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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사이클링

토요일의 자전거 통근 리허설

집(A)에서 직장(B)까지 자전거로 가는 코스. 편도로 15km 정도.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 대신, 오른쪽의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는데 거리는 조금 더 짧지만 자전거 도로 사정이 좀더 열악하다. 


벼르고 벼르다, 아니 망설이고 망설이다, 아니 아니 차일피일 미루다, 마침내 토요일인 오늘 자전거로 직장까지 갔다 왔다. 다음 월요일부터 한 주간 진행되는 '자전거 출퇴근' 캠페인(아래 사진)을 계기로 버스 대신 자전거를 타보자는 심산에서다. 마음은 있었지만 계속 망설일 수밖에 없었던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왕복 30km라는 거리가 만만찮았다. 거리뿐 아니라 노쓰밴쿠버 지역이 워낙 산자락이어서 비탈이 많은 것도 부담이었다. 둘째는 자동차들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다른 도시에 견주어 자전거 도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고 하지만 차도와 자전거 도로가 구별되지 않는 지점이 많았고, 그런 데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면서도 두려웠다. 셋째는 씻고 옷 갈아입는 번거로움이었다. 아침에 출근해 샤워하고 옷 갈아 입고, 점심 때 달리기 위해 또 샤워하고 옷 갈아 입고... 물론 집에 와서도 또 한 번 샤워와 옷 갈아 입는 절차가 필요할 터였다. 


어쨌든 한 번 해보자, 해보지 않고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고 걱정만 해서는 아무 일도 안되지 싶었다. 그래서 오늘 나섰다. 앞에 열거한 이유들이 다 타당했다. 주말이라 정식 출근은 아니었으므로 그냥 직장 앞까지 '찍고' 곧바로 돌아온 덕택에 '샤워하고 옷 갈아 입는' 불편함까지는 확인해 보지 않았다. 그쯤이야...


아 정말 힘들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자전거 페달을 밟는 일과 두 다리로 뛰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었다. 힘들면서도 뿌듯한 쾌감과 성취감을 주기는 마찬가지지만...아내가 찍어줬다.


가는 길도 만만찮았지만 오는 길이 특히 더 힘들었다. 마운틴 하이웨이의 산비탈을 타고 올라오는 길은 정말 힘들었다. 가능한 최저속 기어비로 설정하고 밟는데도 꽤나 고되었다. 그래도 단 한 번도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지는 않았다는 게 내심 자랑스러웠다 (원래 남자들이 이렇게 유치하고, 사소한 일에 행복해 한다). 아마 달리기를 한 덕택일 것이다. 


주 5일간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평소 달리던 대로 매주 60km 정도를 달린다고 하면 총 주행거리 (자전거 + 달리기)는 대략 210km쯤 될 터이다. 해낼 수 있을까? 한두 주 정도야 견디겠지만, 과연 버스 통근을 자전거 통근으로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월정 버스 패스를 사지 않아도 될 정도로? 


한 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