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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비늘

2007 스바루 아웃백

2007년형 스바루 아웃백 2.5i 투어링.

혼다 시빅  DX, 스바루 포레스터 LL 빈 에디션에 이어 캐나다에 와서 세 번째로 몰게 된 차다. 2008년형의 출시가 임박한 마당이어서 비교적 괜찮은 조건으로 리스 계약을 맺었다. 트랜스미션을 공유하기 때문에 차의 기본 골격은 포레스터와 다르지 않다. 2.5리터, 4실린더, 170마력, 토르크는 169lb-ft (끄는 힘은 영 별로다). 

스바루 차들의 가장 큰 미덕은 AWD, 곧 올타임 올휠드라이브(All Wheel Drive)여서 눈길이나 빗길에 미끄러짐이 적다는 점이다. 당연히 앞바퀴나 뒷바퀴만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차들보다 험로 주행 능력도 훨씬 더 낫다. 트럭을 기반으로 한 네바퀴 굴림형 ( 4WD)의 SUV들보다는 못하지만. 

또 하나 스바루 차의 특징은 엔진의 피스톤 운동이 인라인AWD처럼 수직이거나 일반 V6 AWD처럼 사선 방향이 아니라 수평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영어로는 'horizontally-opposed, 4-cylinder SUBARU BOXER engine'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따라서 위아래로 엔진이 차지하는 공간이 적고 자동차의 무게 중심도 더 낮고 안정적이다. 

앞으로도 계속 스바루를 타야겠다고 결정한 배경에는 토론토의 변덕스럽고 혹독한 겨울 날씨가 한몫 했다. 걸핏하면 쏟아지는 폭설, 중간에 눈밭에 빠지거나 언덕길을 못올라가게 되지나 않을까, 커브에서 자칫하면 미끄러지지나 않을까, 미처 눈을 치우지 않은 샛길에서 눈길에 빠지지나 않을까, 겨울철 운전의 여러 걱정거리들이, 스바루를 운전하면서 말끔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제법 눈이 쌓인 주차장이나 길가에서 차를 발진할 때, 아무런 미끄러짐이나 헛바퀴질의 느낌 없이 부드럽게 빠져나오는 기분은 정말 그만이다. 

물론 사소한 단점이나 아쉬움도 있다. 혼다나 도요다 같은 거대 메이커나 현대, 기아 같은 한국 차들에 비해 소소한 편의성은 여전히 다소 뒤처진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차에는 위성 라디오 수신 기능도 있고, Aux 단자가 추가되어 별도의 액세서리 장치 없이도 차 안에서 아이팟이나 다른 mp3 플레이어를 듣는 게 가능해졌다. CD플레이어도 WMA, mp3 같은 오디오 파일까지 인식하도록 개선됐다. 6장을 한꺼번에 넣을 수 있는 체인저 기능이 아니라 달랑 한 장밖에 못 넣지만, 적어도 내가 써본 바로는 체인저가 그리 유용하지 못했으므로 그다지 아쉬울 게 없다. 

7월4일부터 새 차를 몰기 시작했다. 앞으로 적어도 몇 주 동안은 엔진 길들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계기판의 마일리지는 아직 13.4에 머물러 있다. 처음 공장에서 출고될 때는 38인가 40에 맞춰져 있다 (100km 가는 데 38리터, 혹은 40리터가 든다는, 말도 안되는 얘기!). 급속 제동, 급속 발진, 고속 RPM을 지양하면서 다양한 속도로 엔진의 길을 들이는 동안 이 숫자는 급속히 줄어든다. 스바루가 내세운 공식 연비는 고속도로에서 8리터대, 도심에서 10리터대이다. 새 차 특유의 냄새가 사라질 때쯤, 마일리지도 그 수준으로 정착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
2007/07/07 22:58)

후기: 이 차는 2010년 1월1일 로키산맥에서 큰 사고를 만나 폐차됐다. 폐차될 정도로 큰 사고였는데도 그 안에 타고 있던 우리는 무사했다. 그래서 이 차에 더 고마워 한다. 나중에라도 차를 또 살 기회가 있다면 언제라도 사고 싶은 차다. 고맙다 스바루! (2012년 2월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