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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비늘

옛날 옛날에....

동준이는 1998년 12월7일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예정일보다 일주일이나 더 엄마 뱃속에서 꾸물거린데다 강북삼성병원에 가서 유도분만 주사를 맞고도 당최 나올 생각을 안해 결국 엄마는 마취주사를 맞고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병원에서 찍어준 사진. 아래 부분은 민망해서 제외했습니다 ^^

동준이가 뱃속에 있을 때 엄마 배가 무척 커서 쌍둥이가 아니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요. 동준이는 몸무게 3.71kg에 키가 54cm인 건강한 아기로 태어났습니다. 수술실에서 실려나온 엄마에게아빠는 "우리 아기 건강해. 엄청 쎄게 운다. 정말 이뻐"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수술한 곳이 아파서 잘 걷지 못했기 때문에 엄마는 이튿날까지 바로 몇십발짝 떨어진 곳에 있는 신생아실로 아기를 보러가지 못해서 무척 속상해 했습니다. 

결국 이틀만에 신생아실 창밖으로 아기를 보러갔죠. 다른 아기들이 모두 앙앙 울어대는데 동준이만 제 침대 한쪽벽에 오른쪽 다리를 턱하니 올리고서 여유만만하게 누워있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는 실감도 나지 않고 그냥 약간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다음다음날에는 드디어 젖을 먹이러 가서 처음 동준이를 품에 안아볼 수 있었습니다. 빵떡 모자를 머리에 쓰고 포대기에 폭 싸여 들어온 동준이는 너무 작았는데, 젖을 물리자 굉장히 힘차게 빨아서 깜짝 놀랬더랬습니다. 그러고선 금방 배가 부른지 색색 잠이 들어 버렸지요. 신생아실 간호사가 금새 데려가버리는데 더 같이 있고 싶어서 너무 섭섭했었답니다. 

일주일이 지나 퇴원할 날이 되었는데 엄마만 나가고 동준이는 황달이 심해서 나중에 데려가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얼마나 더 황당했는지... 집에 와서 몇일 동안 아기생각만 하고 우울해 했답니다. 

그러다 병원에서 전화가 와 아기를 데려가라고 했을 때 얼마나 뛸듯이 기뻤는지! 득달같이 아빠에게 전화해서 자동차를 가져와 함께 집으로 모셔왔지요. 오자마자 동준이는 배가 고팠는지 우유를 무려 80cc(!!)나 꿀꺽꿀꺽 먹고선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잠자는 아기를 들여다보며 엄마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뿌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아기와 애엄마를 집에 데려다주고 회사로 돌아간 아빠는 그날 퇴근하자마자 당연히 쌩하고 집으로 돌아왔지요. 아기를 안아보며 좋아하던 아빠 표정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동준이는 그렇게 우리 가족이 되었습니다. (2004년 2월에 엄마가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