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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준준이의 근황


날씨에 견준다면 동준이는 흐리거나 비, 성준이는 대체로 맑음이다. 아니, 요즘처럼 가뭄이 자심해서 비가 고대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서로 바꿔야 좋을까?


동준이는 엊그제 또 발작을 일으켰다. ‘또’라고밖에 할 수 없는 것이, 채 한 달도 안 돼서 다시 발작을 일으킨 탓이다. 이전 발작은 6월28일, 내가 하프마라톤을 뛰던 날, 아내가 몰던 차 안에서 일어났다.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 번씩 복용하는 약의 강도를 다시 높여 보라는 게 의사의 조언인데, 나나 아내나 불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다. 


말귀도 못 알아듣고, 혹은 무시하고, 걸핏하면 쿵쿵 뛰어다니며 소리를 질러대고, 시도때도 없이 ‘Washing machine~!’을 외치며 세탁기 사용을 엄마에게 강요해서 부아를 돋우는 녀석이지만, 이렇게 발작을 일으킨 다음, 하루종일 녹초가 되어 쓰러져서 잠만 자는 모습을 보면,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 불쌍할 뿐이다. 좀더 참아주는 아빠가 못 돼서 미안할 뿐이다. 그래 너는 얼마나 답답하겠니 이 세상이… 얼마나 어둡고 쓸쓸하겠니 너 혼자만의 세상이…



몸은 점점 더 커지고, 그 커지는 몸 속은 사춘기의 호르몬 폭발로 분주하기만 할텐데, 그 넘치는 에너지와 예측할 수 없는 충동을 어떻게, 무슨 수로 풀어내야 할지, 우리도 모르고, 아마 동준이는 더더욱 모를 터이다. 어떻게, 무슨 수로 도와줘야 할지, 어떻게 출구를 내줘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여름방학이라 학교에 가는 시간도 없어져 버린 마당이어서 엄마도 동준이도 더 힘들텐데, 그나마 보조교사가 있어서 이따금씩 동준이를 수영이나 다른 활동에 데려가 주니 고맙고 다행스럽다. 8월 초, 한국에 들어가자면 긴 시간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괜찮을지, 또 한국에 닿아 그 가마솥 같은 찜통 더위 속에서는 잘 버텨낼 수 있을지, 지레 걱정스럽다.


성준이는 생기발랄하게 잘 지낸다. 여전히 주의 산만 상태가 심각하지만, 아래처럼 아이언맨 흉내도 내고, 여름캠프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블록 캠프 (Brick4Kids)에서 일주일을 신나게 보냈고 - 빨리 가고 싶어 보채고, 집에 돌아올 시간이 되면 아쉬워 했다 - 그 다음 주는 교회에서 주최하는 ‘과학 캠프’에서 과학자 놀이를 하며 또 즐겁게 지냈다. 교회와 과학은 잘 어울리지 않는 듯 보였는데, 그래서 더 신선한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과학 캠프를 시작하기 전에 성가와 율동을 배웠다며 집에서 시연하는 성준이의 모습을 보고, 그럼 그렇지, 싶으면서도, 그래 저 정도는 시킬 수도 있지, 하고 이해하는 마음도 들었다.



어제는 성준이가 애타게 기다리던 책 ‘쿨 로봇’이 도착했다. 레고 블록을 활용해 갖은 모양의 로봇을 만들 수 있게 지도해 주는 책이다. 오후에 배가 아프다며 울상이더니 책을 보여주자마자 후닥닥 패밀리룸으로 달려가 몇 가지 샘플 로봇을 만들어 대령하며 어떤 것이 더 ‘쿨’하냐고 묻는다. 



저녁이면 아이패드 미니를 통해 넷플릭스를 보거나 레고 슈퍼히로 게임을 해볼 일념으로 내키지 않는 산수책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한국에 데려가서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아직 미지수. 쿨 로봇과 함께 배달된 새 산수책을 보고 잠깐 당황한 표정이더니, 한국 가서 쓸 거라고 했더니 금방 신나는 표정이 된다. 어쨌든 지금은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니까. 아래 비디오는 성준이의 '스스로 그림을 그리는 로봇'이다. 


SJ's "Colourtr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