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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비늘

치카쿠 호수


봄철에 만나는, 난데없는 가을 풍경. 2010년 당일 소풍을 다녀온 알버타 주 에드먼튼 근교의 치카쿠 호수. 잔잔한 물이 거울 같다. 자세히 보면 잔물결이 일고 있기는 하지만...


날짜를 보니 벌써 4년도 더 지난 날의 사진이다. 2010년 10월9일. 그렇다면 알버타 주 에드먼튼으로 이주하고 나서 2년쯤 됐을 즈음. 이 때가 문득 떠오른 것은 예기치 않은 이메일 한 통 때문이다. 에드먼튼의 이웃 동네인 스프루스 그로브 (Spruce Grove)의 한 직원이, 자기네 시 관할 공원이며 관광지 사진을 찾던 도중에, 내가 찍은 치카쿠 호수 사진을 봤단다. 혹시 그 중 몇 장을 쓸 수 있느냐고... 사람 얼굴이 나오는 것만 아니면 마음대로 쓰시라고 했다. 당신 덕택에 잊고 있던 기억을 잠시 되살릴 수 있어서 도리어 고맙다고 답장을 보냈다. 치카쿠 호수 (Chickakoo Lake)... 호수 이름조차 생소하다. 사진들을 보니, 세인트 앨버트에 살며 에드먼튼에서 일하며 알게 된 좋은 사람들과 당일치기 소풍을 갔었구나. 동준이 얼굴에도 아직 어린 티가 남아 있고, 성준인 아직 아기 같다. 그래, 저렇게 세월이 흐르고 우리의 삶이 흐른다.



이병주 씨가 성준이를 안고 있다. 4년새, 이들도 두 아이를 가진 대가족이 됐다. 둘에서 넷이면 대가족이지 뭐. 그리고 '메인 셰프' 김재훈 선배네 가족. 우리. 내 몸매를 보니, 지금과 비교하면 푸짐하다. 아직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이다. 



낙엽 깔린 산보로가 참 좋았던 기억이 난다. 길게 그림자를 지운 나무들도 좋았고... 저 줄무늬 옷의 임자는 이융희 씨다. 지금도 공부 잘 하고 있겠지...



산보자들의 뒷모습을 찍은 이 사진처럼, 사진들을 보며 옛 기억을 더듬는 일은 늘 삶의 뒷모습을, 되돌려 세워서 말을 걸 수 없는 더 이상 오늘이 아닌 오늘, 혹은 숱한 '한때 오늘'이었던 오늘들의 뒷모습을 보는 것 같다. 속절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