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보고' 싶기도 할 때, 종종 찾아가 보는 사이트가 프랑스의 'ARTE'라는 사이트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지만, 십중팔구 고르게 되는 것은 클래식음악 콘서트이다.
거기에서 최근 만난 음악가(들)가 필립 조르당 (Philippe Jordan)과 파리국립오페라오케스트라이다.내가 좋아하는 베토벤 - 누군들 그와 그의 음악을 싫어할 수 있으랴! - 의 교향곡들을 연주하고 있지 않은가. 먼저 본 것은 제2번과 제7번이다 (이 링크가 얼마나 오랫동안 유효할지 의문이다. 2015년 2월까지 볼 수 있다고 돼 있는데, 그 이후에는 운이 좋으면 유튜브를 검색해서 다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은 갓 올라온 1번과 3번을 감상했다. 베토벤 사이클을 커플링하는 방식은 대체로 비슷하다. 1번과 3번, 2번과 7번, 4번과 5번, 6번과 8번, 그리고 대미로 장식하는 9번. 물론 그런 커플링에서 하이라이트는 보통 3번, 7번, 5번, 6번이다. 다른 교향곡이 더 못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나 반응 면에서 더 앞선다는 뜻이다.
2번과 7번을 연주하는 장면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의문은 필립 조르당이 누구일까였다. 꼭 군대를 갓 제대한 듯한 - 이라고 했더니 아내는 '현역 장교 같은데?'라고 촌평 했다 - 헤어스타일에 늘씬하고 훤칠한 호남형 얼굴, 지휘 스타일도 절도 있고 힘차다. 이따금씩 표정을 찌푸리거나 눈을 감거나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짓거나 단원들과 눈을 마주치며 모종의 메시지를 나누거나 하는 품이, 오케스트라와 꽤 오래 교감한 듯했다.
그러다 1번과 3번 연주를 감상하면서야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음악가 집안이다. 그것도 스위스 출신의 명지휘자 아르맹 조르당의 아들이었다. 1974년생. 여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고 여덟 살에 취리히 소년 합창단에 들었으며 열한 살 때부터는 바이올린도 배웠으니 역시 '피'는 못 속인다. 2009/2010 시즌부터 파리국립오페라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으로 일했고 2018년까지 계약되어 있다. 2014/2015 시즌부터는 비엔나 심포니의 수석 지휘자(Chief Conductor) 자리도 맡는다. 말하자면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 주목되는 지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