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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

성준이의 수학여행 1 화요일 - 캠핑 전날초딩 2학년인 성준이가 학교에서 주최하는 2박3일 캠프를 떠났다. 장소는 북쪽으로 1시간쯤 차를 달리면 나오는 스쿼미시 (Squamish). 생애 처음으로 부모 품을 떠나 따로 잠을 자게 된 것인데, 거의 매일 새벽 서너 시만 되면 제 방을 나와서 엄마 옆으로 쪼르르 달려와 잠을 청하곤 하는 습관을 잘 아는 터여서 걱정이 컸다. 과연 안 울고 혼자 잘 잘 수 있을까? 혹시 한밤중에 깨어 울지나 않을까? 부모의 그런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본인은 무척이나 흥분하고 기대에 들떠서, 엄마가 장만해 준 캠핑용 모자를 쓰고, 혼자 짐을 꾸린다며 부산을 떨었다. 물론 엄마가 다 다시 싸야 했지만... 수요일 - 캠핑을 떠나는 날수요일 아침, 공교롭게도 동준이의 스쿨버스가 늦게 오는 날이어서 아.. 더보기
울타리 심기 울타리 삼아 관목을 심기로 했다. 길에서 집이 너무 훤히 보여서 집 앞에 울타리를 쳐야겠다는 생각을, 집을 살 때부터 했는데, 이제사 겨우 실행에 옮기게 됐다. 나는 그냥 키 낮은 흰색 나무 울타리를 치자는 쪽이었고, 아내는 비용도 많이 들고 보기에도 별로 좋지 않을테니 적당한 관목을 갖다 심자는 쪽이었다. 우리집 넘버 원께서 그러자는데, 그래야지 별 수 있으랴! 일 안하는 사람들이 폼은 잘 잡는다. 땅 파기 전에 성준이와 포즈를 취했다. 성준이는 마당에서 스쿠터를 타다가 엄마 아빠가 뭔가 일을 벌인다고 하니까 냉큼 합류. 코스코 가든센터에서 'Goldmound Spirea'라는 관목 화분을, 일단 여섯 개만 샀다. 화분 하나에 10달러 남짓. 사전을 찾아보니 'Spirea'는 조팝나무 과의 식물이란다... 더보기
자전거 쇼핑 오랫동안 뒤뜰 창고에 버려두었던 녹슨 옛 자전거 넉 대를 처분하고, 동준이의 새 자전거를 사러 노쓰밴과 밴쿠버의 여러 가게를 전전했다. 저 사진에 나온 것들 중 적어도 두 대는, 자전거에 대해 지금 아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저런 자전거는 사지 않았을텐데 싶은 것들이다. 사실은 싼맛에 산 그 값만큼도 타지 못한 채 녹만 잔뜩 먹이고 말았지만... 요즘 자전거들이 대부분 몇십 단의 복합 기어를 장착하고 있어서 그걸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전제가 따르기 때문에 동준에게 맞는 자전거를 고르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혀 기어가 없는 자전거를 사면 평지 말고는 탈 수가 없는데, 노쓰밴에 언덕이 좀 많은가. 게다가 큰 몸집으로 이것저것 부숴뜨리기 일쑤여서 가능하면 튼튼한 산악 자전거형 타이어와 프레임을 원했.. 더보기
I'm a Brainy Boy! 성준이가 뜬금없이 묻는다. 'Brainy'가 무슨 뜻이냐고, 아마 요즘 아이패드 미니를 통해 즐겨 보시는 '닌자고'에 그런 말이 나왔던 모양이다. "It means using brains a lot, or smart. Do you think you are brainy?" "Uh, I think so. Yeah. I'm brainy." (아이고, 얼마 안 되는 숙제도 죽어라고 귀찮아 하고, 아이패드로 넷플릭스나 보려고 혈안이 되어 있으면서... 옆에 앉아 있던 엄마가, 웃기는군, 하는 표정으로 피식 웃는다.) "All right, you're a brainy boy, then. Where's your brain?" "Right here!" 그렇게 해서 찍은 사진. 약간 얘기가 다른 데로 가지를 치지만, 가.. 더보기
참치 버거가 명약? "오늘 엄청 웃긴 일이 있었어"라며 아내가 들려준 이야기. 아래는 아내의 말에 따라 재구성한 엄마와 성준이와의 대화 내용. "Mom, if I become 100 years old, then mom and dad would have been passed away?"(내가 100살이 되면 엄마 아빠는 passed away 하게 되는 거야?) "그렇겠지." (성준이는 늘 영어로, 엄마는 우리말로 대화를 나눈다.) "If I'm over 100 years old, then will I die too?"(그럼 나도 100살이 넘으면 죽게 돼?) "그렇겠지." "I don't want to die. (sob) ... Could you make me a tuna burger tomorrow for lunch?"(난.. 더보기
고질라? 노, 칙질라! 김성준 군의 야심작 SF '칙질라 배틀' (Chickzilla Battle). 칙질라라는 이름은 누가 지었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란다. 닭을 뜻하는 칙(chick)과 고질라의 '질라'(zilla)를 합성했다는 것. 실제로 아래 만화에서 칙질라의 모양을 보면 신체는 몸짱이되, 얼굴은 영락없는 닭대가리다. 맞춤법에 문제가 많지만 아빠 눈에 그런 흠결은 그저 사소하게만 보인다. 걸작이닷! 아빠 엄마로서는 씁쓸한 대목. 책을 제 친구인 라이언에게 헌정한다고... 남자 친구도 이런데, 나중에 여자 친구가 생기면 얼마나 유난을 떨까 미리부터 걱정스럽다. ㅋ 더보기
초등학교 봄 콘서트 5월14일(수) 저녁, 노쓰밴쿠버 시에 있는 '센테니얼 극장'에서 '이스트뷰 초등학교 2014년 봄 콘서트'가 열렸다. 유치원생을 비롯해 1~8학년 학생들이 조촐하게 꾸민 음악 행사였다. 청중은 당연히 학부모와 그 친구, 친지들. 그래서 콘서트의 객관적 품질과는 무관하게 성황이었고 공연 내내 열띤 호응이 터져나왔다. 콘서트는 예상대로 '아마추어' 티가 폴폴 나는, 실수 연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쾌하고 즐거운 한바탕 축제였다. 청중도 의식하지 않고, 무대 공포증도 보이지 않고 평소 하던 대로 까불고 뛰어다니고 앉고 눕는 유치원생들, 1학년생들... 그래도 악기 연주(?)를 맡은 절반은 각자 앞에 놓인 실로폰을 통통 제법 박자를 맞춰 두드릴 줄 알았고, 나머지 절반은 뒤에 서서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작사.. 더보기
킬로미터 클럽 매주 월, 수, 금요일이면 아내와 성준이는 평소보다 30분쯤 더 일찍 학교로 향한다. 수업이 시작되는 8시50분 전에 운동장을 돌기 위해서다. 성준이가 다니는 '이스트뷰 초등학교' (Eastview Elementary)는 지난 4월부터 '킬로미터 클럽'이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수업 전에 아이들이 운동장을 돌며 운동을 하라는 취지로 만든 자발성 프로그램이다. 원하는 사람만 하라고 했지만 어차피 부모 중 한 사람이 함께 뛰거나 걸어줄 수밖에 없으니 자발 뒤에 '성'이 붙을 수밖에... 대부분의 경우는 엄마가 성준이와 운동장을 돌 수밖에 없다. 아빠는 이미 오래 전에 출근하고 난 다음이기 때문. 그래도 재택 근무나, 웨스트밴쿠버 본사의 회의에 참석한다는 핑계로 평소보다 늦게 출근하면서 같이 뛰어줄 기회가 .. 더보기
동준이의 발작 호텔에서 새벽 4시55분에 눈을 뜬 지 16시간 만에 집에 닿았다. 예정된 8시 밴쿠버행 직항을 놓치고, 오후 3시 비행기로 캘거리를 거쳐, 어렵게 어렵게 집으로 돌아왔다. 아니 '놓친' 것이 아니었다. 탈 수가 없었다. 탑승을 10분쯤 앞둔 7시20분께, 동준이가 발작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동준이가 컥컥, 기이한 소리를 냈다. 늘상 이상한 소리를 내는 터라 심상하게 생각하고 흘낏 옆을 돌아봤다. 그게 아니었다. 눈이 돌아가고 입은 차마 잡히지 않는 숨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커커컥... "동준아, 동준아!!" 몸을 잡고 흔들었으나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몸이 경련하며 옆으로 넘어갔다. 입에서 침이 흘러나왔다. 동준이가 죽어간다, 얘가 왜 이럴까, 어떡해야 하지? 온갖 두려움, 충격, 당혹감이 .. 더보기
마음은 아직 2013년에... 크리스마스 연휴, 그리고 새해.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2013년 언저리에서 서성거린다. 날짜는 이미 해를 바꿨지만 기억은 여전히 며칠 전에, 12월 하순의 한가했던 연휴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그 12월 한 때의 기억. 그 기억의 비늘들. 이웃 블로거 벙이벙이님의 블로그에서 우연히 보고 마음이 끌려 구입한 'Robot Tea Infuser.' 겉볼안 아닌 안볼겉이었다. 모양은 이쁘지만 실용성은 별로... 차를 울궈내는 기능보다 성준이의 로봇 장난감으로 더 적극 활용되는 듯. 아무려나, 따뜻한 물에 몸 담근 저 로봇이 문득 부럽다 ㅎ. 성준이의 쑥국새 머리 모양에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 크리스마스 아침이 되자마자 벽난로 곁으로 달려간 두 녀석. 성준인 산타께 부탁했던 'Switch and Go Dinos'..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