교정되는 것이 아니다. 아예 칩 자체를 바꿔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한 전문가의 추정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작동되는 컴퓨터 칩은 적어도 250억개에 이른다. 이 중 0.1%의 칩에 Y2K 문제가 생겨도 2500만대의 기계가 고장난다는 계산이다. 이를 해결하자면 고장난 2500만개에 내장된 칩을 즉시 교체해야 한다. Y2K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의 전문 조사기관인 가트너그룹의 전망은 한층 더 어둡다. 가트너그룹은 전체 기업의 4분의 1 정도가 Y2K 위기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수주일, 혹은 수개월 동안 현금흐름이 막혀도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Y2K 문제를 연구하는 경제학자 에드 야드니도 묵시록에 가까운 암울한 전망을 내놓는다. Y2K 문제로 인해 경기침체가 될 확률이 70%에 이르며, 그로부터 회복되는 데는 수개월~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그렇게 될까? 대답은 여전히 ‘알 수 없다’라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그것이 ‘일어날 수도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점이고, 세계 각국이 수백조(兆)원에 이르는 비용을 쏟아붓는 것도 이를 근거로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제는 Y2K 예방책보다 그 이후를 더 생각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미국이 Y2K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비용으로 2000년 전에는 1770억달러를 예상한 데 비해 2000년 후에는 재난 복구 및 소송 관련 비용으로 그보다 2배 이상 더 많은 4970억달러(약 597조원)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나, 전세계가 지금까지 쏟은 Y2K문제 해결 비용보다 사고로 인한 배상요구와 법정 소송에 2배 이상 더 많은 1조2000억달러가 소요될 것이라는 유엔의 전망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미국은 6월15일 Y2K 관련 소송이 폭주할 것을 우려해 손해배상금을 25만달러로 제한한 ‘Y2K 책임 제한법’을 통과시켰다. 그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제조한 컴퓨터가 Y2K문제를 일으켜도 이들 기업이 물어야 할 손해배상금은 25만달러를 넘을 수 없다. Y2K 문제가 발생할 경우 최다 피소국(被訴國)이 될 게 뻔한 미국의 발빠른 대응이다. 다른 나라들과의 갈등 소지가 많은 입법이기도 하다.
“기업 25% 살아남지 못할 것”
그렇다면 개인, 혹은 일반 가정은 어떨까? 흔히 Y2K문제는 기업이나 정부 기간산업 등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일반 가정에 국한된 Y2K문제란 실상 해프닝에 더 가깝다. 하지만 컴퓨터 시대의 또다른 특징은 어떤 개인이나 가정도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쓰는 수돗물과 전기, 가스 등은 우리의 의지나 바람과는 상관없이 관련 기관의 Y2K 문제에 의해 공급 중단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 개인이나 가정의 노력만으로는 Y2K문제에 완벽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사실. 시민들이 갖는 불안감의 한 뿌리다. 게다가 Y2K문제에 대한 온갖 가상 시나리오가 일반의 경계감과 불안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Y2K문제를 빙자한 컴퓨터 바이러스의 증가도 적잖은 부작용을 낳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전기 수도 가스 등이 끊겼을 때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연도가 바뀌는 시기가 한겨울인 데다, 일반의 불안감에 편승한 유언비어 유포, 어수선한 연말연시를 틈탄 파괴와 약탈이 자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세기말이라는 독특한 사회적 정서와 Y2K문제에 대한 불안감이 겹침으로써 벌어질 수 있는 일반의 패닉(Panic·공포) 현상이다. 정부가 100% 해결했다고 발표한 부문에서 Y2K 문제가 불거질 경우 그러한 위험성은 더욱 크다.
결국 일반 사람들의 침착하고 충실한 ‘국민 행동요령’도 중요하지만, 만약의 사태에 신속하고도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정부의 ‘Y2K 비상체제’도 그에 못지 않게 긴요하다는 얘기다. 지금도 Y2K를 향한 카운터는 계속 그 숫자를 줄여가고 있다.
Y2K 바이러스 6가지 유형
Y2K 문제를 가장한 컴퓨터바이러스는, 어떤 면에서 Y2K문제 자체보다도 더 위험할 수 있다. Y2K문제는, 일반의 우려와 달리 한낱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그에 편승한 바이러스는 ‘분명히’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는 이를 막기 위해 한국정보보호센터, 백신업체, PC통신 업체 등 관련 기관과 공동으로 ‘Y2K 관련 바이러스-해킹 방지대책’을 마련했다. 바이러스 문제는 정보통신부 ‘컴퓨터바이러스 대응기술지원 담당’(02-3488-4139)으로, 해킹문제는 ‘침해사고 대응 담당’ (02-3488-4129)으로 연락하면 된다. 한국정보보호센터의 웹사이트(www.certcc.or.kr, www.kisa.or.kr)를 이용할 수도 있다.
△2000년(Y2K) 기념 바이러스=새 천년을 기념해 축하카드, 기념카드 형태의 이메일로 전파되며 이를 읽거나 첨부파일을 실행하면 동작한다(예: Happy99(99년 기념)).
△Y2K문제 해결을 위장한 바이러스=Y2K문제 해결을 위한 유틸리티나 패치 파일 등으로 위장한다 (예:Y2KCOUNT-마이크로소프트사가 만든 2000년 카운트 시계로 위장).
△Y2K 거짓정보 바이러스=Y2K문제가 없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며 사용자들을 혼란케 하는 거짓 메시지.
△Y2K문제 해결 프로그램을 공격하는 바이러스.
△신종 바이러스=해킹과 결합된 형태. 사용자 정보유출을 노리거나 시스템의 날짜를 변경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킴(예: 백오리피스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