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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이클 틸슨 토머스 - '가장 미국적인 지휘자" (NEWS+ 1997년 4월24일치)

    MTT. 「가장 미국적인 지휘자」 마이클 틸슨 토머스(53)는 본명보다 「MTT」라는 약어로 더 널리 통용된다. 「레니」라는 애칭을 들었던 미국 태생의 명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을 연상시키는 어법이다.

    MTT가 레너드 번스타인을 연상시키는 것은 이름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매우 개방적이며 때로는 파격적이기까지 하다는 면에서 번스타인과 기질이 비슷하다. 미국 작곡가들의 작품을 세계화하는데 들이는 정성도 번스타인 못지 않으며 자신을 「상품화」하는 스타기질 또한 대단하다.
 

    최근 발매한 MTT의 음반 중 하나(빌라-로보스의 「브라질풍의 바흐」)는 연주곡목보다 앨범의 사진이 먼저 화제에 올랐다. 야자수 잎사귀를 배경으로 선글라스를 끼고, 오른손에 앵무새를 앉힌 모습이었다.

    음반 홍보를 위해 찍은 또다른 사진은 그보다 더 충격적이었는데 앵무새 대신 커다란 뱀이, 그것도 손등이 아니라 목에 감겨 있었던 것이다. MTT도 클래식 음악의 근엄함을 버리고 팝 음악의 가벼움에 투항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언제나 겉모습보다는 실속이 더 중요한 법이다. 그가 보여주는 내용(연주)은 다른 어떤 근엄한 지휘자나 오케스트라의 그것보다도 더 단정하고 정통적이다.

    헐렁한 옷차림과 「신세대스런」 포즈는 그러한 내용에 접근하는 전략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알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고나 할까?

    그가 최근 선보인 음반은 두가지. 빌라-로보스의 「브라질풍의 바흐」 4, 5, 7, 9번과 「모더니스트 코플랜드」이다(BMG). 에어런 코플랜드에 대한 MTT의 남다른 관심과 천착은 이미 오랜 역사를 가졌거니와 「브라질풍의 바흐」에 손을 댄 것은 그의 자유분방하고 도전적인 음악관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브라질풍의 바흐」는 바흐를 세계 공통의 민속음악으로 이해한 빌라-로보스의 걸작이다. 이 작품을 통해 바흐의 음악이 지닌 깊이와 너비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특히 제5번에서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이 들려주는 향수 가득한 비브라토의 목소리는 절창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 작품은 국내에는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퍽 친숙한 선율이어서 적잖은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모더니스트 코플랜드」는 MTT의 미국인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앨범이다. 그는 자신의 수족 같은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함께 피아노 협주곡, 관현악 변주곡, 짧은 교향곡 제2번 등을 연주한다.

    각 작품이 가진 특성들, 이를테면 재즈적인 색채라든가 현대음악 특유의 불협화음, 탄력적인 리듬감각 등이 잘 살아 있다.

    MTT는 지금까지 200여장의 음반을 냈다. 그러나 그는 중견 지휘자의 이미지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21세기형 연주가」의 이미지를 더 강하게 풍긴다.

    이는 그가 지난 94년 런던심포니를 떠나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으로 옮겨온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MTT가 그 나름의 음악세계를 펼쳐 보이기에는 아무래도 「너무나 미국적인」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쪽이 더 나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의 다채로운 이력과 연주활동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다(주소 http://www.sfsymphony.org). <김 상 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