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와 주권 – 현재 온라인 세계에서 벌어지는 우려스러운 흐름을 개괄함.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급속히 떠오르는 온라인의 거대 권력들, 그리고 이들과 결탁하거나 이들에게 압력을 가해 온라인 검열과 통제를 꾀하는 국가들.
디지털 공동체의 부상 – 이른바 ‘네티즌’ 인구의 급증, 그리고 디지털 공동체의 주요 구성원들을 개괄함. 수백만에 이르는 컴퓨터 프로그래머(coder)와 엔지니어들, 특히 ‘아랍의 봄’으로 일컬어지는 중동 지역의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디지털 운동가들과 그들이 직면한 위기를 짚음.
통제 2.0
네트워크화된 권위주의 – 중국의 인터넷 검열 및 통제가 어떤 단계와 방식으로 자행되는지 최근의 여러 사례들을 통해 설명. 서방으로 유출된 문서로 드러난 중국 공산당의 인터넷 통제 정책도 소개.
변종과 변형 –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을 몰아낸 이집트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 사례를 통해 인터넷의 위력과 취약성을 동시에 보여줌. 당시 이집트 정부가 손쉽게 인터넷 접속을 차단할 수 있었던 것은 이집트로 들어오는 제한된 숫자의 광케이블 연결망을 통제하고 있었던 데다, 국가 소유의 통신공사가 이 광케이블망을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에게 임대하는 형식이었기 때문. 더욱이 영국의 보다폰을 비롯한 인터넷 서비스업체들과의 라이선스 계약이 국가의 인터넷 폐쇄 조항을 담고 있었음. 꼭 이집트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한 국가 권력의 인터넷 접속망 차단은 대단히 용이하다는 점이 입증됨. 이밖에 이란, 튀니지, 시리아, 러시아 등 권위주의 체제 나라들의 노골적인 인터넷 통제 방식이 소개됨.
민주주의 국가들의 교묘한 인터넷 검열
약화되는 책임 소재 – 2011년, 대통령의 특별 명령으로 인터넷의 작동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한다는 이른바 ‘인터넷 킬 스위치’(Internet Kill Switch) 법안이 나온 배경 – 인터넷이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에서 전시 사이버 무기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 을 짚음. 그와 함께 9-11 사태 직후 발효된 패트리어트법(PATRIOT Act)과 외국정보감시법(Foreign Intelligence Surveillance Act, FISA) 등 정부 차원에서 치밀하게 추진하고 늘리는 인터넷 감시 수단과 통로들을 소개. 또 위키리크스 사태를 들어 온라인 상의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과 위기를 짚음.
민주주의적 검열 –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권위주의 체제의 인터넷 검열 및 통제 방법과 대조적으로 매우 교묘하고 우회적인 방식으로 인터넷 소통의 자유를 옥죄는 민주주의 체제에서의 다양한 수단과 시도를 보여줌. 그 사례중 하나로 한국이 등장함. 2005년의 개똥녀 사건, 그 이후 연쇄적으로 발생한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 사건, 학생들의 85%가 사이버불리를 당하고 있다고 응답한 2006년의 충격적인 설문 조사 결과, 2009년의 미네르바 사건 등을 바탕으로 한국 정부는 인터넷 실명제를 적극 추진했으나 네티즌들의 강력한 반대로 좌절된 사정을 설명. 지은이는 또 민주주의 정부들의 전형적인 인터넷 통제 법안들이 갖는 공통점 – 그 중 하나는 어린이와 청소년에 유해한 음란물을 막는다는 명분 – 을 지적하는 한편,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을 통한 우회적 검열 사례를 보여줌.
저작권 전쟁 – 흔히 ‘ACTA’로 불리는 ‘위조 및 불법복제 방지협정’을 통해 콘텐트의 불법 업로드/다운로드를 처벌하려는 미국 정부와 저작권 단체들의 시도가 어떻게 인터넷 통신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제로 오용되는지 분석.
위협 받는 사이버스페이스의 주권
기업 차원의 검열 – 중국 시장에 진출한 애플의 ‘자발적인’ 앱 시장 검열 사례 (예: 달라이 라마와 관련된 앱은 판매 금지). 애플은 더 나아가 유럽 시장에서도 자체 검열을 통해 다수의 출판사, 앱 제작사와 충돌 (예: 독일의 잡지 슈테른과 빌트는 콘텐트에 음란물이 들어 있다는 이유로 판매 금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만화로 제작한 앱에 대해서도 음란하다는 이유로 판매 금지). 지은이는 이 같은 온라인 대기업들의 자체 검열과 규제가 향후 인터넷의 자유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 전망.
사악해지지 말라 – 중국의 언론인 쉬 타오는 2005년 야후가 중국 공안에 그의 ‘야후 차이나’ 이메일 정보를 넘기는 바람에 체포됨. 그 이메일은 천안문 사태 기념일에 대한 중국 정부의 언론 보도지침을 뉴욕의 한 웹 에디터에게 제보한 것. 한편 2010년 페이스북은 이집트의 민주화 운동 세력이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를, 이들이 실명이 아닌 가명으로 해당 페이지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삭제함. 대규모 원유 유출로 세계의 비난거리가 된 영국의 석유회사 BP를 보이콧 하자는 페이스북 페이지도 같은 이유로 삭제됨. 페이스북은 그뿐 아니라 잦은 프라이버시 정책 변경으로 이용자들의 혼동과 반발을 불러일으킴. 또 2010년 구글은 갓 출범시킨 소셜네트워킹 서비스 ‘구글 버즈’를 해당 이용자들의 동의 없이 그들의 이메일과 연결해 버리는 바람에 대규모 ‘프라이버시 위반’ 스캔들을 일으킴. 지은이는 이런 사례들을 통해 네티즌들의 인터넷 자유를 위협하는 것은 국가 못지않게 그에 자의로 혹은 타의로 협력하는 온라인 대기업들임을 다시 강조.
페이스부키스탄과 구글왕국 – 온라인의 대표적인 두 회사 페이스북과 구글을 통해, 인터넷 안에 각자의 논리와 규칙에 기반한 폐쇄적 플랫폼 – 하지만 이 플랫폼들끼리는 서로 호환되거나 소통되지 않는 배타적 환경 – 을 건설해 네티즌들을 끌어모으는 최근의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들의 흐름이 가진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함. 이처럼 각 소셜네트워킹 사이트의 구체적이고 자의적인 규칙과 요구에 맞춘 세계에서 활동하는 한, 네티즌들의 발언, 집회, 결사의 자유는 상당 부분 제한되고 구속될 수밖에 없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신뢰하라, 하지만 확인하라 – 공통된 합의점을 찾아 공생하려는 여러 움직임을 요약. 그 중 대표적인 것은 2006년 야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손을 잡은 ‘글로벌 네트워크 이니셔티브’로 인터넷 이용자들, 소비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보호’한다는 대원칙을 표명함. 다른 산업 분야의 사례를 통해 시사점도 모색함.
‘인터넷 자유’ 보장하는 정책을 찾아서 – 2010년 당시 미 국무장관이던 힐러리 클린턴의 ‘인터넷 자유’를 주제로 한 연설을 비롯해 인터넷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미국 정부, 혹은 다른 정부들과의 협력 시도들을 소개함. 그러나 미국의 ‘인터넷 자유’ 정책은 찬성보다 반대 의견을 더 많이 불러일으킴. 지은이는 미국의 정책적 시도에 대한 인터넷 전문가들의 비판을 꼼꼼히 소개함.
국제 사회의 인터넷 통치 시도들 – 세계 각국의 정상이 모여 정보 사회의 혁신과 그에 따른 세계 사회의 영향을 논의함으로써 정보 사회의 실제적인 조정과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정보사회세계 정상회의’의 사례를 통해 국제 사회의 인터넷 통치 시도가 가진 여러 문제점을 부각시킴. 미국 주도의 ‘인터넷 주소 관리 기구’ (Internet Corporation of Assigned Names and Numbers, ICANN)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반발도 큰 쟁점. 계속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ICANN의 기능과 권한을 유엔 산하 기구인 ‘국제 전기 통신 동맹’ (ITU)로 이양해야 한다는 다른 나라들의 주장이 갈등을 빚음. 진정한 ‘인터넷의 자유’를 확보하는 데 정치적 걸림돌로 작용하는 여러 국제적 논쟁을 이 장에서 정리함.
네티즌 중심의 인터넷을 건설하자 – 지은이 매키논은 네티즌들에게 단순한 소비자나 구경꾼(eyeball)이 아니라 ‘행동하는 시민’ (active citizen)이 될 것을 주문. 그는 미래 세계가 시민들의 타발적 복종을 강요하는 오웰적 감시 사회가 아니라, 안전과 쾌락, 물질적 안락을 추구하는 인간의 심리를 활용해 시민들의 자발적 굴종을 유도하는 헉슬리적 ‘멋진 신세계’의 사회가 될 위험성이 더 크다고 주장. 막강한 디지털 권력을 행사하는 기업들,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인터넷의 자유를 옥죄는 정부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은 개명한 개별 네티즌들임을 강조.
독후감
인터넷에 대한 유토피아적 그림의 허상을 전세계 곳곳, 물리적 세상과 가상 공간 양쪽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사례들을 통해 발가벗겨주는 책. 인터넷의 자유에 가장 큰 위협으로 작용하는 것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같은 온라인의 대기업들과 긴밀히 손잡은 정부 권력임을 구체적인 증거들로 보여주는 책. 그리고 인터넷 통제는 감시나 정보 여과(filtering) 수준을 넘어 정부 권력이, 혹은 정부 권력의 사주를 받은 온라인의 대기업들이 교묘하게 왜곡한 메시지들을 통해서도 일어난다는 점을 고발한 책.
지은이 레베카 매키논은 CNN의 베이징 지국장과 도쿄 지국장을 거쳐 하버드 대학의 공공정책 대학원과 버크만 인터넷과 사회 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했고, 시민 언론 네트워크인 ‘글로벌 보이스’ (Global Voices)를 공동 설립했으며, 지금은 ‘뉴 아메리카 재단’에서 글로벌 인터넷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학술적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지만 매우 평이한 문장으로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서술되어 있다. 이는 지은이 레베카 매키논이 10년 넘게 CNN의 기자로 활동했다는 배경에 힘 입은 바 크다.
인터넷을 ‘표현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인터넷 인구가 늘고 그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그에 대한 각국 정부 권력의 견제 – 혹은 견제를 넘어 노골적인 억압과 통제 – 가 어떤 유형과 양상으로 벌어지는지, 그리고 구글, 페이스북 같은 온라인의 대기업들이 어떻게 막대한 이용자층을 등에 업고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를, 때로는 그릇된 인식 때문에, 때로는 외부(해당 국가)의 압력에 못이겨 교묘하게 왜곡하거나 가로막는지 지은이는 풍부한 사례들로 보여준다. 어느새 인터넷의 도저한 상업주의와 천박한 쾌락주의, 물질적 풍요에 물들어, 그 뒤에서 벌어지는 여러 억압적 양상과 퇴행적 사태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네티즌들에게, 이 책은 유의미한 ‘개명서’ (eye-opener) 구실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별점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