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T社, ‘말하는 얼굴’프로그램 개발 - 발음에 맞게 입술모양 나타나 의사소통 가능
그는 입술 모양만으로도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대강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말하는 사람은 그를 똑바로 보고, 발음에 맞춰 입술 모양을 분명히 만들어 주지 않으면 안된다.
「말하는 얼굴」(Talking Head)은 정상인과 똑같이 소통하고 싶은 매코넬씨의 바람을 담은 프로그 램이다. 이것은 문장이나 단어 등 텍스트를 목소리로 자동 전환해주는 「로리에이트」(Laureate)라 는 합성장치와 3차원 가상현실 기술, 그리고 사용자의 표정과 몸짓을 인식하는 카메라 등으로 구 성된다.
발음에 따라 달라지는 19종류의 입 모델을 합성한 「말하는 얼굴」은 놀라울 만큼 자연스 럽다. 찡그리면 찡그리는 대로, 얼굴을 숙이면 숙이는 대로 이를 고스란히 흉내내는 스크린 속 인 물의 동작도 흥미롭다.
「말하는 얼굴」이 가장 먼저 적용될 분야는 전자우편이다. 키보드로 써 보낸 편지를 읽는 대신 들 을 수 있는 것이다. 「책 읽어주는 컴퓨터」쯤 되는 셈이다.
그 다음 단계는 인터넷의 가상공간에서 나를 대신한 또다른 자아로 활용하는 것이다(이를 흔히 아바타르(Avatar)라고 한다). 현실과 달리 가상공간에서는 수많은 가상의 내가 존재할 수 있다.
「말하는 얼굴」은 현실에서 내가 하는 말(또는 글)과 몸짓에 따라 다양한 자아를 가상공간에 그대 로 재현한다. 수많은 네트워크 이용자가 모여 가상 공동체를 건설하거나 네트워크 게임을 할 때 도 이 기술은 유익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미래를 비즈니스와 연결합니다」.
지난 4월말,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기술 혁신 97」(Innovation 97) 전시회의 모토다. 영국 최대의 통 신기업 BT가 몇년째 개최해 오고 있는 이 전시회는 BT를 넘어 영국 전체의 기술수준을 가늠케 해주는 기회로 여겨진다. 「말하는 얼굴」 프로그램은 이 행사에 선보인 수많은 「기술 혁신」 중 하 나였다.
문장 단어 등 목소리로 전환…전자우편에 응용
전시회는 다음 7개 구역으로 나뉘었다. 대화형 항공 서비스, 주문형 교육(EOD), 원격 진료 등 고 객에게 접근하는 채널의 다양성을 드러내는 제1구역 「다양한 선택」, 대화형 자동응답 장치, 음성 인식기술, 주문형 정보검색시스템 등 고객의 신뢰도를 높여주는 신기술들이 모인 제2구역 「긍정 적인 접촉」, 전자 상거래, 효율적인 과금(課金) 체제, 눈의 홍채를 이용한 보안검색시스템 등 다양 한 금융, 보안기술을 선보인 제3구역 「재정과 보안」, 인트라넷 그룹웨어 지능형네트워크 등 경영 솔루션을 모은 제4구역 「질서 창조」 등.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제6구역 「시간과 행동」과 제7구역 「생활의 재편」이었다. 제6구역의 인 포모션(Infomotion)과 트로마링크(Traumalink), 위치통보시스템(PDS) 등은 인터넷, 인공위성 등을 활용해 교통사고를 처리하거나(인포모션), 응급환자의 상처를 미리 진단하고(트로마링크), 맹도견 (盲導犬)을 대신해 길을 안내하는(PDS) 시스템이다.
한편 제7구역은 우리의 가정과 직장 환경을 변화시킬 기술들을 선보였다. 앞에 예로 든 「말하는 얼굴」을 비롯해 전화 팩스 전자우편 등을 하나로 묶어 응답자가 어디에 있든 연결해주는 통합 시 스템, 휴대용 원격화상회의 장치 등이 관심을 모았다.
BT연구소는 400만㎡의 면적에 직원만 3500명을 헤아리는 초대형 두뇌집단이다. BT 총매출액의 2%(약 4200억원)가 연구비로 투입된다. 그 중 85%가 중단기 연구개발비로, 나머지가 10년 혹은 20년 뒤를 내다본 장기 연구개발비로 지출된다.
{기술 혁신, 소프트웨어의 변화 속도가 예측하기 힘들 만큼 빠르다}고 BT연구소의 피터 코크레 인 박사는 말한다. 전시회를 7개 권역으로 세분한 것이나, BT연구소에 「진보적 개념을 갈무리하 는」 매니저를 따로 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손목시계형 컴퓨터나 스스 로 학습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우리 마음을 읽는 컴퓨터 등을 보게 될 것이다』 코크레인 박사가 들려준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의 한 단면이다.
BT는 84년 민영화한 뒤 인력 감량과 신기술 개발을 계속해 왔다. 그 결과 25만명에 달했던 직원 수는 그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여러 첨단장치가 그들을 대신했다. 한편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의 결과는 여섯차례에 걸친 「여왕 기술성취상」 수상이었다. <런던=김 상 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