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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rey

'그린 팀버' 도시 숲 아내와 아이들을 꼭 걷게 해주고 싶었다. 처가에서 두 블록쯤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그린 팀버 도시근교림' (Green Timbers Urban Forest)의 트레일. 총 183 헥타르 (약 450 에이커)에 이르는 커다란 숲이 도심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숲 주위로만 걸어도 5 km쯤 된다. 나는 달리기를 주로 이 숲에서 했다. 해가 아직 떠 있을 때는 숲속 트레일들을 이리저리 돌았고, 어두울 때는 그 주변 인도로, 불빛이 있는 곳만 따라서 뛰곤 했다. '온대우림'이라는 이름답게 워낙 비가 자주 내리는 지역이다 보니 나무줄기는 하나같이 이끼를 덮고 있고, 고사리와 버섯이 지천이다. 부러진 나무는 저절로 썩어 비료가 되도록 내버려두었고, 그런 나무에도 이끼가 끼고 잎이 덮여 더더욱 '원시림' 같은 .. 더보기
비 내리는 밴쿠버에 오다 리치몬드의 밴쿠버 국제공항으로 내려앉기 시작하는 웨스트젯.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었고, 간혹 거센 바람이 불어 기체를 불안정하게 만들기도 했다. 9월29일/ 일/ 흐림, 비 약간 밴쿠버행 웨스트젯에 앉아 있다. 태평양 시간으로 오전 10시44분, 산악 시간대로는 11시44분, 점심 때다. 머리속이 멍하다. 내일부터 새 직장에 출근이다. 하지만 별다른 실감은 없다. 아직은 얼떨떨할 따름이다. 공항으로 오는 미니 밴 안에서, 성준이는 아빠만 밴쿠버에 가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앙~ 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자기도 같이 가면 안되겠느냐고 묻는다. 다음 주 목요일에 다시 볼 거라고 하자 금방 진정이 된다. 엄마 컴퓨터로 라퓨타에 나오는 로봇을 볼 수 있느냐고 또 묻는다. 안된다고, 아빠 컴퓨터로만 된다고 대.. 더보기
밴쿠버 가는 길 5월5일(일) 열리는 밴쿠버 마라톤에 참가하려 5월2일(목), 긴 장정에 올랐다. 새알밭에서 밴쿠버, 좀더 정확하게는 처가가 있는 써리(Surrey)까지의 거리는 1,250 km. 하지만 로키 산맥을 넘어야 하다 보니 길이 여간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도로 곳곳이 공사중이거나 중앙선을 새로 페인트 칠하느라 원활한 진행을 막는 경우가 많았다. 금요일과 다음 주 월요일 이틀을 휴가내고, 목요일 오후 3시30분, 회사 근처 도서관 건물 곁에서 가족을 만나 곧바로 캘거리 남행을 시작했다. 오늘 목적지는 400 km쯤 떨어진 밴프. 하루에 몰아서 가기에는 너무 멀다는 생각에 그 쯤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그리곤 다음날(금), 다시 도로로 나서, 800 km 넘는 여정을 거쳐 써리에 닿았다. 달려도 달려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