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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읽어야 할 북유럽 미스터리 5권'

내가 즐겨 찾고, 찾을 때마다 한 수, 혹은 두세 수 배우고 나오는 곳으로 'Liber Septimus'라는 블로그가 있다. 오늘 들어가 읽은 포스트는 '죽기 전에 읽어야 할 북유럽 미스터리 5권'. 제목이 이러한데 안읽고 지나칠 수 있는 이가 대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일견. 그리곤 스스로 놀라고 말았다. 다섯 권중 네 권이 진작에 읽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는지 꼭 확인해 볼 참이다. 아래 글은 거기에 단 댓글을 옮겨온 것이다.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얼음배님의 블로그에서 잡아 온 이미지. http://iceboat.tistory.com/364



얼음배님 요즘 제목 다시는 솜씨가 여간 아니세요. 헉, 죽기 전에...? 어디...? 그런데 살다 보니 이런 일도... 다섯 권중 네 권을 읽었네요. 스스로도 감탄. 흠흠 ^^ 페르 왈루 - 마즈 스요발 (발음이나 맞는지..) 커플의 책은 '고전'의 자리를 이미 공고히 했지만 제게는 다소 철지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역시 시간의 시험이 무섭다는 생각.

스티그 라슨의 밀레니엄 3부작은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평자에 따라서는 이야기의 졸가리에 집중하지 않고 이리저리, 마치 기관총 세례를 받은 물주머니의 구멍들에서 물 새듯 이 얘기 저 얘기로 가지치는 스타일에 진저리를 치기도 한 모양입니다만, 저는 그런 사소해 보이는 내용들, 가령 리즈베스가 어떤 실내 장식과 레이아웃을 한 카페에서 어떤 음식과 음료를 시켰고, 그걸 어떤 식으로 먹다가 남겼으며 - 혹은 다 먹었으며 - 블롬키비스트가 어떤 식의 성 생활을 하는지 시시콜콜하게 늘어놓는 게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었습니다. 소설의 기본 줄기야 살인 사건에 인신매매에 온갖 흉악한 범죄지만, 그와 함께 실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조금은 징글맞을 정도로 늘어놓고, 묘사하는 게 의외로 매력적이었다는 거지요.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은 제가 만난 북구의 범죄소설 작가중 단연 A급이라는 생각입니다. 줄거리의 참신함과 치밀함에 더해, 사건의 양쪽에 선 이들의 상황과 심리 묘사가 지극히 사실적이었습니다. 매력적인 작가임에 틀림없습니다. 지금까지 영어로 번역되어 나온 그의 작품은 다 봤는데, 하나같이 고른 수준의 가작이었습니다. 적어도 제게는 그랬습니다.

카린 포섬은 단순한 범죄/추리 소설 작가라고 부르기에는 좀 아쉬운 사람 같습니다. 달리 보면, 그렇게 부르기에는 부족하달 수도 있겠습니다. 때로 추리적 성격이 떨어지는 대신 사회성이 더 강조되고 인물들 간의 관계와 그 변화상에 더 천착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저는 특히 Calling out for you (나중에 Indian Bride라는 제목으로 바뀌었습니다)를, 정말 감명 깊게 봤습니다. 읽으면서 울었어요. 거기 나오는 남자의 사연이 하도 서글퍼서... 그래서 다 읽고 나면 본래 제목이 더 내용에 충실하다는 생각도 갖게 됩니다. 

댓글이 넘 길었습니다 ㅋㅋ 늘 못 읽은 책에 대한 소개만 보다가 오랜만에서 8할대의 타격(?)을 치게 되는 순간을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