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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

성준이의 생애 첫 '저작' ROBOTS! 퇴근하니 성준이가 흥분된 표정으로 달려와 "Daddy, I made a comic book!"이라고 자랑한다. 어제가 졸업식이어서 다음날인 금요일은 휴교였는데, 집에 있는 동안 만화책을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문득 초등학교때 만화책을 그린 생각이 나면서 이런 것도 유전인가 보다, 싶어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더없이 유쾌했다. 스테이플러로 제본한 성준이의 생애 첫 만화 'ROBOTS!' 자기 자신을 위해 그린 것이라고 명시했다. 'Illustrated'라는 아주 어려운 표현을 썼는데, 분명 엄마한테 철자를 하나하나 받아서 적었을 것이다. 그림에서 금방 드러나듯이 이야기의 모태는 당연히 'Pacific Rim', 그 중에서도 미국산 로봇인 '집시 데인저'이다. 그림은 제가 그렸다고 해놓고,.. 더보기
동준이의 중학교 졸업식 오늘 저녁 6시30분부터 두 시간여 동안 동준이의 중학교 졸업식이 열렸다. 행사가 열린 곳은 새알밭 가톨릭 교구 라콤 성당. 동준이가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데다 자꾸 큰 소리를 내기 때문에 졸업식 전에 열리는 미사를 피해 7시 조금 넘어 성당에 들어갔다. 동준이의 보조 교사들이 미리 자리를 잡아놓아서 빈 의자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성당 미사와 여느 졸업식 절차가 적당히 섞인 행사는 다소 지루하기도 했지만 중학교를 졸업하는 200명 가까운 빈센트 J. 멀로니 (Vincent J. Maloney, 줄여서 VJM이라고 부른다) 중학교의 남녀 학생들은 시종 상기된 표정으로 친구들끼리 딴짓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낄낄댔다. 싱그럽고 파릇파릇한 젊음이었다. 몸집은 이미 성인이었지만 아직 앳된 얼굴인 중학교 3.. 더보기
'로봇 사랑'도 대물림? 레고를 이용한 성준이의 로봇 제작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이 사진 속의 로봇은 영화 'Pacific Rim'을 아직 알기 전에 만든 것이다. 개그콘서트의 '거제도' 코너에 보면 신보라와 정태호가 서울 아저씨 - 때로는 우체부 아저씨 -가 한 말을 중얼중얼, 열심히 반복 학습하는 장면이 있다. 요즘 성준이가 그렇다. "I want Gypsy Danger, but it won't be available on my birthday, because the movie Pacific Rim will not open until July, but once the toy robot is available, daddy and mommy will buy it for me..." 토씨까지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대충 저.. 더보기
Police Car, Big Red Car, Jack-O-Lantern...엄마는 바빠요! 각자 자기 모양에 맞는 호박등 들고 찰칵. 크기론 동준이 것이 최고. 얼빵하게 어리숙하게 생기기론 아빠 것이 단연... 닮기로는 성준이 것이 1등. 성준이가 킨더가르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유독 주문 사항이 많아졌다. 자동차를 만들어내라, 핼로윈이 가까우니 호박등(Jack-O-Lantern: 호박에 얼굴 모양으로 구멍을 뚫고 안에 촛불을 꽂은 등)을 만들자, 모자 쓴 고양이 (Cat in the Hat)를 그려달라... 완성된 김성준용 경찰차. 오른쪽의 POLICE라는 글자는 본인이 직접 쓴 것. 지난 주에 엄마가 특히 더 바빴던 것 같다. 수요일 밤에는 앨버타 대학의 운동 캠프에 동준이를 데려가야 했고, 목요일 밤에는 성준이를 호주 출신의 인기 스타들인 위글스 (The Wiggles) 공연에 성준이를 데.. 더보기
Father's Day: 아빠 노릇 제대로 하라는 각성의 날? 나흘째 - 주말까지 치면 엿새째 - 회사에 안나가고 있다. 지난 주 수목금 사흘은 프라이버시 관련 컨퍼런스에 나가느라, 그리고 월요일인 오늘은 아내 대신 집에서 애들 건사하느라... 아내는 동준이 같은 '오티즘' 아이들을 둔 부모를 대상으로 한 글렌로즈 병원의 종일 세미나에 갔고, 나는 일종의 병가 비슷한 휴가를 내고 집을 보게 된 것이다. 아침 7시20분쯤 동준이는 가장 일찍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로 행차하셨고, 그 다음엔 아내가 에드먼튼으로 출근하는 이웃의 차에 얹혀 세미나를 들으러 갔다. 나는 성준이를 데리고 'Ready Set Grow'라는 이름의 유치원(preschool)으로 향했다. 오늘과 모레, 이틀만 더 나가면 성준이의 유치원 생활도 끝이다. 9월부터는 유아원(kindergarten)으로 한.. 더보기
'클래식 카'들에 혼이 빠지다 지난 일요일 캘거리 마라톤에서 달리기를 마치자마자 고속도로를 타기에 앞서 길가 팀 호튼스에서 아침 뚝딱 먹어치우고, 3시간여 달린 끝에 점심 무렵 에드먼튼 남쪽의 중국집 '원정각'에 다달아 짜장면 점심을 먹고, 이른 오후, 새알밭 집으로 막 향하던 길이었다. 동네에서 가장 큰 쇼핑몰 단지인 '새알밭 센터' (St. Albert Centre)의 주차장이 사람들로 빼곡한 게 눈에 띄었다. 뭐지? 클래식 카 (빈티지 카) 전시회가 막 열리는 참이었다. 피곤한 것도 잠시 보류하고 차를 돌렸다. 작년에 성준이에게 저 행사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게 걸리던 참이었다. 뒤늦게 어딜 가는지 알게 된 성준이는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혼이 반 넘어 나갔다. 클래식 카아!!! 새알밭에 이렇게 사람이 많았었나 싶을 정도로 행사.. 더보기
둘째의 그림 솜씨 둘째 성준이는 그림 그리기를 무척 좋아한다. 처음에는 엄마 아빠에게 소방차를 그려내라, 불도저를 그려내라, 헬리콥터를 그려내라 주로 요구하는 수준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제가 직접 펜을 붙들고 혀를 살짝 내밀고 집중해서 열심히 뭔가 그려댄다. 뭐 이맘 때야 무슨 짓을 해도 예쁘게 보이겠지만, 첫째 동준이를 통해서는 한 번도 체험해 보지 못한 일들을 둘째를 통해 난생 처음 겪게 되는 일인지라, 그 엄마와 아빠는 초보 엄마, 초보 아빠처럼 우아아~! 하며 감탄을 넘어 감동까지 맛보곤 한다. 여전히 그림의 소재는 압도적으로 자동차와 헬리콥터지만 이따금씩 엄마, 아빠, '동준형아'를 그리기도 하고, 또 요즘은 그 사람들의 벌거벗은 몸을 그리고 낄낄대기도 한다 (이를 성준이는 '바아디!' 라고 부른다. 어감에서 나체.. 더보기
성준이의 '수술' 오늘, 예정보다 열흘쯤 더 일찍 성준이의 이[齒]를 수술했습니다. '이를 수술했다'라고 하니까 표현이 좀 이상한데, 썩은 이를, 아니 이들을 치료하는 수술이었습니다. 가장 많이 썩은 이가 하필이면 어금니여서 뽑을 수가 없었고,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약간씩 썩은 이가 세 개쯤 더 있어서, 어금니 부분은 덮고, 다른 부위는 긁어낸 뒤 코팅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썩은 이를 발견한 것은 벌써 몇 달 전입니다. 병원에 갔지만 여느 치과에서는 성준이처럼 어린애를 치료해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마취를 시켜야 하는데 그런 전문가와 시설이 없다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그런 치과를 찾아갔더니 예약이 워낙 밀려 있어서 3월 초에나 된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게 지난 해 11월이었습니다. 그래서 12월 밴쿠버의 외할.. 더보기
아기는 CEO? 오늘을 끝으로 직장에는 더 이상 나가지 않는다. 4개월 동안 휴가다. 그냥 휴가도 아닌 '출산 휴가.' 내가 아기를 낳는 것은 아니지만 아빠라는 이유만으로 4개월 간의 유급 휴가를 낼 수 있었다. 직장 동료들로부터 그 턱으로 그럴듯한 일식집에서 점심을 얻어 먹었고, 출산 축하 선물을 받았다 (관련 사진들은 여기에 모아놓았다). 이곳에서는 'baby shower'라고 하는데, 대부분 신생아에게 진짜 필요한 물건들이지만 개중에는 아래 사진처럼 코믹한 것도 끼어 있다. 아기가 낮과 밤을 거꾸로 가려 한밤중에 앙앙 울거든 이 귀마개를 하라는 조크다. 위 사진은 오늘 선물로 받은 액자의 윗 부분이다. 아기를 CEO라고 불렀다. 읽어보니 "Chief Executive Offspring"의 준말이란다. 기발하다. 집.. 더보기
LSD...그리고 눈썰매 타기 일요일. 날씨는 두 주 가까이 푸근하다. 낮 기온이 영상을 가리키는 이런 날씨의 겨울이라면 정말 살 만하다. 오늘은 좀 길게 뛰는 날. 오는 4월에 있을 '새알밭 텐 마일러' (16km)의 코스를 뛰어보려다 몇몇 보도 위의 눈이 아직 제대로 치워지지 않은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미처 생각해둔 코스가 없어 이리 돌고, 저리 돌고, 저쪽으로 내려갔다가, 다른 쪽 눈밭 길을 좀 달렸다가, 하면서 11마일 (약 19km)을 채웠다. 그렇게 이 골목 저 골목 다니다가, 동네 언덕에서 눈썰매 타는 아이들을 보았다. 잊고 있었다. 그래 저런 언덕이 있었지!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언덕으로 갔다. 그리곤 신나는 미끄럼, 미끄럼. 작년만 해도 언덕이라면 질색을 하던 동준이도, 올해는 웬일인지 순순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