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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T-SFO의 말러 7번

SFS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줄임말, MTT는 1995년부터 그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마이클 틸슨 토마스'의 줄임말이다. 둘의 관계가 10년 넘게 지속된 데다 그 결과물 또한 상품(上品)이다 보니, SFS/MTT는 마치 한 단어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이들의 최근 말러 연주 (심포니 7번)가 지난 2월11일 열린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상 두 개를 가져갔다. '최우수 클래식 앨범' 부문과 '최우수 오케스트라 연주' 부문의 상이다. 미국에서 주는 상, 미국의 오케스트라가 받은 게 무슨 대수랴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의 수상에는 다소 눈물겨운 바가 있다. 이들의 음반이 그 잘난 EMI나 데카, 도이체 그라모폰 같은 거대 음반사의 도움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돈 많은 음반사들, 오케스트라 음악이 별로 돈이 되지 못한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라 오케스트라들과의 계약을 대부분 끊어버렸다.

실제 연주 실력이야 어찌되었든 대중적 인지도나 인기에서 베를린필이나 빈필 등과 같은 반열에 설 수 없는 SFS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그들의 연주를 음반으로 내겠다는 기업이 없었다. 오랫동안 '명문'으로 꼽혀온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같은 곳도 음반 내주겠다는 데가 없어 손가락만 빨아야 하는 마당에 SFS야 오죽하겠는가. MTT와 계약 관계에 있던 BMG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SFS는 '자비 출반'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마존닷컴에 들어가 음반 정보를 보면 'Label: San Francisco Sym'이라고 돼 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다행히 거액의 기부자 덕택에 음반을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서글픈 현실이다. 그들의 말러 녹음을 듣고 보면 더욱 그렇다. 이렇게 빼어난 품질의 연주가, 음악이, 단지 상업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메이저 음반사들로부터 외면 당하는 그 현실이... 

상업적 가치나 대중적 인기와는 상관없이 부지런히 갈고 닦고 보전하고 더 나아가 그 품질을 향상시켜야 하는 것들이 있다. 클래식 음악도 그 중 하나라고, 나는 믿는다. 

그와 관련해서 맛보는 씁쓸함 또 하나: 돈/자본의 불균등한 분포. 밑에 있는 돈이 숨을 못 쉴 만큼 돈에 파묻혀 사는 인간들은 클래식 음악이나 양질의 문화, 올곧은 저널리즘 따위에 무심하다. 무지하고 무식하다. 혹은, 아마도 그래서, 아니 그래야만 그렇게 돈을 벌 수 있는 것일까? 그에 견주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라고 당위론을 부르짖는 부류는 대개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벅찬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혹은, 그렇게 '쓸데없는' 일에 신경을 쓰느라 돈도 못벌고 못사는 것일까? 

SFS/MTT의 말러 - 단정하고 청명하고 잘 정돈된 연주다. 공격적이지도, 그렇다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는, 퍽 객관적이고 담담한 연주. 담백하다. (2007/03/12 0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