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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인 어 베러 월드...!!!


오. 마이. 갓!!! 

요즘 한국에서도 유행하는 말이라고 들었다. 오늘 페이스북 지인께서 소개해 준 한 영화 제목을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또 요즘 이곳에서도 유행하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O.M.G...

정말 이 영화를 수입한 회사의 문을 확 닫게 하고 싶었다. 아니면 적어도, 이런 제목 붙인 자와 그를 승인한 자를 당장 잘라버리고 - 할 수만 있다면 - 싶었다. 

그 영화 제목은 '인 어 베러 월드'였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진짜다. 유머로 만든 게 아니다. In a better world의 한글 제목이랍시고 붙인 게 저거다. 아예 better를 저희 깐에는 발음대로 한답시고 베터가 아닌 '베러'로 표기하는 친절함(?)까지 보였다. 이럴 바엔 번역자나, 제목 고민할 사람을 따로 뽑을 필요도 없겠다. 에라 이 벨도 없는 더리(dirty)한 눔들!!!

더 슬픈 것은 그런 괴기하고 엽기스런 제목 위에,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써도 좋을 부제가 작게 붙어 있었다는 점이다. 더 나은 세상, 이라고 번역하고, 그 아래에 영어 원문을 넣거나, 아예 넣을 필요도 없이, 우리가 꿈꾸는 세상, 이라고 하면 어디가 덧난단 말인가?

영어로 제목 달면 쿨하고, 한글로 제목 바꿔 달면 촌스러워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그 포스터를 올린 분은 말했다. 맞는 말이다. 요즘 추세가 그렇다고들 하니까. 역설적인 것은, 여기에서 영어라는 말만 중국어나 한자로 바꾸면, 세종대왕이 한글 창제할 때, 아니 되옵니다 전하, 중국어가 후월씬 더 베러하옵니다!!! 했던 골 빈 엘리트 재상들의 논리와 고스란히 겹쳐 보인다는 점이다. 

역사는 진보하지 않는다. 다만 되풀이 될 뿐이다. 부인하기에는 '되풀이'의 비극적 증거가 너무 많다.

사족:  1. 나도 물론 이런 영어화, 또는 한글과 영어의 뒤섞임 현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내 이름도 직장에서는 본래 이름이 아니라 영어 이름이다. 그러나 내 변명은, 내가 사는 곳이 한국이 아니고, 영어가 공용어인 캐나다라는 점이다. 한국 사회가 캐나다나 미국처럼 변해가는 게, 한글이 죽어가는 게, 안타까워서 그러는 것일 뿐이다. 아니, 죽는 것은 아니겠지. 변해가는 것인데, 문제는 '어떻게'에 있다. 한국 사회의 만인이 그렇게 쓰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해버리기에는 한국 사회의 이른바 '지성'과 '지식인'의 역할을 너무 무시하는 꼴이 되지 않겠는가?

2. 이 포스터를 페이스북에 올리신 분께 죄송스러운 면이 있다. 그 분의 의도는 제목의 불구성이나 엽기성이 아니라, 그 영화의 빼어난 완성도와 감동을 전하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