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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

겨울에 대한 질문...그리고 '사는 기쁨' 한 지인이 '이장욱'이라는 시인을 내게 소개해 주었다. '겨울에 대한 질문'이라는 시다. 겨울에 대한 질문 함부로겨울이야 오겠어?내가 당신을 함부로겨울이라고 부를 수 없듯이어느 날 당신이 눈으로 내리거나얼음이 되거나영영 소식이 끊긴다 해도 함부로겨울이야 오겠어?사육되는 개가 조금씩 주인을 길들이고무수한 별들이 인간의 운명을 감상하고가로등이 점점이 우리의 행로를 결정한다 해도 겨울에는 겨울만이 가득한가?밤에는 가득한 밤이?우리는 영영 글자를 모르는 개가 되는 거야다른 계절에 속한 별이 되는 거야어느 새벽의 지하도에서는 소리를 지르다가 당신은 지금 어디서혼자 겨울인가?허공을 향해 함부로무서운 질문을 던지고어느덧 눈으로 내리다가 문득소식이 끊기고 좋았다. 인터넷을 뒤져 그의 다른 시 몇 편도 감상했다. 기형도.. 더보기
이별 없는 시대 친구들에게, 한국에서 돌아온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기억은 이미 한 달이나 두 달쯤 지난 것처럼 아득하고 희미하다. 한여름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을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리며 뜨거운 김을 아지랑이처럼 피워올리던 아스팔트처럼, 내 두뇌의 일부도 예년보다 유난히 더 무더웠다는 8월의 폭염 속에서 기억 장애를 일으켰는지도... 한 달이나 휴가를? 그게 가능하냐? 한 달이나 휴가를 올 수 있다면 네가 그 회사에 필요 없다는 얘기 아니냐? 등등 온갖 덕담이나 악담 속에서, 정말로 한 달을 한국에서 - 그리고 나흘은 일본에서 - 보냈는데, 한없이 길 것만 같았던 시간은 마법사의 손 아래서 퐁~! 하고 연기를 불러일으키며 사라진 비둘기처럼 어느새 훅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포항으로 전주로 서천으로 청주로 서울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