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블로거 클라이네 님 덕택에 MDE 말러 특집사이트와 아르테의 말러 사이트를 알게 되어 정말 귀한 연주들을 공짜로 즐겼다. 약간 뒤늦은 탓에 1번과 7번을 놓쳤지만 리카르도 샤이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의 2번과 8번, 에사-페카 살로넨과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의 3번, 다니엘 하딩과 말러 체임버의 4번, 앨런 길버트와 뉴욕필의 5번, 데이비드 진만과 쥐리히 톤할레의 6번, 다니엘레 가티와 빈필의 9번을 볼 수 있었다. 모두 좋았다. 군데군데 마음에 안드는 템포나 화음도 있었지만, 특히 실황으로 보게 되면 그게 대세를 그르칠 정도로 심각하지 않은 한 다 눈감고 넘어갈 수 있다. 한 자리에서 저 화려찬란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들의 말러 향연을 언제 또 즐길 수 있으랴!
가외의 소득도 있었는데, 여기에 잠깐 쓰려는 이야기도 그에 대한 것이다. 리오넬 브랭기에르 (Lionel Bringuier). 이게 누구야? 했는데, 마침 그라모폰 6월호가 배달돼 왔다. 표지에 야닉 네제-세겡의 얼굴과 함께 '오늘의 젊은 마에스트로들, 내일의 우상들' (Today's Maestros, Tomorrow's Icons)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 말하자면 가까운 미래에 클래식 음악계를 호령할 유망 지휘자를 꼽은 것인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리오넬 브랭기에르였다. 그를 추천한 이는 다름 아닌 지휘/작곡계의 거장 피에르 불레즈. 음악적 지식과 이해, 비전, 개인적 품성, 모든 면에서 대어로 클 것 같다고 극찬했다.
아래 유튜브 비디오는 브랭기에르가 BBC심포니를 지휘해 다프니스와 클로에를 지휘하는 장면. 정말 동안이지만 지휘하는 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르테에 소개된 연주는 쇼팽 피아노협주곡 2번과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5번이다. 더욱이 피아노 협연자는 역시 '거장'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는 넬슨 프라이어 (Nelson Friere). 오케스트라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한국의 KBS 교향악단이나 영국의 BBC 필하모닉 쯤에 견주면 될까?
연주는 둘 다 좋았다. 특히 프라이어의 실연은 처음 보는데, 소리가 맑고 선명했고, 힘과 기교가 적절히 절제된, 단정한 모습이었다. 브랭기에르와 오케스트라는 노거장의 연주를 잘 받쳐주면서 수연을 펼쳐 보였다. 아래는 아르테에서 퍼온 연주 실황이다.
차이코프스키의 5번도 괜찮았다. 워낙 널리 알려진 인기곡이어서 연주하는 이들에게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듯한데 주눅들지 않고 잘 끌어나갔다. 브랭기에르는 24세라는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은 카리스마와 자신감으로 보는 이들을 안심시켰다. 악보 없이 정확한 비팅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고, 중요한 대목에서는 해당 악기 쪽을 보면서 눈짓을 보내거나 손가락으로 강조하거나 씩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교감했다. 젊은이답게 동작이 크고 힘찼지만 장황하거나 부산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특히 왼손을 적극 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카를로스 클라이버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3악장까지는 적절히 템포를 조절해 가면서 지루하지 않은 연주를 펼쳤고, 그런 액센트가 잘 맞아 떨어져서 4번 마무리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였다. 단조가 장조로 바뀌고 템포에 가속이 붙는다. 마치 춤곡 같은 선율이 물결처럼 이어지는 가운데 같은 주제가 몇 번이고 반복되면서 마무리를 예고하다 마침내 종지부를 찍는다. 그리고는 장려한 행진곡이 이어진다. 금관의 장엄하면서도 힘찬 소리가...앗, 그런데 이건!? 삐이익~빛나게 울어야 할 트럼펫이,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법한 새된 귀곡성을, 마치 손톱으로 유리창을 날카롭게 긋는 것 같은 초고음을 내뱉는다. 말할 것도 없는, 제발 나오지 말기를...하고 우려했던 '삑사리'다. 우째 이런...! ㅠ.ㅠ
지휘자는 짐짓 이를 무시한 채 - 달리 어쩌랴! - 예정된 길을 달려가고 관악도 재빨리 정상을 되찾는다 (트럼펫의 기묘한 소리에 악장 아줌마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심지어 지휘자까지 잠깐 쓴웃음을 보인다). 그러나 금관의 힘과 근기가 달리는 느낌은 도무지 지워지지 않는다. 스태미너가 여기에서 달리고 마는구나! 그래도 차이코프스키의 마무리가 어디 가겠는가! 더 이상 갈 데가 없을 정도로 밀어붙이는 '막장' 휘날레로 관객은 와~! 하는 환호성과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낸다. 옥의 티... 그래도 잘했다.
특히 리오넬 브랭기에르는 훌륭했다. 앞으로 어떤 스타일의 지휘자로 더 성장해 갈지 자못 주목된다.
군더더기 (1): 근래 들은 음반중 마음에 들었던 차이코프스키 5번 연주: 네메 예르비 - 예테보리 심포니 (비스), 바실리 페트렌코 - 로열 리버풀 필하모닉
군더더기 (2): 아래 유튜브 비디오는 고 카라얀이 빈필과 리허설 하는 장면. 물론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 휘날레다. 금관이 실로 눈부시게 빛난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휘날레를 듣고 나서 견줘보니, 이런 걸 '수준 차'라고 하는구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카라얀의 차이코프스키를 최고로 치고 싶다. 너무 밝고 화려한 게 아니냐는 말도 있고, 차이코프스키 = 므라빈스키가 대세인 듯하지만...
군더더기 (3): 바실리 페트렌코와 오슬로 필하모닉이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 5번 전곡 (만세!)
가외의 소득도 있었는데, 여기에 잠깐 쓰려는 이야기도 그에 대한 것이다. 리오넬 브랭기에르 (Lionel Bringuier). 이게 누구야? 했는데, 마침 그라모폰 6월호가 배달돼 왔다. 표지에 야닉 네제-세겡의 얼굴과 함께 '오늘의 젊은 마에스트로들, 내일의 우상들' (Today's Maestros, Tomorrow's Icons)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 말하자면 가까운 미래에 클래식 음악계를 호령할 유망 지휘자를 꼽은 것인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리오넬 브랭기에르였다. 그를 추천한 이는 다름 아닌 지휘/작곡계의 거장 피에르 불레즈. 음악적 지식과 이해, 비전, 개인적 품성, 모든 면에서 대어로 클 것 같다고 극찬했다.
아래 유튜브 비디오는 브랭기에르가 BBC심포니를 지휘해 다프니스와 클로에를 지휘하는 장면. 정말 동안이지만 지휘하는 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르테에 소개된 연주는 쇼팽 피아노협주곡 2번과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5번이다. 더욱이 피아노 협연자는 역시 '거장'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는 넬슨 프라이어 (Nelson Friere). 오케스트라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한국의 KBS 교향악단이나 영국의 BBC 필하모닉 쯤에 견주면 될까?
연주는 둘 다 좋았다. 특히 프라이어의 실연은 처음 보는데, 소리가 맑고 선명했고, 힘과 기교가 적절히 절제된, 단정한 모습이었다. 브랭기에르와 오케스트라는 노거장의 연주를 잘 받쳐주면서 수연을 펼쳐 보였다. 아래는 아르테에서 퍼온 연주 실황이다.
차이코프스키의 5번도 괜찮았다. 워낙 널리 알려진 인기곡이어서 연주하는 이들에게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듯한데 주눅들지 않고 잘 끌어나갔다. 브랭기에르는 24세라는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은 카리스마와 자신감으로 보는 이들을 안심시켰다. 악보 없이 정확한 비팅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고, 중요한 대목에서는 해당 악기 쪽을 보면서 눈짓을 보내거나 손가락으로 강조하거나 씩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교감했다. 젊은이답게 동작이 크고 힘찼지만 장황하거나 부산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특히 왼손을 적극 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카를로스 클라이버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3악장까지는 적절히 템포를 조절해 가면서 지루하지 않은 연주를 펼쳤고, 그런 액센트가 잘 맞아 떨어져서 4번 마무리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였다. 단조가 장조로 바뀌고 템포에 가속이 붙는다. 마치 춤곡 같은 선율이 물결처럼 이어지는 가운데 같은 주제가 몇 번이고 반복되면서 마무리를 예고하다 마침내 종지부를 찍는다. 그리고는 장려한 행진곡이 이어진다. 금관의 장엄하면서도 힘찬 소리가...앗, 그런데 이건!? 삐이익~빛나게 울어야 할 트럼펫이,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법한 새된 귀곡성을, 마치 손톱으로 유리창을 날카롭게 긋는 것 같은 초고음을 내뱉는다. 말할 것도 없는, 제발 나오지 말기를...하고 우려했던 '삑사리'다. 우째 이런...! ㅠ.ㅠ
지휘자는 짐짓 이를 무시한 채 - 달리 어쩌랴! - 예정된 길을 달려가고 관악도 재빨리 정상을 되찾는다 (트럼펫의 기묘한 소리에 악장 아줌마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심지어 지휘자까지 잠깐 쓴웃음을 보인다). 그러나 금관의 힘과 근기가 달리는 느낌은 도무지 지워지지 않는다. 스태미너가 여기에서 달리고 마는구나! 그래도 차이코프스키의 마무리가 어디 가겠는가! 더 이상 갈 데가 없을 정도로 밀어붙이는 '막장' 휘날레로 관객은 와~! 하는 환호성과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낸다. 옥의 티... 그래도 잘했다.
특히 리오넬 브랭기에르는 훌륭했다. 앞으로 어떤 스타일의 지휘자로 더 성장해 갈지 자못 주목된다.
군더더기 (1): 근래 들은 음반중 마음에 들었던 차이코프스키 5번 연주: 네메 예르비 - 예테보리 심포니 (비스), 바실리 페트렌코 - 로열 리버풀 필하모닉
군더더기 (2): 아래 유튜브 비디오는 고 카라얀이 빈필과 리허설 하는 장면. 물론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 휘날레다. 금관이 실로 눈부시게 빛난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휘날레를 듣고 나서 견줘보니, 이런 걸 '수준 차'라고 하는구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카라얀의 차이코프스키를 최고로 치고 싶다. 너무 밝고 화려한 게 아니냐는 말도 있고, 차이코프스키 = 므라빈스키가 대세인 듯하지만...
군더더기 (3): 바실리 페트렌코와 오슬로 필하모닉이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 5번 전곡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