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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st Laid Plans...The High Road: 한없이 유쾌하고 즐거운 캐나다 정치 풍자극

책 제목: The Best Laid Plans (최고의 계획)
지은이:  Terry Fallis (테리 팰리스)
출간일: 2008년 3월
출판사: Emblem Editions (매클레런드 & 스튜어트) 
종이책 분량: 336페이지

책 제목: The High Road (고매한 길)
지은이: Terry Fallis (테리 팰리스) 
출간일: 2010년 9월
출판사: Emblem Editions (매클레런드 & 스튜어트)
종이책 분량: 352페이지

줄거리: 캐나다의 자유당 당수의 정치 보좌관인 대니얼 애디슨은 오랜 정치 활동에 신물을 느끼고 정계를 떠나 강단에 서기로 마음 먹는다. 하지만 선거가 몇 개월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혼자만 몸을 뺀다는 비난을 듣기 싫어 자신이 새로 옮겨간 동네에서 자유당 후보를 찾아내 마지막 선거전을 치르기로 지도부와 약속한다. 어차피 그의 동네인 컴버랜드-프레스콧 선거구는 대대로 강력한 보수당 텃밭이어서 누구를 후보로 내세우든 이길 확률은 제로, 더욱이 현역 의원인 에릭 캐머런은 번듯한 외모에 뛰어난 언변으로 지역구는 물론 전국적 인기와 지명도에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아성을 구축하고 있었다. 차차기 수상으로까지 운위되는 그를 이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고, 자유당 지도부도 이를 일찌감치 인정하고 있었다. 애디슨으로서는 아무나 적당한 인물을 내세워, 선거 운동 시늉만 하다 완패하면 그만이었다. 

애디슨의 문제는 '아무나 적당한 인물'조차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그 동안 다섯 번 출마했다 모두 낙선한 자유당의 여전사 뮈리엘은 이미 팔순으로 양로원에 사는 처지. 혹시 또 한 번 출마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애디슨의 물음에 기막히다는 너털웃음으로 대답할 뿐이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찾아낸 인물은 애디슨이 영문과 교수로 가게 된 오타와대학의 토목공학과 교수인 앵거스 매클린톡이었다. 애디슨이 세들어 살게 된 집의 주인이기도 했는데, 오타와 강이 내려다보이는 환상적인 위치의 이 집에 들어가기 위해 애디슨은 매클린톡의 몇 가지 특징, 가령 체스를 즐긴다거나, 잘못된 영문법의 남용을 깊이 개탄한다는 사실 등을 잘 활용해 그의 선심을 샀다. 


독후감: 두 소설은 환타지다. 정치에 신물난, 정치인들에게 환멸을 느낀, 이 세상 수많은 장삼이사들의 꿈이고 로망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 '벌어질 수 없다'고는 확언하지 말자 -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앵거스 매클린톡 교수와 대니얼 애디슨 콤비의 정치 활약상은 정치 소설이 아니라 풍자 소설로, 환타지로, 유머로 읽힌다. 그것은 희극이자 비극이다. 마땅히 그래야 맞는 상황이고 행보인데, 독자는 그것을 읽으면서 웃는다. 통쾌해 한다. 왜? 현실은 그 반대인 것을 너무나 자주 확인해 왔기 때문에. 

이 두 소설에는 미덕이 많다. 무엇보다 줄거리가 무협지 같고 - 무지 재미있다는 뜻이다 - 주요 등장 인물들의 개성이 만점이며, 소설을 이끌어가는 문장이 실로 훌륭하다. 낄낄 웃는 가운데, 우리가 흔히 틀리게 쓰는 영문법 몇 개를 교정받는가 하면, 캐나다 정치 체제의 특징도 자연스럽게 배운다. 다양한 정치 용어들이 나오지만 적절한 설명으로 독자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 이는 테리 팰리스의 정치 보좌관 경험, 숱한 정치인들의 연설문을 작성한 경험, 그리고 지금 홍보 대행사를 운영한다는 점 등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팰리스는 실제로 자유당의 전략가로 일했고, 전 수상인 장 크레티앙을 비롯해 장 라피에르, 로버트 닉슨, 마이클 이그나티에프 등 유명 정치인들의 보좌관을 지냈다. 지금은 '쏜리 팰리스'(Thornley Fallis)라는 이름의 홍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