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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사

‘환상의 듀오’ 조던-피펜 손끝서 우승 나온다 (NEWS+ 1997년 6월5일치)

* 이 때는 정말 온갖 기사를 다 썼다. 이렇게 스포츠 기사도 가끔 썼다. 당시 새벽 서너 시에도 일어나 AFKN으로 방송되는 NBA 생중계를 볼 정도로 마이클 조던에게 꽂혀 있던 시절이어서 가능했다.

뉴스플러스는 잘 팔리지 않았다. 당연히 광고도 거의 붙지 않았다. 취재하고 글 쓰는 기자는 10명이 채 안됐다. 몸으로 떼우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신나게 써댔다. 매주 고정으로 쓰는 꼭지는 과학/건강과 정보통신, 음악, 음반평이었다. 가끔 서평도 썼고, 아래처럼 스포츠 기사도 썼다. 사실 가장 초점을 둔 분야는 정보통신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그 분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별로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터넷 얘기를 써도 그 분야 사람들만 읽었다. 그러다 보니 뉴스플러스 아무개 기잡니다, 라고 하면, 아, 음악 담당이시죠? 라는 대답을 듣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렇다고 거기에 큰 불만은 없었다. 초점은 정보통신이었지만, 개인적인 애정과 취미는 음악이었으니까...

그 덕택에 KBS 라디오의 'FM 실황음악'에 매주 한 번씩 5년여 동안 출연하기도 했다. 내가 나오는 방송 시간대가 토요일 저녁이어서, 아마 듣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방송한 지 3년인가 4년인가 지났을 무렵 시사저널의 한 선배가 뜬금없이 "너 라디오에 나오더라?"라고 했을까? 당신조차도, 그 날 우연히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에 라디오 채널을 돌리다 귀 익은 목소리와 만난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그 프로그램이 정말 좋았다. 지금은 은퇴하신 김신환 프로듀서가 정말 존경스러웠고, 전 진행자인 우광혁씨 (지금은 서울예술종합학교 교수)도 참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방송 자체보다 셋이서 이런저런 잡담하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 몰랐다. 그 스튜디오의 모니터용 스피커로 듣는 유럽 유수의 페스티벌 실황 음악이 얼마나 매력적이었던지! 별로 비싸 보이지 않은 탄노이 스피커였는데, 나는 아직도 그보다 더 매혹적인 소리를 내는 스피커를 만나지 못했다. 


NBA결승 토너먼트 - 조던-­피펜, 말론-­스탁턴, 올라주원-­바클리 등 ‘단짝’ 활약에 승패 갈려

    결국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것은 걸출한 영웅이다. 안개속처럼 혼미하던 난전(亂戰)도 그에 의해 극명한 승패의 분수령에 다다른다.

    지금 96~97 시즌 미국프로농구(NBA)의 패권을 다투는 네 팀들은 이러한 영웅을 거느렸다는 점에 서 서로 닮았다. 5월22일 발표된 「NBA 베스트 5」 중 4명이 4강 진출팀 소속이다. 가드 마이클 조던과 팀 하더웨이는 각각 시카고 불스와 마이애미 히트, 센터 하킴 올라주원과 포워드 칼 말론 은 각각 휴스턴 로케츠와 유타 재즈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

    포워드 그랜트 힐만이 8강 진출에 실패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소속이다. 결승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두 팀, 곧 시카고와 유 타의 리더가 모두 투표자 전원일치로 그 포지션의 베스트에 뽑힌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주역은 빛나는 조역이 있을 때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하는 법이다. 주역에 버금가는 조역이 없다면 이들의 가치는 반감된다. 「1 더하기 1은 2보다 크다」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들 4강 팀은 톱니바퀴처럼 긴밀하게 돌아가는 「다이내믹 듀오」(Dynamic Duo)를 거느리고 있다 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언론에서는 흔히 이들을 「투섬」(Twosome)이라고 부른다. 빼어난 기량을 갖춘 두(Two) 거물급 선수(Some)라는 말이다.

    조던과 스코티 피펜이 현재 NBA 최고의 듀오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농구 코트의 앞(피펜)과 뒤(조던)에서 종횡무진 펼쳐지는 이들의 고난도 묘기는 스포츠와 예술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농구황제」 「에어조던」 「농구의 신」 같은 찬사를 듣는 조던의 기량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거니와, 그리 현란하지 않으면서도 게임당 20점대를 올리는 스몰포워드 피펜의 성실한 플레이 또한 그에 못지 않다.

현란한 콤비 플레이로 팀 득점 50%이상 주도

    조던은 야구 외도에서 복귀한 지난 94~95 시즌부터 경기 스타일을 바꿨다. 혀를 길게 빼물며 솟구쳐 슬램덩크를 구사하던 「에어조던」에서 노련한 점프슈터로 변신한 것. 나이(34)에 따른 힘의 노쇠를 반박자 빠른 동작과 속임수로 만회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리고 그의 변신은 크게 성공했다. 수비수를 등진 상태에서 몸을 한껏 뒤로 기울이거나 비틀며 던지는 그의 슛동작은 여전히 전광석화 같아서 번번이 수비수들을 하릴없는 구경꾼으로 만들어버린다.

    강(强)과 유(柔)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조던과 피펜의 기여도는 팀 전체득점의 50% 이상이 이들의 손끝에서 나온다는 사실에서도 잘 증명된다(조던은 플레이오프 들어 평균 30.5점을, 피펜은 20.8점을 올리고 있다).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이」라는 말은 아마도 말론과 존 스탁턴에게 가장 잘 어울릴 것이다. 두 사람은 마치 하나의 세트처럼 움직인다. 오랫동안 어시스트 왕으로 군림해온 스탁턴은 플레이오프 들어 게임당 10.1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승리에 기여하고 있는데, 정규시즌 평균 27.4점, 플레이오프 평균 28점이라는 말론의 기록도 상당 부분 스탁턴의 절묘한 어시스트에 빚지고 있다. 오죽하면 말론의 별명이 「우편집배원」이겠는가.

    그러나 이 별명이 실제로 가리키는 것은 말론의 기복없는 경기운영 능력 쪽이다. 그가 조던을 제치고 96~97 시즌 MVP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거의 모든 경기에서 20점 이상을 득점하고 10개 안팎(정규시즌 평균 9.9개)의 리바운드를 걷어올린 기량 때문이다.

    휴스턴 로케츠의 하킴 올라주원과 찰스 바클리는 주역과 조역의 관계라기보다 「공동주연」에 더 가깝다. 둘은 서로 다른 포지션이면서도 플레이오프 들어 거의 비슷한 리바운드(각각 12개와 11개)를 잡아냈다. 득점은 22.3점의 올라주원이 상대적 우위.

    바클리는 평균 18점대에 그쳤는데, 그의 부진이 유타와의 4강전에서 내리 두 번 패하는 한 원인이 됐다. NBA 패권을 거머쥐겠다는 일념으로 피닉스 선스에서 이적할 만큼 승부욕이 강한 바클리지만 아직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한 듯하다.

    마이애미 히트도 다이내믹 듀오의 난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이애미는 시카고와의 두차례 원정경기에서 졸전 끝에 연패했다. 1차전에서는 전반까지 11점차로 앞서다 후반에 역전 당했고 2차 전에서는 68점을 기록하는 슛 난조 끝에 패퇴했다. 2차전에서 모닝과 하더웨이는 각각 14점, 15점을 기록했다.

    마이애미가 결승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모닝의 블록슛과 하더웨이의 중장거리포가 필수적이다. 특히 하더웨이의 3점포는 마이애미의 주무기. 난적 뉴욕 닉스를 7차전에서 침몰시키는 데 결정타 노릇을 했던 그의 3점포는, 그러나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다. 1차전의 경우 14개의 슛을 던져 4개 만을 넣는 극심한 난조를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NBA 최종 결승에 오를 팀은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대부분 시카고와 유타가 격돌할 것으로 예상한다. 휴스턴의 결승 진출을 예상하는 의견도 만만찮지만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는 유타에는 역부족이라는 견해가 더 우세하다.

    다이내믹 듀오의 성적을 견주어 보더라도 그 우위는 입증된다. 유타의 말론과 스탁턴이 정규 시즌보다 훨씬 더 높은 득점을 올리는데 반해 휴스턴의 주득점원인 바클리와 드렉슬러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라주원의 고군분투로는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시카고와 마이애미의 승부는 8대 2 정도로 시카고의 우세. 각 포지션별로나 벤치의 전력으로나 시카고가 한 수 위다. 큰 경기를 많이 치러본 노련미도 시카고의 비교 우위.

    마이애미로서는 체력 을 앞세운 압박수비와 중장거리포, 명장 팻 라일리의 작전 등으로 이변을 노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시카고는 NBA 최고의 팀이다. 시카고를 이기자면 우리는 평균실력보다 훨씬 더 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라일리 감독의 말에서도 이들의 고민이 드러난다.
 
“시카고 불스­와 유타 재즈 결승서 격돌” 전망

    시카고와 유타의 결승전. 승리의 여신은 어느 쪽에 미소를 지을까?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여전히 시카고의 우위. 미국의 스포츠전문 방송인 ESPN이 10명의 전문가에게 설문한 바에 따르면 단 한명만이 유타의 승리를 점 쳤다. 그러나 예상은 늘 빗나갈 소지를 안고 있다.

    특히 13년 간의 선수 생활을 통틀어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말론이 최대 변수. 다섯 번째 MVP 타이틀을 노리는 조던을 제친 점이 그의 사기를 한껏 더 높여준 듯하다.

    더욱이 시카고는 고르지 못한 경기 감각으로 힘겨운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다. 4쿼터 막판까지 10여점차로 뒤지다가 겨우 뒤집는가 하면, 마이애미와의 2차전에서 는 NBA 플레이오프 사상 최저 득점의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3각 압박수비가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그러나 시카고는 전통적으로 큰 경기에 강하다. NBA 최고의 승부사인 조던의 중량감도 무시할 수 없다. 더욱이 조던은 결승에서 말론을 이김으로써 누가 NBA의 진정한 강자(Boss)인지 보여주 겠다는 결의를 다져온 터다. 어느 팀이 올해의 NBA 타이틀을 거머쥐든 이들의 명승부는 오랫동 안 전세계 농구팬들을 즐겁게 해줄 것이 분명하다.〈김 상 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