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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사

청각장애인들‘귀가 뚫립니다’ (NEWS+ 1997년 5월15일치)

영국 BT社, ‘말하는 얼굴’프로그램 개발 - 발음에 맞게 입술모양 나타나 의사소통 가능 

    BT(브리티시 텔레콤)연구소 연구원인 스티븐 매코넬씨(28)는 난청이다. 아니 귀머거리에 가깝다. 다른 사람의 말을 거의 알아듣지 못한다. 그가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은 입술을 읽는 것이다.

    그는 입술 모양만으로도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대강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말하는 사람은 그를 똑바로 보고, 발음에 맞춰 입술 모양을 분명히 만들어 주지 않으면 안된다.

    「말하는 얼굴」(Talking Head)은 정상인과 똑같이 소통하고 싶은 매코넬씨의 바람을 담은 프로그 램이다. 이것은 문장이나 단어 등 텍스트를 목소리로 자동 전환해주는 「로리에이트」(Laureate)라 는 합성장치와 3차원 가상현실 기술, 그리고 사용자의 표정과 몸짓을 인식하는 카메라 등으로 구 성된다.

    발음에 따라 달라지는 19종류의 입 모델을 합성한 「말하는 얼굴」은 놀라울 만큼 자연스 럽다. 찡그리면 찡그리는 대로, 얼굴을 숙이면 숙이는 대로 이를 고스란히 흉내내는 스크린 속 인 물의 동작도 흥미롭다.

    「말하는 얼굴」이 가장 먼저 적용될 분야는 전자우편이다. 키보드로 써 보낸 편지를 읽는 대신 들 을 수 있는 것이다. 「책 읽어주는 컴퓨터」쯤 되는 셈이다.

    그 다음 단계는 인터넷의 가상공간에서 나를 대신한 또다른 자아로 활용하는 것이다(이를 흔히 아바타르(Avatar)라고 한다). 현실과 달리 가상공간에서는 수많은 가상의 내가 존재할 수 있다.

    「말하는 얼굴」은 현실에서 내가 하는 말(또는 글)과 몸짓에 따라 다양한 자아를 가상공간에 그대 로 재현한다. 수많은 네트워크 이용자가 모여 가상 공동체를 건설하거나 네트워크 게임을 할 때 도 이 기술은 유익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미래를 비즈니스와 연결합니다」.

    지난 4월말,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기술 혁신 97」(Innovation 97) 전시회의 모토다. 영국 최대의 통 신기업 BT가 몇년째 개최해 오고 있는 이 전시회는 BT를 넘어 영국 전체의 기술수준을 가늠케 해주는 기회로 여겨진다. 「말하는 얼굴」 프로그램은 이 행사에 선보인 수많은 「기술 혁신」 중 하 나였다.

문장 단어 등 목소리로 전환…전자우편에 응용

전시회는 다음 7개 구역으로 나뉘었다. 대화형 항공 서비스, 주문형 교육(EOD), 원격 진료 등 고 객에게 접근하는 채널의 다양성을 드러내는 제1구역 「다양한 선택」, 대화형 자동응답 장치, 음성 인식기술, 주문형 정보검색시스템 등 고객의 신뢰도를 높여주는 신기술들이 모인 제2구역 「긍정 적인 접촉」, 전자 상거래, 효율적인 과금(課金) 체제, 눈의 홍채를 이용한 보안검색시스템 등 다양 한 금융, 보안기술을 선보인 제3구역 「재정과 보안」, 인트라넷 그룹웨어 지능형네트워크 등 경영 솔루션을 모은 제4구역 「질서 창조」 등.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제6구역 「시간과 행동」과 제7구역 「생활의 재편」이었다. 제6구역의 인 포모션(Infomotion)과 트로마링크(Traumalink), 위치통보시스템(PDS) 등은 인터넷, 인공위성 등을 활용해 교통사고를 처리하거나(인포모션), 응급환자의 상처를 미리 진단하고(트로마링크), 맹도견 (盲導犬)을 대신해 길을 안내하는(PDS) 시스템이다.

    한편 제7구역은 우리의 가정과 직장 환경을 변화시킬 기술들을 선보였다. 앞에 예로 든 「말하는 얼굴」을 비롯해 전화 팩스 전자우편 등을 하나로 묶어 응답자가 어디에 있든 연결해주는 통합 시 스템, 휴대용 원격화상회의 장치 등이 관심을 모았다.

    BT연구소는 400만㎡의 면적에 직원만 3500명을 헤아리는 초대형 두뇌집단이다. BT 총매출액의 2%(약 4200억원)가 연구비로 투입된다. 그 중 85%가 중단기 연구개발비로, 나머지가 10년 혹은 20년 뒤를 내다본 장기 연구개발비로 지출된다.

    {기술 혁신, 소프트웨어의 변화 속도가 예측하기 힘들 만큼 빠르다}고 BT연구소의 피터 코크레 인 박사는 말한다. 전시회를 7개 권역으로 세분한 것이나, BT연구소에 「진보적 개념을 갈무리하 는」 매니저를 따로 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손목시계형 컴퓨터나 스스 로 학습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우리 마음을 읽는 컴퓨터 등을 보게 될 것이다』 코크레인 박사가 들려준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의 한 단면이다.

    BT는 84년 민영화한 뒤 인력 감량과 신기술 개발을 계속해 왔다. 그 결과 25만명에 달했던 직원 수는 그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여러 첨단장치가 그들을 대신했다. 한편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의 결과는 여섯차례에 걸친 「여왕 기술성취상」 수상이었다. <런던=김 상 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