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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사

머피 법칙은 우연?…과학입니다 (NEWS+ 1997년 4월17일치)

英 매튜스 교수, ‘잘못될 가능성’ 확률 조합 - 고체역학 등 총동원하여 분석 도출

    아뿔싸! 늦잠을 잤다. 직장에 늦을 것 같다. 마음이 급하다. 후다닥 낯을 씻고 나서 토스터에 빵을 넣는다. 아무리 급해도 아침은 먹어야지. 그런데 양말은 어디에 있담? 이리저리 뒤지다 겨우 새 양말을 찾았다. 그런데 짝짝이다. 이런… 그럼 토스트를 먹어볼까? 버터를 바르고… 이크, 놓쳤다! 설상가상이라던가? 바닥에 닿은 곳이 하필이면 버터 바른 쪽이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내린다. 어제 구두 닦은 일이 생각난다. 일주일 만에 마음먹고 닦은 구두였는데….

    전철역에서 승차권을 산다. 줄이 길다. 어느 줄에 설까? 가장 짧은 듯한 줄에 가 선다. 그런데 줄은 움직일 줄 모른다. 양 옆의 줄만 쑥쑥 줄고 있다. 왜 그럴까? 고개를 내밀어 보니 맨앞에 섰던 승객과 역무원 사이에 승강이가 한창이다. 오늘도 별수없이 지각이군.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반드시 그렇게 된다」. 그에 대한 노래가 나올 만큼 「머피의 법칙」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다. 그렇다면 이것은 진짜 「법칙」(法則)인가? 아니면 한낱 우스개나, 과학자들이 흔히 설명하는 것처럼 좋지 않은 일만을 떠올리는 인간의 「선택적 기억」 때문인가?

    과학 전문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4월호가 그에 대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것은 머피의 법칙이 매우 과학적이며, 결코 우스갯소리로 넘겨버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국 애스턴 대학의 로버트 매튜스 교수(컴퓨터과학)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이 대중적인 지혜를 섣불리 무시해버렸다.

    매튜스 교수는 확률론과 조합론, 고체역학 등 수학과 과학의 다양한 이론을 빌려 머피의 법칙을 탐색했다. 그리고 「우주만물은 우리에게 적대적이다」는 결론을 얻었다.

    머피의 법칙을 그 뿌리부터 찾다 보면 178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지만 그 이름과 직접 관련된 사람이 등장하는 것은 1949년이다. 당시 미 공군에서는 조종사들에게 급감속 실험을 하고 있었다.

    실험 지원자들은 로켓으로 추진되는 썰매에 묶였고, 썰매가 엄청난 힘으로 가속되었다가 갑자기 정지될 때마다 그들의 신체 상태가 기록되었다. 신체 상태를 측정하는데는 조종사들의 벨트에 꼭 맞는 전극봉이 쓰였는데, 이를 디자인한 이가 바로 에드워드 머피 대위였다.

1949년 미 공군 전극봉 실험서 머피대위가 발견

어느날 전극봉이 문제를 일으켰다. 조종사들의 몸 상태를 제대로 기록하지 못한 것이다. 그 원인을 알아보니 모든 전극봉들의 한쪽 전극이 잘못 연결되어 있었다. 머피 대위는 그러한 사실을 발견하고 이렇게 외쳤다.

    『어떤 일을 하는 두세가지 방법이 있고, 그 중 한 가지 방법이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면 누군가가 꼭 그 방법을 쓴다』

    매튜스 박사가 가장 먼저 설명한 것은 토스트와 역학의 관계다. 그에 따르면 「충분히」 높은 탁자에서 토스트를 떨어뜨릴 경우 바닥에 먼저 닿는 곳은 대부분 버터 바른 쪽이다. 그렇다면 왜 탁자는 꼭 빵을 못먹게 될 정도의 높이를 하고 있나? 물론 사람의 편의 때문이다.

    그러면 사람은 왜 꼭 그 정도 높이(키)인가? 몇 년 전 하버드대 천체물리학자인 윌리엄 프레스 교수는 『원주형에다 두발 동물인 인간은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만약 우리가 지금보다 더 컸다면 넘어질 때마다 머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그보다 좀더 근본적인 문제는 중력이다. 우리 뼈대가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해지지 않는 한 제대로 서있기조차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머피의 법칙이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것은 아니다. 「왜 꼭 주말에만 날씨가 나빠지는가?」라든가 「왜 자동차는 꼭 중요한 모임에 갈 때만 고장나는가?」라는 등의, 전혀 사실이 아니거나 단순히 우스개로 지어낸 것들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야말로 각 개인의 「선택적 기억」 이론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 중에서 비교적 널리 알려진 머피의 법칙은 「지도의 법칙」이다. 「당신이 찾는 장소는 대개 지도가 말려들어간, 보기 불편한 곳에 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 법칙의 원인은 확률론과 착시(錯視)의 흥미로운 배합으로 찾을 수 있다. 지도가 정사각형이라고 가정하면 「머피의 지역」은 대개 지도 끝부분이나 중앙의 접힌 부분 근처이다.

    문제는 머피의 지역이 전체 지도 너비의 10분의 1 정도라고 가정하더라도 어쨌든 원하는 곳을 찾자면 지도의 위나 아래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지도의 어느 한 쪽을 무작위적으로 찍더라도 머피의 지역으로 떨어질 확률은 50%를 넘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비록 머피의 지역 자체는 좁을지라도 그 경계는 지도의 가장 넓은 면적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데서 비롯한다.

    「머피의 줄에 대한 법칙」도 어렵잖게 설명할 수 있다. 그것은 「보통 당신 옆의 줄이 가장 먼저 끝난다」는 내용이다. 대체로 엇비슷해 보이는 줄이었는데도 꼭 내가 선 줄이 가장 더디게 진행된다. 이것도 「선택적 기억」이 빚은 착각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물론 평균적으로는 모든 줄이 엇비슷한 속도로 진행되며, 어느 줄이든 금전출납기가 고장나거나 고객과 종업원의 승강이가 벌어져 늦어질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누구도 슈퍼마켓에서 「평균」을 따지지는 않는다.

    오직 내가 선 줄이 가장 먼저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리고 그런 경우에 우리가 가장 늦은 줄에 서게 될 확률은 N분의 1이다. 여기에서 N은 슈퍼마켓에 선 줄의 숫자다. 예컨대 네 개의 줄이 있다면 내 줄이 가장 먼저 끝나기를 아무리 빌어도 그 확률은 4분의 1, 곧 25%밖에 안되는 것이다.
 
하찮은 경험이라 설명조차 무시해선 안돼

확률론과 조합론은 또다른 머피의 법칙, 「뒤섞인 양말 중에서 성한 것을 찾으면 대개 짝짝이다」는 내용에도 적용된다. 가령 당신이 제대로 짝이 맞는 양말만을 서랍에 넣어두었다고 하자. 그러다가 한 짝을 잃어버렸다고 가정하자.

    그것이 어디로, 어떻게 사라졌는지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번에는 또다른 양말 한 짝이 사라졌다고 가정한다. 물론 이 경우, 그 한 짝은 이미 한 짝을 잃어버린 양말이기보다 제대로 짝이 맞는 양말일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이러한 사태는 짝짝이인 양말의 가능수가 최대가 될 때까지 계속된다.

    예컨대 우리가 짝이 맞는 양말 10켤레로 시작했다면, 양말의 절반쯤이 사라졌을 때쯤에는 서랍 안이 짝짝이 양말로 가득찰 확률은 4배나 높아진다.

    「비 온다는 예보에 우산을 들고 나가면 대개 비는 내리지 않는다」는 머피의 우산의 법칙도 확률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요즘 기상예보 적중률이 80%에 이른다고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계산일 뿐이다. 특정한 짧은 시간에 비가 내릴 확률을 가리키는 「기본 강우율」(Base Rate of Rain)을 고려하면 그 정확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예컨대 기본 강우율이 0.1이라면 당신이 한 시간 동안 밖을 돌아다녀도 비가 올 확률보다는 그렇지 않을 확률이 10배나 더 높은 것이다. 따라서 80%의 적중률로 비를 예상했더라도 당신이 외출한 동안 그것이 들어맞을 확률은 별로 없다.

    머피의 여러 법칙들이 보여주는 과학적 근거는 과학자들에게 한가지 교훈을 준다. 그것은 수백만명의 경험이 설명하는 것을 섣불리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머피의 법칙은 학생들에게도 훌륭한 학습 동기를 제공한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확률론이나 고체역학은 훨신 더 따분했을 터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겉보기에 하찮다고 그에 대한 설명조차 사소한 것은 아니라는 교훈이다. 머피의 법칙이 담고 있는 수학과 과학의 심연이 이를 증명하지 않는가. <김 상 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