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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이젠 맥주도 끊는 게 낫겠다

세계 1, 2위의 두 맥주 회사가 합병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세계 제1위의 AB InBev는 버드와이저, 코로나, 스텔라 아르투아, 벡스, 호가든 같은 유명 브랜드를 거느린 벨기에의 다국적 기업 (2014년 매출액 약 55조원)이고, SABMiller는 그롤쉬, 밀러, 페로니, 필스너 우르퀠 같은 브랜드를 품은 영국의 다국적 기업 (2014년 매출액 약 26조원)이다. 거느린 브랜드들의 다양성에서 눈치챌 수 있다시피, 이들 기업 자체가 이미 여러 기업들의 인수 합병체다. 거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두 다국적 기업이 또 하나로 합치겠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의 기사에서 보듯 둘이 하나가 되면 전세계 맥주업계 수익의 절반을 점유하게 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들의 합병이 말이 된다고 긍정적으로 평했지만, 그렇게 따진다면 아예 탑텐 맥주 회사 전체를 하나로 묶는 게 더 낫겠다. 


이런 무지막지한 규모의 인수 합병 소식/전망을 접하면, 나는 자연스레, 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겠구나,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이런 인수 합병의 목적은 오직 하나다. 더 많은 수익.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기업 쪽 용어를 빌린다면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인다는 이유인데, 이 말을 바꾸면 더 적은 인력으로 더 큰 수익을 내겠다는 말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입으로는 더 나은 서비스나 제품 운운하지만, 그들도 우리도 그게 다 bullshit이라는 것을 잘 안다. 맥주도 정말 끊을 때가 된 모양이다. 


기업들 간의 인수 합병이, 그 이용자, 혹은 소비자를 위한 것인 경우는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전혀 없다. 기업들 간의 합종연횡과 인수 합병은 오로지 주주들의 배를 불려주기 위한 목적 이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증거들을 우리는 곳곳에서 고통스럽게 확인하고 체험하고 실감한다. 서비스 품질이라는 것은 약에 쓰려도 없는 주제에 갖은 수수료로 승객을 골탕 먹이며 배를 불리는 거대 항공사들의 시장이 그렇고, 몇몇 대기업들이 과점하는 스마트폰 시장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공룡처럼 커진 이후, 고객 서비스 데스크의 '사람'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기는, 아니, 불평 불만을 터뜨리기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어쩌다가, 정말 어쩌다가, 몇십 분, 혹은 몇 시간의 가공할 인내심으로 기다린 끝에 통화를 하게 되면 그는 사람은 사람이되 전혀 엉뚱한 대륙 - 대개는 인도 -에 자리잡은 이방인이다. 그들의 첫 질문은 대개 "거기 몇 시냐?"이다. 


자본주의는 점점 더 극한을 향해 치닫는다. 오직 수익 추구에 눈 멀어 사람도 인권도 다 묵살하고 짓밟는 비인간적 자본주의는 이미 임계 수준을 넘어선 것처럼 보인다. 정말 싫고 역겹다.


그나저나 중국이 맥주 시장에서 언제 저렇게 컸나 새삼 놀랐다. 두 곳이나 상위 10대 기업군 안에 들어 있다. 중국의 경제력은 정말 놀랍고 무섭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