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듣기

사이먼 래틀 - BPO의 말러 사이클: 교향곡 제5번 실황

4월7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디지털콘서트홀 실황. 이번에도 혹시? 하고, 높은 수요에 따른 네트워크 접속 장애를 각오했으나 놀랍게도 아무런 문제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흥미진진하게 즐겼다. 좋은 연주. 사진으로 그날의 감동을 다시 한번...


5번 도입부 자막. 역시나 구선생님 특기대로 장송 행진곡으로 문을 연다.


말러에 대한 래틀 경의 해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리버풀에서, 그것도 1960년대에 정기적으로 말러 연주회가 열렸었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전한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지휘자 꿈을 부추겼다는 것도...


베를린필의 트럼펫 수석중 한 분인 가보르 타르코비 (Gábor Tarkövi) 씨가 그 유명한 트럼펫 서주를 장식한다. 빠라바바밤~ 믿거나 말거나, 이 때의 소릿결과 질감이, 전체 연주에 대한 '감'을 준다. 적어도 내 마음에는 꼭 드는 소리였다. 아주 좋은 예감!


그리고 오케스트라와 트럼펫이 서로 섞이며 '말러스러운' 장관을 연출한다. 래틀 경의 삼매경 지휘.


나는 말러 연주에서 관악 부분만 나오면 가슴이 뛴다. 말러만큼 관악의 멋스러움을 돋보이게 해준 작곡가가 또 있을까!


바로 이 장면. 오케스트라 뒷 부분을 보여줄 때 자주 나오는 카메라 각도다.


래틀 경의 포즈. 오케스트라와 일체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플루트 수석인 안드레아스 블라우 씨. 1969년부터 베를린필을 지키고 있는 원로 중의 원로. 오른쪽 클라리넷 주자는 도미니크 볼렌베버...인 것 같다 (베를린 필 홈페이지에 실린 사진과 헤어스타일이 많이 달라서 확실친 않음).


폭풍 치듯, 무지무지하게 사나운 기세로 움직이라는 (Moving stormily, with the greatest vehemence) 지시대로, 전기에 감전된 듯한 충격과 스피드를 보여주는 2악장이 시작된다. 래틀 경의 표정이 곧 시작될 악장의 분위기를 잘 전달한다.


개인적으로 아주아주 좋아하는 3악장. 거의 혼 협주곡 같은 악장이고, 래틀 경은 그 때마다 혼 주자를 앞으로 따로 불러내서, 협주곡 스타일로 연주한다 (하이팅크처럼, 그냥 혼 주자를 자기 자리에 앉혀놓고 연주하는 지휘자도 많다). 베를린 필의 경우야 당연히 혼 수석이자, 동료 혼 주자인 새라 윌리스가 '혼의 왕' (King of Horn)이라고 추켜세웠던 스테판 도어 씨가 협연자다. 3악장의 도어(문)을 도어 (Dohr) 씨가 멋드러지게 연다.


스테판 도어씨는 2002년의 연주 때보다 훨씬 더 편안한 표정과 자세로 독주 파트를 잘 소화했다. 바로 아래 유튜브는 그 당시의 연주 (EMI 음반과 비디오로로 나와 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검은 턱시도와, 흰 악보가 빚어내는 그림은 사뭇 예술적이기까지 하다. 


래틀 경과 오케스트라의 '혼을 담은 연주.'


윗줄 두 주자. '할아버지' 인상의 발터 세이파스 씨와, 클라리넷 수석인 안드레아스 오텐사머 씨 (오른쪽).


음악에 둔중한 맛과 깊이를 더하는 콘트라베이스.


기도하는~! 듯한 자세의 래틀 경. 
 


관악 파트를 부감으로 잡은 장면. 멋지다.


3악장 막바지. 도어 씨의 독주 큐에 이은 오케스트라의 마무리.


프렌치 혼이 이렇게 멋진 악기인 줄, 말러 음악을 들으면서 뒤늦게 깨달았다. 마치 군악대처럼 일사불란한 자세로 탄탄한 소리를 들려주는 베를린 필의 프렌치 혼 주자들.


연주회 직후의 '참 잘했어요!' 박수 시간. 물론 가장 먼저 박수를 받은 것은 트럼펫 수석과 혼 수석. 

그리고 아래 컷들은 연주회를 듣고 보는 중간중간에 캡처한 그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