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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킬로미터 클럽

매주 월, 수, 금요일이면 아내와 성준이는 평소보다 30분쯤 더 일찍 학교로 향한다. 수업이 시작되는 8시50분 전에 운동장을 돌기 위해서다. 성준이가 다니는 '이스트뷰 초등학교' (Eastview Elementary)는 지난 4월부터 '킬로미터 클럽'이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수업 전에 아이들이 운동장을 돌며 운동을 하라는 취지로 만든 자발성 프로그램이다. 원하는 사람만 하라고 했지만 어차피 부모 중 한 사람이 함께 뛰거나 걸어줄 수밖에 없으니 자발 뒤에 '성'이 붙을 수밖에...



대부분의 경우는 엄마가 성준이와 운동장을 돌 수밖에 없다. 아빠는 이미 오래 전에 출근하고 난 다음이기 때문. 그래도 재택 근무나, 웨스트밴쿠버 본사의 회의에 참석한다는 핑계로 평소보다 늦게 출근하면서 같이 뛰어줄 기회가 두 번 있었다. 아빠 나름으론 성준이를 위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본인은 엄마와 뛰는 것을 더 선호한다. 아빠는 자꾸만 한 바퀴만 더 돌자, 걷지 말고 뛰어라, 귀찮게 굴기 때문이다. 오늘은 세 바퀴를 돌았다. 꼭 1km가 되는 거리다 (실제는 그보다 다소 짧은 것 같지만). 



성준이 또래가 흔히 그렇듯 꾸준히 운동장 한 바퀴를 뛰기는 쉽지 않다. 뛰고 걷고를 반복하는 형식이다. 그게 자연스럽기도 하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돌면 초록색 딱지를 한 장 받는다. 세 바퀴를 돌아 1km를 채우면 초록 딱지 두 장을 반납하고 노란 딱지 한 장을 받는다. 그렇게 받은 노란 딱지가 벌써 아홉 장이란다. 9km를 돌았다는 뜻이다. 고학년 중에는 일주일도 채 안되 그 거리를 채우는 아이도 있다지만, 어쨌든 대견하다. 킬로미터 클럽은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6월 하순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