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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사

해가 지지 않는 ‘MS 제국’

‘부당독점’제소 불구 위세 막강 | PC운영체계이어 인터넷까지 석권 야심 | NEWS+ 1998년 3월19일치

    넷스케이프의 짐 박스데일 회장이 청문회의 청중에게 말했다.
『매킨토시말고 인텔칩 기반의 일반 PC를 쓰는 사람은 손을 들어 주십시오』참석자의 4분의 3이 손을 들었다. 『이 중에서 도스나 윈도 같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계(OS)를 쓰지 않는 사람은 손을 계속 들고 계십시오』올라갔던 모든 손이 내려갔다. 손을 들고 있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박스데일 사장이 말했다.『여러분, 이게 바로 독점입니다』

3월2일(현지 시각) 미국 상원 법사위 청문회. 컴퓨터 소프트웨어업계의 황제로 군림해온 마 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은 4시간 동안 짐 박스데일, 스콧 맥닐리(선마이크로시스템스 회장) 등에 맞서 「부당 독점」 논쟁을 벌 였다(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계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자사 웹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 플로러」를 컴퓨터업체들에 끼워 판 혐의로 연방법원에 기소된 상태다).

맥닐리 회장은 『현재 판매되는 PC의 90%가 윈도 운영체계를 쓰고 있다』고 지적한다. 『독 점의 문제점은 다른 사람이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없다는 점이며, 설령 그보다 좋은 제품이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경쟁할 수 없다는 점이다. 독점 상황에서는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빌 게이츠 회장의 주장은 다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우세한 지위는 기술의 급속 한 변화에 따른 것이지 컴퓨터 산업을 독점하겠다는 열망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고 그는 말한다.

경쟁사 꺾기 어려울 땐 인수­제휴로 영역 확장
 
그는 세간의 「마이크로소프트 제국론」에 대해서도 고개를 젓는다. 『윈도는 결코 난공불락 이 아니다. 시시각각 변모하는 신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면 언제라도 밀려날 수밖에 없는 여느 소프트웨어처럼 매우 취약하다』고 그는 말 한다.

그리고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자바」(Java) 기술을 예로 든다. 자바는 윈도95든 유닉스든 운영체계와 상관없이 실행되는 독립 프로그램으로, 인터넷 등 네트워크를 통해 필요한 프로그램과 정보를 받는 이른바 「네트워크컴퓨터」의 핵심 기반이다.『요즘 어디를 가든 자바와 네트워크 컴퓨터 얘기를 듣는다. 불과 1, 2년 전만 해도 컴퓨터는 곧 PC를 의 미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가 엄살을 떠는 것일까? 미래학자인 피터 드러커의 견해에 따른다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IBM이 1990년대 초 반에 위기를 맞았던 것처럼 마이크로소프트도 가까운 미래에 독점적 지위를 잃어버릴지 모른다』고 예견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오늘은 더없이 건강하다. 단기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이 더욱 강화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한 전망의 첫번째 근거는 윈도용 PC의 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데스크톱 PC는 물론 노트북 PC까지 1000달러선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그에 따라 싼값을 무기로 내세웠던 IBM 넷스케이프 오라클 등 네트워크컴퓨터 진영의 자리는 더욱 옹색해졌다.

두번째는 윈도용 응용 소프트웨어가 견줄 데 없이 풍부하다는 사실이다. 가령 유닉스(UNIX)용 전자우편 프로그램은 단 한개밖에 안되는 데 반해 윈도용은 무려 75개나 된다. 가격이나 성능 면에서 경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발빠른 기술 변화… “독점 더 강화될 것”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다른 어느 기업보다도 발빠르게 기술 변화에 적응한다는(때로는 주도한다는) 사실이 다. 웹브라우저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넷스케이프의 아성을 불과 1년여만에 무너뜨린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마이크로소 프트는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성능을 넷스케이프 수준까지 끌어올렸으며, 윈도 운영체계의 독점적 지위를 활용 해 거의 모든 PC의 바탕 화면에 자사의 브라우저와 연결되는 아이콘을 만들었다.

「그곳에 산이 있으니까 산을 오른다」는 말처럼, 컴퓨터 이용자들은 「본래 거기에 설치돼 있으니까」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썼다. 그에 반해 넷 스케이프를 쓰자면 몇분, 혹은 몇십분 동안 일삼아 파일을 다운받아야만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니 빌 게이츠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컴퓨터 운영체계나 사무용 소프트웨어를 넘어 훨씬 더 넓고 큰 지평으로 나아가고 있다. CD롬이면서 인터넷과 긴밀히 연결되는 멀티미디어 백과사전 「인카타」(Encarta)나, 오락성과 교육성을 가장 모 범적으로 결합했다고 평가받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시네마니아」 같은 제품은 그러한 지평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빌 게이츠는 경쟁 상대를 꺾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그것을 아예 사버리거나 제휴하는 방법으로 영토를 넓혀 왔다. 세계적으로 8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한 무료 전자우편 서비스 [핫메일](http://www.hotmail.com), 인터넷과 TV의 결합을 꿈꾸는 「웹TV」 (http://www.webtv.com) 등을 사들인 것이 앞의 예라면, 방송사인 NBC와 합작한 인터넷 뉴스 MSNBC(http://www.msnbc.com), 스필 버그-게펜-카첸버그 콤비의 드림워크스SKG, 지구를 저궤도위성들로 거미줄처럼 묶는 「텔레데식」 프로젝트(http://www.teledesic.com) 등은 뒤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빌 게이츠가 개인적으로, 혹은 기업 차원에서 벌이는 작업은 그것 말고도 매우 다양하다. 3월부터 유료 서비스에 들어간 온라인 잡지 [슬레이트](http://www.slate.com), 인터넷을 통한 여행 안내 및 예약 서비스 「익스피디아」(http://expedia.msn.com), 뉴욕 보스턴 시애 틀 시드니 등 세계 주요 도시의 문화-생활 정보를 꼼꼼히 안내하는 「사이드워크」(http://www.sidewalk.com) 등은 이미 다른 잡지사와 여행사, 신문사들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또 빌 게이츠가 개인적으로 설립한 코르비스사(http://www.corbis.com)는 전세계 의 유명 미술품과 유물, 사진 등에 대한 디지털 권리(디지털 정보로 바꿨을 경우의 권리)를 맹렬히 사들이는 중이어서 그에 대한 우려 와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부당 독점 행위에 대한 조사는 아직 진행중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될 가능성이 높다. 잠시라 도 규제하고 막으면 무너질 수밖에 없는 현대 컴퓨터산업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미국 경제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여 도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액은 110억달러. 약 1000억달러로 추산되는 97년 미국 소프트웨어산업 전체 매출액의 10%가 넘는 규모다. 마이크로소프 트사는 그 중 26억달러를 연구-개발비로 쏟아부었다. 오늘도 3만4000여 직원과 200여명의 컴퓨터 과학자들은 눈에 불을 켠 채 신기 술을 좇고 있다.

『윈도 운영체계의 독점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캠벨소프트웨어의 마이크 캠벨 회장은 말한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위세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될 것이다』김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