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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이성

북미의 온라인 도박, 어디로 가나

엠톡에 기고한 글.

온라인 도박은10년 안팎의 짧은 역사를 가진, 비교적 새로운 현상이다. 그러나 그 시장 규모는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큼 급증했다. 전세계적으로 300억달러에 이르는 매출액을 자랑하며, 2015년쯤에는 5,000억달러 수준으로 한껏 팽창하리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대폭발에는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 등 더욱 다양해진 채널에다 전용 앱(app)이 한몫 하리라는 추정이다. 그로써 마치 포르노 산업이 그런 것처럼, 온라인 도박 산업도 엄연한 주류 산업의 대열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온라인 도박 규제 실태

온라인 도박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온라인 도박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펼치는 것처럼 보인다. 2006년에 입안한 ‘불법 인터넷 도박 시행법’과 ‘인터넷 도박 규제 및 징세 시행법’은 그러한 증거 사례로 꼽을 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반대 입장은 미국 시민의 정신 건강이나 사회 윤리로부터 말미암은 것이라기보다는 라스베이거스로 대표되는 물리적인 도박 시설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그럼에도 온라인 도박에 대한 미국의 전반적인 반대 기조는 이 시장의 급팽창에 브레이크를 거는 가장 유력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지불 처리사들 (payment processors)이 온라인 도박에 따른 거래를 처리하는 것이 불법일 뿐, 미국 전역의 온라인 도박에 대한 전면적 금지를 규정한 법은 없다. 전문 여론조사 기관인 입소스 (Ipsos)에 따르면 미국인의 41%가 미국에서의 온라인 도박은 불법이라고 믿고 있는데, 이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 지난 4월 미국 법무부가 포커스타스, 풀 틸트 포커 등의 설립자들을 돈 세탁 등의 혐의로 체포한 사건으로부터 유래한 인상적 성격이 짙다.  

지난 4월15일 미국 법무부는 대대적인 불법 도박 단속을 통해 포커스타스 (PokerStars), 풀 틸트 포커 (Full Tilt Poker), 앱솔루트 포커 (Absolute Poker)의 설립자들을 체포했다. 이들의 죄목은 은행 사기, 돈 세탁, 불법 도박 등이었다. 그 여파로 포커스타스는 미국인들에게 온라인 포커를 제공할 수 없게 되면서 이용자의 29%를 잃었고, 풀 틸트 포커는 36%를 잃었다고, 온라인 상의 포커 트래픽을 전문으로 모니터 하는 포커스카우트( PokerScout)는 밝혔다. 그에 따르면 미 법무부의 단속으로 두 사이트를 합친 포커 트래픽이 작년 같은 기간에 견주어 16% 정도 낮아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세계 1, 2위의 인터넷 포커 사이트로 군림하고 있다. 두 사이트의 규모가 워낙 커서, 큰 판돈을 노리는 유명 도박꾼들은 여전히 두 사이트를 선호한다고 포커스카우트는 밝혔다.

파티포커(PartyPoker) 사이트를 소유한 비윈파티(Bwin.party)의 공동 CEO인 짐 라이언 (Jim Ryan) 씨는 “포커스타스의 경우 1백만달러 상금이 보장된 토너먼트가 있다”라면서 “파티포커는 그런 식의 이벤트를 꾸릴 만한 역량이 안된다”라고 말했다. 지난 5월20일의 데이터에 따르면 포커스타스는 시장 점유율 3위인 파티포커보다 6배 이상 더 많은 온라인 현금 도박꾼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풀 틸트 포커는 파티포커보다 3배 더 많았다.

아일랜드 연안의 ‘맨 섬’ (Isle of Man)에 본사를 둔 포커스타스, 그리고 코스타리카에 기반을 둔 풀 틸트 포커와 앱솔루트 포커는 미 법무부의 기소에 승복해 미국 고객들에게 물린 돈을 모두 돌려주겠다고 동의했다. 한편 비 미국인들에 대한 고객 유치 활동은 계속 할 수 있다.


캐나다, 온라인 도박 비즈니스를 예산 적자와 경기 침체의 활로로 모색

캐나다의 사정은 미국과 사뭇 다르다. 여러 주들이 온라인 도박을 유력한 매출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로 예산 적자에 허덕이는 정부들에, 온라인 카지노는 수천만 명의 도박꾼들로부터 돈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손쉽고 유력한 한 방법으로 보일 만하다. 논란이 될 만한 세금이나 예산 삭감도 없고, 이미 안정된 네트워크 인프라가 깔려 있는 마당이라 추가로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하는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지난해 8월 캐나다의 브리티시 콜럼비아 (B.C.) 주정부는 합법적인 정부 직영의 온라인 카지노 플레이나우(PlayNow.com)를 2010년 8월 개장했다. 그런가 하면 퀘벡 주의 도박 감독 기관인  ‘로토-퀘벡’ (Loto-Québec)은 지난해 말 인터넷 도박 사이트 ‘에스파스 죄’ (‘espace jeux, 재미있는 공간’이라는 뜻, www.espacejeux.com)를 개장했고, 온타리오 주도 이에 뒤질 새라 온라인 도박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 2012년 선보일 온타리오 주의 온라인 도박 사이트는 연간 1억달러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모험에는 막대한 규모의 숨은 비용이 들어 있다고 도박 전문 연구자인 로버트 윌리엄스 (Robert Williams) 씨는 경고한다. 그는 앨버타 주 레스브리지 대학 (U. of Lethbridge) 산하 앨버타 도박연구소 (Alberta Gambling Research Institute)의 코디네이터이다. 그는 주 정부들에서 직영하는 온라인 도박 사이트들의 주 이용자 층이 과거 도박 경험이 없는 사람들, 그 동안 민간 사이트들에는 가본 적이 없지만 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라니까 안심하고, 심지어 사회적으로 용인된다고 생각하고 들어오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들은 멀지 않아 판돈이 더 크거나 더 구미 당기는 보상을 약속하는 해외의 도박 사이트들로 옮겨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도박 중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그대로 남아 – 그가 사는 곳이 B.C. 주나 캐나다의 다른 주일 것이므로 – 장기적으로는 도리어 주 정부가 의도한 도박 매출액을 도리어 넘어서게 될 것이라면서, “경제적으로 도무지 말이 되지 않으며,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를 낳게 될 위험성이 크다”라고 윌리엄스 연구원은 경고했다.

도박산업계의 전문가들은 캐나다 주 정부들의 벤처 실험이 결코 안전하고 유망한 것만은 결코 아니라고 경고한다. “주 정부들이 다른 민간 기업들에 대해 경쟁력을 가질 리 만무하다”라고 세인트 매리스 대학(St. Mary’s U.)의 존 맥멀란 (John McMullan) 교수 (범죄학)는 잘라 말한다. 그는 얼마 전 임의로 추출한 71개 인터넷 포커 사이트들에 대한 연구를 마쳤다. “만약 주 정부들이 자체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통해 다른 민간 사이트들을 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꿈을 꾸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맥멀란 교수는 말했다.

밝지 않은 정부의 온라인 도박 도박

앨버타 도박 연구소의 윌리엄스 연구원은 그런 사이트가 절대 도박 인구를 늘리면서, 동시에 도박 중독자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리고 그렇게 발을 들여놓은 신규 고객들은 곧 더 나은 우승 확률과 더 높은 배당금을 약속하는 민간 사이트들로 옮겨가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시 말해, 그들의 돈은 주(州) 밖으로 유출되는 반면, 온라인 도박 중독자는 그대로 남아 – 거주지가 그 주이므로 –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만 늘리는 역효과를 낳으리라는 것이다.

“똑 같은 일이 스웨덴과 영국의 인터넷 도박 사이트들에서도 나타났다”라고 윌리엄스 연구원은 지적한다. 인터넷 도박에서 나오는 매출의 해외 유출을 막고, (스웨덴과 영국의) 국민에게 더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서비스를 내놓자는 취지였다. “이들 두 나라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온라인 도박 비율을 보일 뿐 아니라, 도박 중독에 따른 사회 문제도 드러내고 있다. 그 반면 온라인 도박에 따른 매출이 국내에 남았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그는 말한다. 현재 스웨덴과 영국의 도박 중독자는 두 나라 성인의 12%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캐나다는 전체 성인의 2% 정도가 도박 중독인 것으로 여겨진다.

설령 주 정부가 기대한 도박 매출을 올린다고 해도 그 중 41%는 도박 중독자들로부터 나온 것일 확률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온라인 카지노가 집안에서 24시간 할 수 있는데다 그 중독성 또한 높다며, 그 잠재적 위험성을 크랙 코카인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플레이나우가 적당한 도박을 권장하고 지나친 탐닉의 문제점을 막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한 것도 사실이다. 가령 한 이용자가 도박을 50회 이상 하면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이용자가 도박 사이트를 잠정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장치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할 길은 없다. 다른 온라인 도박 사이트들이 천지에 널린 현실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설령 주 정부 도박 사이트들의 장치가 효과적이라고 해도, 도박 중독자는 2,500개가 넘는 다른 도박 사이트로 옮겨가 버리면 그만이다. 누가 그들더러 도박 중독이라고 시비 걸지도 않는다. 그런 장치가 얼마나 유명무실한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윌리엄스 연구원은 말한다. “복권은 그에 중독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안전하다. 심지어 빙고와 경마도 그렇게 걱정스럽지는 않다. 물리적인 카지노들은 이보다 더 문제가 많고, 슬롯 머신은 특히 많은 부작용의 위험을 안고 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온라인 도박만큼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지는 않다.”

온라인 도박에 대해 아직은 부정적인 입장인 미국, 온라인 도박을 예산 적자와 경제 침체의 한 탈출구로 인식해 직영 비즈니스까지 시도하는 캐나다. 두 나라의 대조적인 실험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그러나 미국이 언제까지 온라인 도박에 대해 빗장을 지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며, 캐나다의 정부 직영 온라인 도박 벤처가 정부의 의도대로 유력한 매출원이 돼줄지, 아니면 일부 전문가들의 우려처럼 도리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요구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지 아직은 안갯속이다.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