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차역을 지나쳤습니다...!
"다음역은 루지힐입니다."
길드우드 역에서 한 5분쯤 달리면 내가 내릴 곳이다. 토론토의 끝자락에 있는 역이라 내리는 사람이 유독 많다. 그 다음 역인 피커링은 토론토가 아닌 다른 도시다.
어어... 기차가 멈춰설 때만 기다리며 딴생각에 빠져 있는데 웅성거림이 들렸다. 창밖을 보니 낯선 풍경이다. 내리려고 미리 서 있던 이들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기차가 정착역을 그냥 지나쳐 버린 것이다.
승차권을 '취소'한다고?
흥미로운 것은 월정액을 제외한 나머지 승차권의 경우 매번 타기 전에 팝(POP, '지불 증명'이라는 뜻의 Proof Of Payment의 약자)이라는 기계에 승차권을 집어넣어 탄 날짜와 시간이 찍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찌지직~' 하는 옛날 도트(dot) 프린터 특유의 소리와 함께 숫자가 찍히면 기차 탈 준비가 끝난다.
머피의 법칙
'나쁘게 갈 가능성이 있는 일은 꼭 그렇게 나쁘게 된다(Whatever can go wrong, will go wrong).' 머피의 법칙이다.
4월의 첫 월요일, 그 법칙이 고스란히 내게 적용되었다. 아침 출근길. 내가 탄 기차가 막 역을 떠날 즈음, 문득 4월치 기차표를 사지 않은 게 떠올랐다. 아뿔싸! 지난 금요일이 3월30일이었고, 주말을 거치면서 4월이 시작되는 사이, 나는 그 달 바뀜을 미처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겨우 한 번인가 두 번 검표원이 기차를 돌았던 게 떠올랐다. '설마... 괜찮겠지. 유니언 역에 도착하자마자 표부터 사야겠다...'
고? 노 고!
어제 아침, 체감온도가 30도 밑으로 사정없이 곤두박질 친 그 날 아침, 아니나다를까, GO 열차는 예정 시각보다 15분쯤 늦게 도착했다. 날씨가 평소보다 춥거나, 눈이나 비가 많이 내리면 거의 어김없이 '신호(기) 문제'를 들먹이며 단골 지각하는 그 행태가 또 벌어진 것이다.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는 수밖에... 날씨는 춥고, 마음은 바쁘고...
겨우 탄 기차, 이번에는 아예 서버린다. 세 번째 정거장이었다. 엔진 고장이란다. 오! 아! 무기력한 우리 승객들은 그저 한탄이나 할 수밖에...
사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