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

사소한, 하지만 의미 있는...

꼭 잡아!

가까이 가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혹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신기하고, 심지어 신비롭기까지 한 것들이 많다. 몇년 전에 나왔던 자연 다큐멘터리 '마이크로코스모스'는 아마도 그러한 사례의 총정리쯤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놀라고 감탄하는 데는 그렇게 깊숙이, 현미경의 도움까지 받으며 근접할 필요가 없다. 그저 맨눈으로 봐도 신기한 것들 천지이기 때문이다. 담쟁이 덩굴도 그 중 하나이다. 그리고 겨울은 그 덩굴이 벽이나 나무에 의지해 올라가는 비결을 구경하기 가장 좋은 때이다. 

마치 빨판처럼 생긴 '덩굴손'들은 봐도 봐도 신기하다. 벽에 딱 붙은 그 덩굴손들은 하도 밀착되어 있어서 마치 벽과 하나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 그 덩굴손이 네 생명선이다. 꽉 붙잡아야지. 딱 붙어 있어야지... (2007/03/11 10:14)

"당신의 편안한 손목을 위하여...   

... 저희 한 몸 희생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듯하다. 기발한 디자인의 손목 받침대 이야기이다. '행복한 개', '행복한 오리' 같은 이름을 달고 있는 이 장난스럽고 깜찍한 손목 받침대들은, 그 진짜 실용성은 논외로 치더라도 '참 기발하다'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여느 평범한 손목 받침대와 달리 이들 의인화된 동물을 쓰는 느낌에는 남다른 바가 있다. 몸 안에 액체가 들어 말랑말랑한 느낌이 드는 것도 좋고, 그 안에 알파벳이 들어 있어서 그 동물들을 어떤 자세로 놓아두는가에 따라 그 글자들이 아래로 몰려 있는 품새도 살짝 우습다. 

한국에 참 아기자기한 물건이 많다, 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2007/03/13 10:01)

소화전, 또는 Fire hydrant  

얼마전 한국에 잠시 들어갔다가 새롭게 발견한 것이 소화전이다. 불이 났을 때 급히 물을 끌어오기 위한 장치. 한국에 살 때는 관심조차 없었던 물건. 

캐나다로 건너와 살면서 이런저런 사소한 풍경들에 눈길이 가곤 했는데, 소화전이 그 중 하나였다. 그저 무심히 지나치려 하면 딱히 특별하게 보일 것도 없는데, 막상 관심을 갖고 보니 그 또한 쏠쏠한 재미를 안겨주었다. 연결기가 두 개인 것, 세 개인 것, 머리가 넙데데한 것, 뾰죽한 것, 부드럽게 둥근 것, 모자를 쓴 듯한 것, 빠르게 각진 것, 빨강에 노랑색, 노랑에 파란 색, 빨강에 하늘색, 빨강에 흰색... 그야말로 각양각색이었다. 

소화전이 유달리 내 관심을 끈 또 한 가지 이유는 그 모양이 사람 같다는 것. 길가에 오도카니 서서, 그저 아무일 없다는 듯 서 있는 그 소화전들이, 내게는 참 정겹게 보였다. 그래서 틈날 때마다 사진을 찍는다. 부담 없이... 

참, 견공들에게는 더없이 요긴한 '공중 화장실'이기도 할 것이다. :-D (2007/03/10 09:54)

오마나! 

아침 여섯시반. 바깥 온도를 살폈다가 나도 모르게 새된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히익 ~! 

수은주 온도 영하 21도, 체감온도 영하 31도... 이건 좀 심하군. 어젯밤 티비에서, 저 북쪽 누나부트 준주의 동네중 하나인 이누빅의 온도가 영하 43도인  것을 확인하면서 쯧쯧 혀를 찬 게 떠올랐다. 이누빅이야 이곳에서 북쪽으로 2천킬로미터 이상 올라가야 하는 곳이니 그렇다쳐도, 이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론토의 낮은 기온에 유독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중 하나는 그것이 마른 추위가 아닌 젖은 추위라는 점. 습도가 높은 축축한 추위는 옷을 아무리 잘 껴 입어도 그 사이를 비집고, 몸속으로 파고든다. 정말 춥다 (마른 추위, 젖은 추위). 

오늘 같은 기온에선, 맨살을 바깥으로 10분 이상 내놓으면 위험하다고들 한다. 동상의 위험. 

오늘은, 밖으로 나도는 게 위험하다! (2007/03/06 20:36)

으~춥다! 

죽여주게 춥다. 수은주의 숫자로만 보면 고작 영하 10도 안팎. 그러나 중요한 것은 '체감' 하는 온도다. 영하 24도. 바람이 세차다. 낮에 잠시 날렸던 눈발은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내렸다. '수평으로 내렸다'라는 게, 말이 되나? 그래도 내 눈에 보인 눈발의 방향은 적어도 수평에 가까웠다. 그만큼 바람이 세찼다. 

한겨울. 엄동설한. 

그래도 낮의 길이는 점점 길어진다. 제깟 겨울, 아무리 길어봤자 언젠가는 봄에 자리를 내주리라. (2007/03/06 10:27)

콜로라도산 가문비 나무  

토론토 날씨는 요즘 그야말로 '환상'입니다. 눈부십니다. 아, 이런 게 사는 거다. 아, 좋다! 그런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산들산들 불어주는 바람, 파릇파릇 싹을 틔운 잔디며 나뭇잎이며 꽃잎. 사람들의 발걸음도 경쾌하고, 옷차림도 화사합니다. 직장 근처에 '레드버드'(Redbud)라는 예쁜 꽃나무가 있는데, 매일 점심 때마다 가서 꽃 피는 과정을 구경하는 게 또 한 재미입니다. 

지난해 말 장만한 집 정리에도 많은 시간을 쏟고 있습니다. 잔디 깎기, 민들레 뽑기 (요 근래의 최대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나무 한 그루 사다 심기... 심고 싶은 나무는 많았는데 차로 실어나르는 문제가 걸려서 결국 작은 '콜로라도 블루 스프루스' (Spruce, 가문비나무) 하나 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스카보로 루지힐에 살던 시절...2007/05/14 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