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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성준이의 생애 첫 '저작' ROBOTS!

퇴근하니 성준이가 흥분된 표정으로 달려와 "Daddy, I made a comic book!"이라고 자랑한다. 어제가 졸업식이어서 다음날인 금요일은 휴교였는데, 집에 있는 동안 만화책을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문득 초등학교때 만화책을 그린 생각이 나면서 이런 것도 유전인가 보다, 싶어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더없이 유쾌했다.


스테이플러로 제본한 성준이의 생애 첫 만화 'ROBOTS!' 자기 자신을 위해 그린 것이라고 명시했다. 'Illustrated'라는 아주 어려운 표현을 썼는데, 분명 엄마한테 철자를 하나하나 받아서 적었을 것이다. 그림에서 금방 드러나듯이 이야기의 모태는 당연히 'Pacific Rim', 그 중에서도 미국산 로봇인 '집시 데인저'이다. 그림은 제가 그렸다고 해놓고, 뒤에 'By Dongjoon Kim'은 왜 넣었는지 모르겠다. 동준이와 공동 작업을 벌였다는 뜻?


집시 데인저가 괴수 (영화의 표현은 Kaiju, 물론 일본에서 나온 말을 음차한 것)와 붙었다. 괴수 발밑에는 트레일러가 있는데, 영화 'Pacific Rim'의 예고편에 보면 괴수가 트레일러를 밟아 박살내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집시 데인저가 싸움에 패해서 쓰러졌고, 그 안에 있던 조종사 두 명은 달아나고 있다. 조종사들의 뜀박질에서 속도감이 느껴진다 ㅋㅋ


재기한 집시 데인저가 뼈발린 생선....이 아니라 칼로 괴수를 베고 있다. 처음에는 저 생선 대가리 모양이 배인가 했는데 (영화 예고편에 로봇이 제법 큰 배를 방망이 삼아 휘두르는 장면이 나온다), 물어보니 칼이란다. 흑백 만화에서 이 컷만 유일하게 컬러다. 칼에 베인 괴수의 몸통 부분에서 피가 나는 장면.


만세! 우리가 이겼다. 쓰러진 괴수 표정도 웃기지만, 뒤늦게 찬조 출연한 온가족을 일일이 화살표로 소개한 장면도 큭큭 실소하게 만든다. 


이것은 표지를 스캔한 것.


이 만화는 성준이의 두 번째 저작. 형인 동준이를 위해 그린 만화 '슈퍼히어로'다. 내용을 사진으로 찍으려고 오늘 아침에 찾았더니 보이지를 않는다. 찾는 즉시 그 내용을 공개하겠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