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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나나이모 - 빅토리아 여행

빅토리아 마라톤을 뛰기 위해 캐나다 추수감사절 주말 동안 나나이모와 빅토리아를 여행했다. 10월10일 금요일에 출발해, 마라톤을 뛴 12일 일요일에 다시 페리로 귀가한, 짧은 여행이었다. 하지만 그리 먼 거리가 아니어서, 혹시 못 보았거나 놓친 곳은 나중에 다시 가보자고 어렵지 않게 위안삼을 수 있었다. 



빅토리아의, 빅토리아의 고풍스럽고 보수적인 이미지와는 웬지 잘 어울리지 않는 벽화. 다른 벽화들은 빅토리아의 역사와 풍물을 표현한 데 견주어, 이 벽화는 젊고 가볍다. 원색이어서 아무렇게나 찍어도 사진이 강렬했다.



밴쿠버에서 빅토리아가 있는 밴쿠버 섬으로 배를 타고 가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써리 근처까지 한 시간 가까이 운전해 내려가야 하는 츠와슨(Tsawwassen)의 터미널을 이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옆 동네 웨스트 밴쿠버, 호스슈 베이 (Horseshoe Bay)의 터미널을 이용하는 것이다. 전자는 빅토리아로 직항하는 배편이 있지만 후자에는 없다. 나나이모로 들어가서, 다시 차로 한 시간 반쯤 내려가야 한다. 결국 밴쿠버에서 한 시간 운전할 것이냐, 밴쿠버 섬에 가서 한 시간 남짓 운전할 것이냔데, 나나 아내는 후자를 더 선호한다. 츠와슨으로 가는 길이 별로 좋지도 않고, 츠와슨 터미널 일대가 좀 살풍경하다는 느낌 때문이다.아무튼 호스슈 베이의 터미널에 여유 있게 도착해 차를 세워놓고, 근처를 산보하는 중이다. 



그 터미널 역사 앞에 있는 토템폴.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는 이런 원주민들의 신화를 차용한 장승들이 유독 많다. 퍽 예술적이고, 장승들마다 사람과 동물을 버무려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전한다.



나나이모에 와서 바닷가를 돌아보는 중이다. 비가 오락가락하고 바람도 불어서 산보하기에 썩 좋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아기자기한 풍경이 괜찮았다. 



산 자락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풍경이 가을빛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나나이모에서 마주친 한 건물. 책이 꽂힌 서가 사진을 장식으로 쓴 게 보기 좋았다. 독서를 권장하는 비영리 민간 단체의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이었다. 



저녁을 일식집에서 먹기로 하고, 별점이 높은 이곳을 찾았으나 사람이 너무 맣아 테이크아웃을 해서 호텔로 돌아와 먹었다. 주인이 한국 사람이었다. 성업 중이어서 괜히 나도 기분이 좋았다.



다음날 아침 빅토리아로, 마라톤 엑스포가 열리는 컨퍼런스 센터로 직행했다. 번호표 받고, 티셔츠 받고, 이런저런 달리기 관련 행사와 물건들 구경하고... 후원사 중 하나인 신발 브랜드 '뉴 밸런스'의 마스코트가 이런 신발 모양이어서 퍽 흥미로웠다. 다 같이 모여 기념 사진 한 장!



빅토리아 시청 근처의 광장이다. 여기에도 어김없이 이런 장승들이 서 있었다. 한 쪽이 다른 쪽보다 더 원색적이다. 슬슬 다운타운을 걸어다니며 역사를 잘 간직하고 건사하는 빅토리아의 매력을 감상했다.



'그 유명한' 먼로 서점이다. 이 서점 주인이 201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단편소설 작가 앨리스 먼로의 전 남편이다 (오래 전에 이혼했지만 둘의 사이는 좋다고 한다). 이분도 얼마 전에 은퇴를 했는데, 그러면서 이 서점을 직원들에게 넘겨줘서 다시 화제가 됐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세계의 기묘하거나 멋진 서점들 중 하나로 먼로 서점을 소개했다. 


빅토리아 다운타운에 오면 어김없이 보게 되는 '엠프레스' 호텔. 가장 유명하고 멋진 건물이다. 물론 근처의 주의회사당 건물이 더 그럴듯하지만... 가을이다 보니 빛깔이 더 선명했다. 긴 막대기 끝에 스마트폰을 달고 셀카(selfie)를 찍어대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여럿 보였는데, 그런 막대기까지 동원해 셀카를 찍어대는 품이 흥미로움을 넘어 약간 기괴하다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빅토리아에는 벽화가 많다. 이건 그 중에서 팝아트에 가까워 보인다. 사람들이 창문 밖으로 몸을 내민 것 같은 모습인데, 멀리서 보면 입체감이 더하다. 



빅토리아에는 이런 모양의 100년 이상 된 '문화유산' 형 빌딩들이 많다. 그런 빌딩들이 집합적으로 자아내는 분위기가 여간 고풍스럽고 푸근할 수가 없다. 



내가 뛰는 장면을 성준이가 - 엄마가? - 잡았다. 사진 속의 여성은 아빠를 열심히 응원하는 성준이를 보며 웃는 것이라고 아내가 알려주었다. 



달리기를 마친 직후, 다시 나나이모로 올라가기 직전 빅토리아의 내항(Inner Harbour)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성준이는 요즘 사진 속에서 자주 저렇게 장난을 친다. 



나나이모로 올라가다 말고 던컨(Duncan)이라는 동네의 보스톤 피자에 들러 늦은 점심을 먹었다. 위 사진은 성준이가 디저트로 주문한 'Worm'n Dirt'. 커가면서 점점 더 짓궂어지는 성준이는 아빠가 징그럽다고 엄살을 부리자 더 신이 나서 이렇게 시식 시범까지 보이고 있다. 



밴쿠버로 돌아가는 배를 타기 위해 나나이모의 BC페리 선착장에 왔다.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우리는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사서 나눠 마시고... 요즘은 성준이가 제법 사진을 찍을 줄 알아서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내가 들고 있는 건 성준이가 먹던 하드(popsicle).



우리가 타고 갈 페리. 밴쿠버 아일랜드와 밴쿠버 사이는, 수상용 경비행기로 날면 30분이지만 페리로 가면 꼬박 1시간30분이 걸리는 거리다. 마라톤을 뛴 탓에 무척이나 피곤했다.