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폴스. 이름과 달리 그닥 높지도 않았고, 폭포도 보이지 않았다. 얼음의 행색으로 대략 어디쯤으로 물이 떨어지는지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하이 폴스(High Falls, 높은 폭포? 그냥 ‘하이’ 폭포라고 해야겠지) 쪽 트레일이 좋다고 해서 한 번 가보기로 했다. “혼자 가도 괜찮겠어?”라고 아내가 걱정 섞인 음성으로 물었지만 설마 잘 정리된 트레일에서 무슨 일이 생기랴.
그런데 웬걸, 무슨 일이 생겼다. 그것도 아주 단단히. 주 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난 화살표와 함께 ‘Magpie/High Falls Scenic Trail’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그쪽 길도, 주 도로만은 못해도 차로 조금 더 나갈 수 있을 듯했다. 길목에 트럭이 한 대 서 있던 것을 보고 눈치를 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게 실수였다.
약 50m쯤 진행하다 ‘아차’ 싶었다. 바퀴가 푹푹 빠지는 느낌이 전해왔던 것이다. 다시 후진해서 길목에 주차하기로 했다. 5, 6m쯤 나갔을까, 갑자기 바퀴가 헛돌기 시작했다. 눈밭에 빠진 것이다. 왼쪽 앞바퀴 하나만 약 30cm 깊이로 빠졌을 뿐인데도 차는 나가지를 못했다. 눈 파내고, 시도하고, 다시 더 파내고 또 시도하고…. 그러는 사이 차는 더욱 깊이 박혀 버렸다. “화안장 하겠구만”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견인차를 부르고 싶어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토론토에서 쓰던 휴대전화는 무용지물. 여기에서 따로 휴대전화를 신청하지도 않았다. 걸어서 17번 고속도로변 주유소까지 나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러자면 적어도 30분 이상 걸릴 것이었다. 파내는 데까지 파내 보고….
그 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길목에 주차되어 있던 트럭 임자가 나타난 것이다. 개와 함께 스노슈잉(Snowshoeing)을 하러 나온 것이었다. 퀘벡 출신이라 영어를 못했다. 몇 마디 단절적인 단어만 내뱉을 뿐이었다. 하지만 내 상황을 이해하는 데 그리 많은 언어는 필요치 않았다.
거기에 그 트럭이 없었다면, 아마도 훨씬 더 많은 헛된 노동과, 헛된 걸음과 견인비용을 치러야 했을 것이다. 자기 차도 빠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무리 트럭이라도 깊이 빠지면 뾰족수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선선히 내 차를 끌어내 주었다. 얼마나 고맙던지…. 아마 이런 경우야말로 천운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에게 점심값이나 하시라고, 20달러를 쥐어주었다.
차가 빠졌던 '현장'. 하도 정신이 없어서 빠져 있던 순간의 사진은 찍을 생각도 못했다.
차를 길목에 얌전히 모셔두고,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그러나 그 아름답다는 전망대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다시 물어보니, 길목에서 오른쪽으로 틀 게 아니고, 그냥 오던 방향대로 계속 가야한다고 했다. 게이트가 설치되어 거기에서 길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그것은 결국 차로로만 끝이었지, 도보로는 시작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그 ‘폭포’는 보았다. 얼음이 꽝꽝 얼었어도, 대충 어디쯤에 그 폭포의 행색이 있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아내에게 전화했다. 혀를 쯧쯧 찬다. 말하지 말 걸 그랬나? …. (*)
다른 방향에서 내려다본 하이폴스 풍경. 계곡으로 흐르는 수량이 제법 될 듯싶다. 이 구경 하려다 큰 봉변을 당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