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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사

자연이 인류에게 주는 혜택을 돈으로 환산하면? (NEWS+ 1997년 5월29일치)


연 30000000000000000원 
생태·환경학자들 16개 생태계 분류해 돈으로 환산 - 인간 경제활동의 2배 
 
   연간 33조달러.

    생태학자와 환경론자들이 계산한 지구 생태계의 값이다. 이를 다시 우리 돈으로 환산(1달러 당 900원)하면 2경9700조원, 약 3경원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3 뒤에 16개의 0을 붙여야 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과학자들은 미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국립생물분석 및 합성센터」의 지원을 받아 대기로부 터 바다에 이르기까지 지구의 모든 것에 대해 금전적 가치를 매겼다.

    그를 위해 과학자들은 생태학과 경제학, 정치학, 생물학 등 가능한 모든 분야의 자료를 긁어 모아 다시 분석하고 분류, 정리하지 않으면 안됐다.

    연구팀은 『전체 생물권(生物圈)의 가치는 연간 16조~54조달 러에 이른다. 33조달러는 그 평균을 낸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 금액도 최소한의 규모로 봐 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과학 전문지 「네이처」 5월15일자에 그 결과를 실었다.

숲은 홍수·가뭄 등서 인간을 보호하는‘대형물탱크’

    지구 생태계의 가치는 인류의 경제적 생산규모와 견주어 볼 때 더욱 돋보인다. 인류가 만들 어낸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국민총생산)는 대략 18조달러. 지구 생태계의 생산능력에 비하면 절반밖에 안되는 셈이다.

    『인간의 경제라는 것도 결국 지구 생태계의 도움없이는 존 속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구 생태계의 가치는 도저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규모』라고 연구팀은 주장한다.

    과학자들은 지구 생물권을 여러개의 서로 다른 생물학적 부문으로 세분했다. 16개 생물 군 계(群系, Biome)가 베풀 수 있는 생태계의 서비스를 17항목으로 나누어 계산한 것이다.

    예 컨대 과학자들은 삼림이 제공하는 대기정화의 가치를 연간 헥타르(ha)당 141달러로 평가하 는 한편, 그것이 식량 생산과 원료 제공 등 다른 혜택에 기여하는 가치는 따로 뽑아 연간 헥타르당 969달러(약 87만여원)로 추정했다.

    『생태계의 혜택은 시장의 개념이나 생산자본의 개념으로 분명히 잡히지 않기 때문에 자주 무시돼 왔다』고 연구팀의 로버트 코스탄자 교수는 말한다. 『생태계의 가치를 구체적 금액으 로 나타낸 것은 그 생태계와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려는 목적이었다』

    콘스탄자 교수의 우려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그에 따르면 해마다 약 1130만ha의 삼림이 사라진다. 삼림이 곧 지구 생태계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심각한 위기상황임은 분명하다.

    FAO에 따르면 천연림과 인 공림을 포함한 세계의 삼림은 90년 이후 5630만ha나 줄어 95년 현재 35억ha이다. 이는 그린 랜드와 남극 대륙을 제외한 세계 육지의 26.6%에 해당하는 규모다.

    과학자들이 가른 17개 항목의 생태계 서비스는, 그 세목(細目)을 대충 살피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엿보기에 충분하다.

    지구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대기의 화학 조성을 조절하는 일이다. 이산화탄소와 산 소의 미묘한 균형,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 생산 등 생태계가 대기를 주무르는 능력은 인간 을 포함한 동식물의 생존에 결정적인 변수다. 지구의 온도와 강수량, 온실기체 등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주는 일도 빼놓을 수 없는 생태계의 혜택.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재난은 또 어떤가. 가령 울창한 숲은 폭풍이나 홍수, 가뭄 등으로 부터 우리를 지켜준다. 이 때 숲은 거대한 물탱크다. 넘칠 때는 담아주고 모자랄 때는 내준 다. 식생 구조에 따라 극적으로 달라지는 환경의 다양성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신비다.

    토양을 둘러싼 생태계의 순환도 서비스의 중요한 원천이다. 풍화되어 유기물로 쌓이는 바 위, 식물의 영양소가 되어 주는 질소 고정, 독성 물질의 중화, 토양의 침식 작용 등이 이 순 환고리의 일부를 이룬다. 미생물로부터 식물 초식동물 육식동물을 거쳐 다시 미생물로 돌아 가는 먹이사슬도 그러한 순환에 귀속된다.

해양 생태계 가치 36조달러…육지는 15조달러
 
    지구 생태계는 또한 식량과 원료, 유전자원을 인간에게 제공한다. 경제활동의 기반을 이루 는 셈이다. 생태계는 그밖에도 생태관광 낚시 등 휴양 공간을 마련해주며, 미학적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생물군계로 따졌을 때 해양 생태계의 가치는 약 36조달러, 육상 생태계 는 15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상의 경우 삼림과 초지의 공헌도가 특히 높아서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각각 4조8500억달러와 3조8980억달러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곧바로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다』고 미 텍 사스대학의 스튜어트 핌 교수는 평가한다. 현재 브라질과 그 인접 국가들은 강줄기를 곧게 펴고 수심을 늘려 주변 습지대의 물을 빼낸 뒤 경작지로 이용할 계획을 세웠다.

    핌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는 공사 결과 늘어날 경작지 면적과 콩 생산량을 내세워 환경단체들의 반대 를 외면해 왔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그 공사의 생태학적 피해규모를 제대로 드러내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 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