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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사

‘인터넷 장터’떴다 키보드로 쇼핑 척척 (NEWS+ 1997년 3월27일치)

인터파크 등‘우리말 시장’개설…한달 6천만원 매출 - 직접 만져보고 사야 하는 구매습관 허무는게 가장 큰 과제

    게으른 사람을 위한 기쁜 소식 하나. 집안에 앉아서도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더 이상 차파(車波)와 인파에 치여 헉헉거리지 않아도 된다.

    다음에는 슬픈 소식 하나. 그러자면 컴퓨터를 쓸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 「적어도」 인터넷은 이용할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걱정은 금물! 인터넷 접속은 더 이상 「스무 고개 넘기」가 아니다. 인터넷의 문은 하루가 다르게 더 넓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말」을 써서 쇼핑할 수 있는 곳은 「인터넷백화점」 (http://cyber.shopping.co.kr)과 「인터파크」(http://www.interpark.com)다.

    앞의 것은 대홍기획이 롯데백화점과 손잡고 운영하는 「가상 백화점」이고, 뒤의 것은 데이콤이 50여 중소기업을 끌어들여 운영하는 「가상 장터」이다(인터넷의 최대 장벽은 「언어」이지 국적이나 국경이 아니다.

    「우리말」을 쓰는 곳이라는 사실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지난 2월 「국제전자상거래연구센터」(ICEC)도 생겼다. 인터넷 비즈니스에 관련된 기술과 경영기법을 연구하기 위한 단체다.

    마이다스동아일보 BC카드 한일은행 삼보컴퓨터 금융결제원 등 20개 업체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인터넷백화점은 요즘 화이트데이 기획상품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랑의 선물! 꼭 오늘(14일)일 필요는 없습니다』는 광고 문구와 함께 향수, 패션 전화기, 화장품 등이 선물 품목으로 소개된다. 깔끔하고 앙증맞은 디자인이 퍽 세련된 느낌이다.

    3개월 동안의 시험운영을 거쳐 지난해 9월 문을 연 인터넷백화점은 현재 1만2000명 남짓한 회원을 확보했다. 매출액은 월평균 3000만원 안팎. 『지난해말 회원수가 5000명을 넘어선 뒤로 실제 구매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대홍기획의 강현구씨(인터랙티브팀장)는 말한다.

    인터파크는 인터넷백화점보다 3개월쯤 먼저 「온라인 실험」을 시작했다. 52개 업체에서 제공하는 600여 품목의 상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회원사는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데이콤의 정상범부장(전자거래사업본부)은 그에 대해 『인터넷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한편, 자체 판매망을 갖지 못한 영세 기업들을 돕자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회원수는 8300여명. 월평균 3000만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참가업체의 숫자에 견주면 보잘것없는 규모다.

    어쩐지 이상하다. 지난 2~3년 간의 인터넷 붐은, 마치 금광을 찾아낸 듯 요란스럽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정도라니….

    『인터넷이 물리적 공간과 시간의 장벽을 뛰어넘은 것은 사실이지만 문화적 장벽은 아직 뛰어넘지 못했다』고 강현구팀장은 말한다. 특히 언어의 장벽이 큰 문제다. 언어의 영향력은 고스란히 인터넷 세계의 영향력이다.

    매출액을 획기적으로 높이자면 언어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영어권 나라들의 인터넷 비즈니스는 한국의 그것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해커 신용카드 침투 도용­언어장벽 등 문제 산적

    3월11일 미 커머스넷과 닐슨 미디어리서치가 발표한 조사결과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현실과 가능성을 엿보게 해준다. 그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의 인터넷 이용자는 약 5060만명, 18개월 전보다 두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들 중 39%(약 2000만명)가 상품정보를 얻거나 쇼핑할 목적으로 인터넷에 접속한다. 18개월 전의 조사결과는 15%에 불과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가장 흔히 팔리는 품목은 책 CD 소프트웨어 영화표 같은 것들이다.

    무엇보다 인터넷의 보안 문제가 「가상 시장」의 빠른 확장을 막는다. 많은 사람들이 해커를 겁낸다. 자기 신용카드의 번호를 누가 도용하지 않을까 의심한다.

    「굳이 인터넷으로 쇼핑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가 된다. 나이든 사람일수록 직접 찾아가서 만져보고 사는 일에 더 익숙하다.

    그렇다면 인터넷 시장이 무르익는 것은 언제쯤인가? 많은 사람들이 『200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 시점은 온라인 문화에서 자란 세대가 소비 능력을 갖게 되는 때와 일치한다.

    미국의 전문조사기관인 포레스터리서치는 이 무렵의 인터넷 비즈니스 규모를 약 5조3000억원으로 추산한다.

    인터넷 비즈니스 정상범부장은 그러나 『인터넷 흥성론 못지 않게 퇴조론이 힘을 얻는 추세여서 정확한 전망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가 보기에 인터넷 비즈니스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것은 기술 문제만이 아니다. 꼭 눈으로 확인하고 만져봐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특한 구매습성이나 복잡다단한 유통구조, 법적-제도적 허점 등도 풀어야 할 매듭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광고는 이 분야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울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인터넷 광고 매출액은 약 2080억원에 이르렀다. 1위를 차지한 기업은 넷스케이프사로 약 216억원의 광고 수입을 올렸다.

    상위 10개 기업 중 5개가 야후 인포시크 라이코스 등 검색도구를 기반으로 한 벤처기업들이다.

    국내에서는 아이네트가 금강기획, 소프트와이즈 등과 손잡고 지난 2월부터 「맞춤형 광고 서비스」인 「아이보트」(iBot)를 실험하고 있다(http://iBot.iWorld.net). 아이보트는, 예컨대 「NBA」를 입력하면 그에 대한 정보를 찾아주면서 위와 아래의 여백으로는 스포츠용품 회사의 광고를 보여주는 지능형 검색도구다(그림 참조).

    이용자수 400만명을 돌파한 인기 검색도구 「심마니」(http://simmany.hnc.net)와 인터넷 여행 잡지 「투어월드」(http://www.daum.net/tour), 유니텔(http://www.unitel.co.kr) 등도 광고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 상 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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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서 사람이 직접 편지 읽어줘요” 
영국서 프로그램 곧 개발 - 사진만 있으면 표정에 목소리까지 생생
 

  전자우편(E-Mail)도 멀티미디어로 간다. 「읽는」 수준에서 「보고 듣는」 새 단계로 나아가는 것.

    더욱이 편지를 들려주는 이가 우리를 닮은 「가상의 얼굴」이다. 인터넷 사용자가 미리 맞춰두기만 하면 친근한 표정의 「말하는 얼굴」(Talking Head)이 나와 편지 보낸 사람과 가장 가까운 표정과 목소리로 편지 내용을 읽어주는 것이다.

    「말하는 얼굴」은 브리티시 텔레콤(BT)에서 실험중인 작품이다. 이것은 텍스트(편지의 내용)를 목소리로 바꿔주는 「로리에이트」라는 합성장치에 의해 제어되는데, 놀라운 것은 각 단어를 발음하는 입술 모양이 매우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그것은 이 작업을 추진해온 스테판 매코넬씨 자신이 귀머거리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입술 모양만으로도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대부분 알아챌 수 있다.

    『「말하는 얼굴」의 입술 모양은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19개의 서로 다른 입을 모의실험한 끝에 나온 것』이라고 매코넬씨는 말한다. 그 결과 입술과 이(齒), 턱, 혀의 위치 등이 실제 발음할 때의 모양과 매우 흡사하다.

    머리 모양은 사람과 닮은 이미지를 직조해 만든 3차원 모델이다. 인터넷 사용자는 이를 조정하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어떤 사람의 얼굴이든 만들 수 있다. 만들려는 사람의 앞모습과 뒷모습, 그리고 옆모습을 찍은 사진만 있으면 된다.

    그 덕택에 편지를 보낸 사람의 얼굴과 닮은 모양을 시뮬레이션해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또 이 가상의 얼굴 내부에는 수백개의 작은 3각형 틀이 있어 얼굴의 움직임과 표정을 조절한다. 말하면서 웃을 수도 있고, 찡 그리거나 윙크도 할 수 있는 것.

    『우리 연구의 목적은 전자우편을 통한 통신을 좀더 자연스럽고 친근한 것으로 만드는데 있다』고 매코넬씨는 말한다. 브리티시 텔레콤은 앞으로 6~9개월뒤면 이 프로그램을 일반 PC에 설치해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얼마 안있으면 말하는 편지의 내용에 따라 두려움이나 놀라움, 슬픔 따위를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매코넬씨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