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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그래픽

팀 호튼스, 밴쿠버의 '스타벅스 벽' 넘을까?

토론토에서 살다가 에드먼튼을 거쳐 밴쿠버에 와서 표나게 다르다고 느낀 점 하나가 커피 전문점이다.토론토와 에드먼튼뿐 아니라 캐나다 전역은 팀 호튼스, 팀 호튼스다. 압도적이다. 체감하기는 골목마다 팀 호튼스가 자리잡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이런 그림은 밴쿠버에 와서 표변한다. 팀 호튼스, 팀 호튼스는 스타벅스, 스타벅스로 대체된다. 골목마다 스타벅스인 것 같다. 정작 팀 호튼스를 구경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그냥 느낌만 그런 건가, 밴쿠버가 유독 다종다양한 커피 전문점들로 넘쳐나서, 상대적으로 팀 호튼스가 드물다고 여겨지는 건가? 


아니었다. 수상비행기로 빅토리아에 출장을 가면서 우연히 펼쳐본 'BC 비즈니스'라는 잡지에 이런 내용이 나와 있었다. 팀 호튼스가 맹주 노릇을 못하는 거의 유일한 지역이 밴쿠버라는 것. 그래서 밴쿠버를 적극 공략하리라는 것. 왜 유독 밴쿠버만 못 뚫었나 했더니, 팀 호튼스가 들어가기 전에 스타벅스와 지역 프랜차이즈인 블렌즈 (Blenz)가 이미 똬리를 틀고 앉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긴 십수년 전에 처음 밴쿠버를 찾았을 무렵에도 시애틀발 스타벅스가 무서운 기세로 밴쿠버를 공략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한 가지 의외인 것은 캘거리에 밴쿠버보다도 더 많은 스타벅스 커피 매장이 있다는 점. 지난 몇 년 간의 '오일 붐'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토론토야 밴쿠버보다 몇 배나 더 큰 도시이니 절대 숫자로는 당연히 적으리라 예상했다 (인구 100명당, 혹은 1000명당으로 따진다면 밴쿠버가 서너 배는 더 많을 것 같다). 여기에서 밴쿠버는 밴쿠버 시로만 국한한 것이 아니라 노쓰 밴쿠버, 웨스트 배쿠버, 버나비, 리치몬드, 써리, 코퀴틀람, 뉴웨스트민스터, 델타, 포트 무디 등 이웃 도시까지 포함한 '메트로 밴쿠버' 지역을 가리킨다. 


주위에 보면 팀 호튼스 커피는 아예 커피로도 안 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양 많고 값싼 것으로 승부하는 거지 진짜 커피는 스타벅스라는, 내가 보기엔 말이 좀 안되는 억지다. 그래도 이미지가 중요한데, 적지 않은 이들이 그렇게 치부해 버린다면 팀 호튼스로서는 별로 득 될 게 없다. 


나도 팀 호튼스를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은 지 오래지만, 절대 안 가겠다거나, 그곳 커피는 '가구점의 아이키아(IKEA)'라는 식으로 보지는 않는다. 종업원들이 너무 불친절해서 싫은 거고, 전체적으로 싸구려 분위기라 잘 안 가게 되는 것일 뿐이다. 스타벅스가 다른 기업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커피에 큰 관심과 정성을 쏟는다는 점은 잘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그곳 커피가 팀 호튼스 커피보다 중뿔나게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각자의 입맛에 맞으면 그만인 거지...


어쨌든 팀 호튼스가 밴쿠버를 주요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고 하니, 소비자들로서는 별로 손해볼 게 없겠다. 어떤 신종 커피를 내놓을지도 관심사. 잡지의 지적마따나 팀 호튼스가 그 히트 상품 이름대로 '더블더블'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밴쿠버의 커피점 판도에도 변화가 올지 모른다 (더블더블은 설탕 두 스푼, 크림 두 스푼을 넣는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