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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동준이의 발작 호텔에서 새벽 4시55분에 눈을 뜬 지 16시간 만에 집에 닿았다. 예정된 8시 밴쿠버행 직항을 놓치고, 오후 3시 비행기로 캘거리를 거쳐, 어렵게 어렵게 집으로 돌아왔다. 아니 '놓친' 것이 아니었다. 탈 수가 없었다. 탑승을 10분쯤 앞둔 7시20분께, 동준이가 발작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동준이가 컥컥, 기이한 소리를 냈다. 늘상 이상한 소리를 내는 터라 심상하게 생각하고 흘낏 옆을 돌아봤다. 그게 아니었다. 눈이 돌아가고 입은 차마 잡히지 않는 숨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커커컥... "동준아, 동준아!!" 몸을 잡고 흔들었으나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몸이 경련하며 옆으로 넘어갔다. 입에서 침이 흘러나왔다. 동준이가 죽어간다, 얘가 왜 이럴까, 어떡해야 하지? 온갖 두려움, 충격, 당혹감이 .. 더보기
세상은 달리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무엇인가에 빠지면 적어도 그것에 푹 빠져 있는 동안은 주변 세상을 온통 그것을 중심으로 보게 마련이다. 그 관심사가 일종의 렌즈나 필터, 혹은 기준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음악을 들으면서는 늘 말러를 생각하게 되고, 캐나다나 미국의 정치판 소식을 접하면서는 한국의 비슷한 상황을 떠올리며, 다른 도시의 축제나 이벤트 소식을 들으면 내가 사는 새알밭과 이웃 에드먼튼을 거기에 견줘 보게 된다. 이 달엔, 다음 달엔 어디를 가볼까, 무슨 일을 해볼까, 어떤 휴가를 즐겨볼까 생각할 때, 나는 먼저 '달리기'의 렌즈를 낀다. 찾아가려는 동네에는 어떤 트레일이 있을까, 혹시 휴가 간 동안 무슨 달리기 행사나 대회가 있지는 않을까, 그 동네나 근처에 달리기 좋은 길이나 환경이 조성되어 있을까...? 올해 일정은 이미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