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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크너

그럼 나도 브루크너로 힐링을! 정녕 세상에는 이렇게나 상처 받은 사람이 많은 거냐? 페이스북을 훑다 보면 힐링, 힐링, 온통 힐링이다. 꼭 병원 복도를 걸어가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사는 게 곧 상처 받는 일, 이라는 식의 논리라면 뭐 그럴 수도... 그래도 걸핏하면 '힐링', '힐링' 하는 데는 좀 뜨악해질 수밖에 없다. 힐링은 치유라는 뜻이고 - '힐링'이라는 단어 자체의 뉘앙스에 뭔가 '쿨'하다는 느낌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 그렇다면 그것은 이미 어딘가에 상처가 있다는, 과거에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한국 사람들은 유독 상처를 자주 입으시는가 (accident prone), 아니면 세상사에 과민하신가, 그도 아니면 그냥 멋으로 그 단어를 쓸 뿐인가? 말과 글은 다르고, 그래서 말로는 '내 1년 밑의 후배 아무개'.. 더보기
귄터 반트 “내 지휘봉에 마침표란 없다” (NEWS+ 1997년 6월5일치) * 귄터 반트는 2002년 2월 타계했다. ‘85세 현역’생동감 넘치는 지휘, 베를린필과 연주한 브루크너 5번 교향곡 명음반 나와 사라지는 모든 것들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것이 빛날수록 그 뒤에 남는 그늘 또한 크다. 거장(巨匠) 지휘자의 시대가 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르주 첼리비다케와 라파엘 쿠벨릭이 긴 그늘을 남기며 「거장 시대」의 황혼을 더욱 짙게 했었다. 귄터 반트는 그 황혼녘에 아직도 찬란한 빛을 던지며 거장의 맥을 잇는 인물이다. 대중적 인지도를 제쳐둔다면, 반트는 아마도 게오르그 솔티와 동렬에 놓일 만한 유일한 거장일 것 이다. 아니, 대중적 인기에서도 반트는 근래 2~3년 사이 열광에 가까운 존경과 환호를 받기 시작했다. 올해 85세. 이미 오래 전에 은퇴했을 법한 나이지만 그의 음악적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