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4일의 일기 - 아내의 자전거
아내의 자전거 Giant Alight 3를 타고 출근했다. Money talks라는 말은 거의 어디에나 적용되는 것 같다. 자전거도 예외가 아니었다. 불과 몇백 달러 차이인데 인디 2와 표나게 느렸다. 그러면서도 힘은 더 들고. 여성용 안장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역시 그 가격대여서 그런지 - 느낌으론 전자일 가능성이 더 큰 것 같다 - 엉덩이가 아팠다.
치과, 가정의, 물리치료
오랜만의 출근인 것 같다. 지난 주의 절반을 쉬었고 어제도 치과 가고 가정의 만나고 물리치료 받느라 집에 있었다. 크라운을 씌우는, 비교적 단순한 작업이 될 줄 알았던 이 치료는, 근관(根管, root canal) 치료가 필요한 상황으로 판명되었다. 그러다 보니 거의 2, 3주 간격으로 치과를 찾았다. 치수(齒髓)를 빼내 치근(근관)을 성형·멸균한 후, 근관 충진재를 채워 넣는 근관 치료법 때문이다. 괴롭다. 어제 치료의 여파가 아직도 음식 섭취에 고통을 준다. 좀더 기다려야겠지. 보험 처리 한도도 이미 초과된 상태여서 750달러 정도를 내 주머니에서 해결해야 한다.
한 가지 희소식은 드디어 가정의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밴쿠버로 이주한 지 거의 2년 만이다. 영국에서 갓 이주한 유언 로디 (Ewan Roddie)라는 이름의 의사다. 세인트 앨버트 살 때도 영국에서 온 사람이 우리 가정의였다. 영국과 남다른 인연이 있는가 보다.
물리 치료라는 것을 처음 받아봤다. 통증이 남아 있는 왼쪽 무릎과 팔꿈치, 오른쪽 약지에 접지선을 꽂고 전류를 보내 해당 부위를 자극함으로써 통증을 완화하고 치유 속도를 높인다는 것. 기분이 참 묘했다. 불쾌한 느낌은 분명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전기 고문을 - ‘고문’이라는 표현은 분명 지나친 과장이지만 - 받는 듯한 느낌도 영 없지는 않아서, 다소 얼떨떨했다.
Turnover
이직률을 가리키는 단어다. 새 직장이라 그런지, 아니면 직장 분위기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직장의 인력 관리가 잘못된 탓인지 이곳의 이직률은 유난히 높은 것 같다. 또 한 사람이 - 이번엔 디렉터다 한국 직장에 견주면 ‘부장’쯤 될까? - 떠난단다. 나와는 사적으로도 친한 사이여서, 기분이 더 착잡하다. 직속 상사인 CIO와 잘 맞지 않았고,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도 들린다. 어쨌든 안타까운 소식이다.
구독 중단
뉴욕타임스 온라인 구독을 끊었다. 앞으로 얼마간 월 99센트로 구독료를 깎아주겠다는 말에 잠깐 흔들리기도 했지만 모질게 마음을 먹었다. 그 동안 참 여러 번, 구독했다 끊었다를 반복했다. 안 보면 궁금하고, 남보다 뒤처지는 듯한 열패감도 들어서 정기구독 이벤트때 슬쩍 편승했다가, 몇 달 지나고 나면 내가 그 정도 비용을 내야 할 만큼 자주, 열심히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끊고…
지역 신문인 밴쿠버선은 배달 빈도를 줄였다. 이건 종이 신문이다. 매일 배달되는 종이 신문을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지만, 역시 꼼꼼히 읽는 날보다 건너 뛰는 날이 더 많았다. 완전히 끊을까 하다가, 토요판만 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분량도 많고, 문화와 서평 같은 읽을 거리도 풍부하고, 게다가 쉬는 날이어서 적어도 토요판은 제법 자세히 읽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뉴요커 (온라인), 하퍼스 매거진 (온라인), 왈러스 (캐나다판 뉴요커라고 보면 된다) 등에 대한 구독은 아직 생각 중이다. 계속할지 끊을지…
새 자전거
새 자전거를 장만했다. 노르코 서치 S1 (Norco Search S1). S1의 S는 ‘Steel’을 지칭한다. 재질이 카본이나 알루미늄 합금이 아닌 강철이라는 것. 카본 재질의 서치 시리즈는 4,600~2,600 캐나다 달러 수준이고, 강철 재질은 1,900-1,100달러 선. 내가 고른 S1이 1,900달러다. 프레임은 강철이지만 앞 바퀴와 연결된 포크는 강철보다 휨 강도가 훨씬 더 강한 카본이다 (그래서 S 시리즈 중 가장 비싼 거고). 크랭크와 기어 박스 - 드라이브 트레인 -의 그룹셋은 105 시리즈다. 시마노의 도로용 자전거에 적용하는 그룹셋, 클라리스 - 소라 - 티아그라 - 105 - 얼테그라 - 듀라 에이스에서 중간급이다.
자전거를 살까 말까 며칠, 아니 몇 주를 망설였다. 지금까지 타던 자전거보다 두 배 이상 더 높은 값이 물론 가장 큰 문제였다. 정말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듯 온갖 자전거 사이트를 뒤지면서 다소 과하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원하는 수준과 사양의 자전거들을 비교하고 또 비교하고,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리뷰도 숱하게 읽었다. 노르코 서치 S1은 그 결과 가격 대 성능 비에서 가장 낫다고 평가한 제품이었다. 노르코의 서비스 센터가 집으로 가는 길에 있어서 수리나 여러 서비스를 받기 편리하다는 점도 작지 않은 플러스였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아내의 허락을 구했다. S1보다 낮은 급의 S2 - 여기까지는 105 그룹셋이다 - 나 S3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더니, 주문하면 언제쯤 탈 수 있느냐고 묻는다. 1, 2주 정도. 지금 매장에는 없냐. 매장에는 S1밖에 없다. 그럼 그걸로 해라, 라고 아내가 말했다. "저엉말? Oh my gosh!" 정확히 내가 보인 반응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아내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자전거는 내일 (사실은 이 글을 쓰는 오늘, 수요일) 받는다. 흙받이, 바이크 랙, 킥 스탠드 등을 부착하는 일이 어제 끝나지 않은 탓이다 (실은 매장에 들른 게 퇴근 길이어서, 시간 여유가 별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